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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백유가 고발한다

연1조 稅혜택에도 "인당 30만원"...퍼블릭 골프장 '배째라 폭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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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유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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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제2의 골프 대중화 선언'을 하는 황희 문체부 장관.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이용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지난 2월 '제2의 골프 대중화 선언'을 하는 황희 문체부 장관.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이용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워진 게 아니다. 오히려 활황을 맞은 업종이 있다. 골프장도 그중 하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약 5000만 명(연인원)이었다. 2019년(4000만 명)보다 무려 1000만 명이 늘었다. 해외로 골프 여행 가기는 어렵고, 인원 제한 등으로 다른 스포츠도 여의치 않으니 골프장으로 사람이 몰렸다. 2030세대의 골프 인구 유입으로 골프장들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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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호황은 수치로 입증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집계한 전국 259개 회원제·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의 2020년 영업이익률은 31.8%이었다. 2018년까지 10%대에 머물러 있던 이익률이 코로나 이후 30%를 돌파한 것이다. 수도권 18홀짜리 골프장 매매 가격도 이전의 약 두 배인 2000억원이 됐다.

골프장 수익 급증은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만이 아니다. 골프장마다 그린피를 대폭 올린 게 매출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는 지난 2년 새 평균 30% 이상 올랐다.

2020년에 제기된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020년에 제기된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주말 골프, 인당 30만원 넘어

인기 있는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의 4월 주말 그린피는 20만 원대 중·후반이다. 캐디피는 13만원, 카트 사용료는 9만원(코로나 확산 직후 대다수 골프장이 8만원에서 1만원을 올렸다). 캐디피와 카트비를 4인이 분담하고 그 위에 그린피를 얹으면 1인당 30여 만원이 든다. 식사비와 교통비까지 더하면 하루 운동에 40만원 안팎을 써야 한다. 제법 돈을 버는 사람에게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주말 골퍼들이 골프장 요금 인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 자유시장경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많다.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으니 공급자가 가격을 올리는 게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 한국대중골프장협회 김태형 부회장은 “그린피 비싸다는 기사를 매일 회원사(골프장)에 보내지만 수요·공급으로 결정되는 요금을 강제적으로 낮출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이용료 상승 문제는 회원제와 퍼블릭으로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회원제 골프장 회원권 값은 많이 올랐지만, 그린피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린피를 조정할 때 회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치다 보니 자연스레 인상에 제동이 걸린 거다. 퍼블릭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골프장 주인 맘대로 가격을 정한다는 얘기다.

자료=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한국레저산업연구소

퍼블릭 설립·인가 명분은 저변 확대

퍼블릭 골프장은 여러모로 회원제와 다르다. 설립 취지부터 다르다. 정부는 1990년대 즈음부터 부유층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국민이 골프를 즐기게 한다는 명분으로 퍼블릭 골프장 인가를 내줬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 골프 인구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자가용 보유가 증가하고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다. 당시 삼성그룹은 미국여자골프협회(LPGA) 투어(삼성월드챔피언십)를 유치해 낯설기만 했던 골프를 국민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또 여고생 유망주 박세리와 10년의 장기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 등 세계적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고, 박세리·김미현·박지은 등이 LPGA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골프 붐의 촉매가 됐다.

그 무렵 골프장 건설 사업이 본격화했다.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골프장 개발이 이뤄지자 지역 주민과 환경 보호론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골프 대중화’를 명분으로 골프장 손을 들어줬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부도 새로 생기는 회원제 골프장으로부터 기금을 조성해 퍼블릭 골프장을 만들었다.

대중화 앞세워 세금 감면까지

정부는 2000년부터 퍼블릭 골프장을 공공재인 체육시설로 간주해 세금을 대폭 인하했다. ‘국민 레저형 스포츠’ 육성이 명분이었다. 취득세 12%를 4%로 내리고 골퍼들이 부담하는 개별소비세는 전액 감면해 주는 파격적 조치가 이뤄졌다. 회원들로부터 회원권을 사들인 뒤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회원제 골프장도 나왔다. 그 결과 2001년 45개에 불과했던 퍼블릭 골프장은 348개(3월 말 기준, 전국 골프장은 531개)로 늘어났다. 골프업계에서는 퍼블릭 골프장 세금 감면액이 지난해만 1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중산층 정도면 큰 부담 없이 골프를 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퍼블릭 골프장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의 근거다. 그런데 코로나로 손님이 몰리자 골프장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예외 없이 그린피를 올리는 걸 시장논리로 바라보는 게 맞나. 아니다. 대중화를 내세워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대중을 배반하는 대중제 골프장,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코로나 전에는 4인 플레이를 강제하지 않는 골프장이 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곳을 찾기가 힘들다. 셋이 쳐도 네 명 값을 내야 한다.  ‘갑질’이다. 또 대부분의 골프장이 캐디·전동카트(5인승)를 반드시 사용하게 한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여기엔 라운드 시간을 줄여 더 많은 손님을 받는다는 계산이 깔렸다.

미국 퍼블릭 비용은 6~7만원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골프가 부유층 스포츠였다. 그러다 1960년대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의 등장을 계기로 대중화가 시작됐다. 2000년대 타이거 우즈의 활약은 골프 인구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 골프는 미국에서 야구·농구·미식축구·아이스하키에 이은 제5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미국 퍼블릭 골프장은 대부분 캐디가 없다. 골퍼들이 직접 수동카트를 끌거나 2인용 전동카트를 사용한다. 그린피 40~50달러에 카트비는 1인당 20달러 정도여서 우리 돈 6만~7만원이면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캐디, 카트 사용 의무화를 없앤 국내 한 대중제 골프장의 모습. [중앙포토]

캐디, 카트 사용 의무화를 없앤 국내 한 대중제 골프장의 모습. [중앙포토]

문체부 "선별적 세제 혜택" 고려 

지자체가 앞다퉈 허가를 내주고 정부가 세금을 낮춰주며 시도했던 한국의 ‘골프 대중화’는 결국 허울뿐인 정책이 됐다. 코로나로 실패의 단면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 체육산업과 담당 사무관에게 그린피 폭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최근 그린피가 너무 비싸다는 여론을 반영해 제도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 퍼블릭 취지에 맞게 요금을 받는 골프장만 선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카트비·캐디피는 어떻게 할 건가. 담당 공무원이 골프에 대해 잘 알면 보다 세밀한 대책이 나왔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골프산업 육성 방안. [그래픽=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의 골프산업 육성 방안. [그래픽=연합뉴스]

주머니 사정도 빠듯하지만 갈 때마다 ‘호갱’(호구 고객)이 된 느낌에 골프 약속을 피한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해외로 골프를 치러 가 폭리를 취한 국내 골프장에 보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골프 인구 저변 확대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이득만 추구하는 퍼블릭 골프장들의 근시안적 행태가 안타깝다.

[박노승의 별별시각] 진짜 퍼블릭 '공공형 골프장'을 만들자

코로나 19 사태를 악용해 더 큰 이득을 취하는 골프장의 횡포를 지적하는 성백유 전 JTBC 골프본부장의 칼럼과 함께 읽으면 좋을 박노승 대한골프협회(KGA) 규칙위원의 글을 함께 소개합니다. 박 위원은 현재의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을 비회원제와 공공형으로 나눠 공공형에 세제 혜택을 집중자고 주장합니다. 공공형 골프장이 많이 생기게 해 골퍼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