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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나이트메어 앨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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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거대한 비주얼의 제국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아마 ‘고딕’ 아닐까 싶다. ‘헬보이’(2004) 같은 예외적인 작품도 있다지만, ‘크림슨 피크’(2015)나 ‘판의 미로’(2006) 같은 작품을 보면 델 토로의 피에 흐르는 고딕의 DNA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나이트메어 앨리’도 마찬가지다. 이미 1947년에 범죄 누아르로 만들어진 바 있는 윌리엄 린제이 그레셤의 원작은 델 토로를 만나면서 조금은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220407 그영화이장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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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턴(브래들리 쿠퍼)은 성공에 대한 야심으로 불타는 남자다. 어느 서커스단에서 일하며 독심술을 익힌 그는 일렉트릭 쇼를 하는 몰리(루니 마라)와 함께 그곳을 나와 자신만의 무대를 만든다. 모든 것은 속임수였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는 심리학자인 릴리스(케이트 블랜쳇)를 만나면서 위험한 거래에 빠져든다. 이때 스탠턴을 누군가 찾는다. 뉴욕의 거물급 인사인 에즈라(리처드 젠킨스)는 스탠턴을 통해 자신의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려 한다.

이때 스탠턴이 만들어내는 쇼는 사기극이지만, 그 모습만큼은 ‘고딕 아티스트’ 델 토로의 진면목이다. 유령으로 분장한 몰리가 피 묻힌 흰옷을 입고 서 있는 풍경. 하지만 그 연출자인 스탠턴은 이 순간부터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 인생의 막장에 다다르게 되며, 다시 서커스로 돌아간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