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계간지 ‘한옥문화’.
일반 대중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한옥업계에서는 이름난 잡지다. 역사가 깊다. 2000년 9월 창간해 올해 23년째다. ‘한옥의 가치를 확산하겠다’는 일념으로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옥문화원이 만들었다.
잡지가 나왔을 때만 해도 현대 한옥의 맥은 거의 끊어지고 있었다.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로서의 명맥만 유지되고 있을 뿐이었다. 도심에서 한옥은 부숴야 할 옛집, 즉 재개발 대상이었다. 이런 와중에 한옥 전문가들이 똘똘 뭉쳐 1999년 한옥문화원을 설립했고, 이듬해 한옥을 알리겠다며 출판에 나섰다.

봄호를 마지막으로 휴간을 앞둔 ‘한옥문화’. 한은화 기자
초창기 한옥문화는 고택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차츰 현대의 쓰임에 맞게 리모델링한 고택을 돌아보는 데 문제가 많았다. 옛날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로써 한옥을 바라보니, 현대인의 생활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그래서 2010년부터 전국 한옥 탐방을 시작했다. 요즘 생활에 맞게 고쳐진 한옥을 발굴하는 작업이었다. 잡지마다 표지모델로 탐방 대상인 한옥이 나오고, 한옥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등이 탁자에 둘러앉아 한옥의 요모조모를 설명하고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이 가감 없이 담겼다.
사실 오늘날의 한옥은 경직된 규제의 산물이다. 한옥 정책이 한옥의 전통성에 중점을 두고, ‘조선 시대 한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한옥을 신축하더라도 새로운 자재나 공법, 디자인을 반영할 수 없다. 서울시의 경우 한옥 육성책으로 한옥 지원금 제도를 운용하는데, 이 심의를 거치면 판에 박힌 듯 비슷한 한옥이 지어진다. 업계의 원성이 자자하다. 지난해 ‘한옥문화’ 여름호에 나온 한 건축가의 말이다.
“독일은 문화재보호법이 한국보다 훨씬 더 엄격합니다. 그래도 관청에서 협의하면 협의한 대로 진행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협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서울시에 이야기해도 심의에 들어가면 다 뒤집어질 수 있어요. (중략)그러므로 인해 한옥이 좋아지고 있는지에 저는 물음표를 찍고 싶습니다.”
이렇듯 한옥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던 ‘한옥문화’가 올해 봄호를 마지막으로 잠정 휴간에 들어간다. 장명희 한옥문화원 원장은 “더는 버티기가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광고도 싣지 않고, 전문가들의 재능기부로 오롯이 꾸려온 23년이었다. 한옥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기부금만으로 꾸려지는 한옥문화원의 살림살이 상 잡지 발간에 한계가 왔단다. 장 원장은 해외 대학 걱정부터 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미시간대 등의 도서관에서 ‘한옥문화’를 정기구독하고 있어서다. 한국의 집, 한옥을 세계로 알리던 유일무이한 잡지가 이렇게 사라지게 됐다. 한국의 집이 한옥이 아니라 아파트가 된 현실에서 애석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