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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양향자 등장에 국힘 "민주 꼼수"…법사위 충돌 무슨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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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임은 법적으로 무효이고 국회의장은 즉각 이 사태를 중단시켜야 마땅하다.”
7일 오전 퇴임 기자회견까지 마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후 5시30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빼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배치하는 사보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민주당 12명,국민의힘 6명의 양당 구도였던 법사위의 구성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임기 중 마지막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김상선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임기 중 마지막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김상선 기자

항의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숨은 의도가 분명히 반영된 결정”이라며 “중립성ㆍ공정성을 지키는 게 핵심인 국회의장이 합의의 틀을 무시하고 상대 교섭단체 대표 의견도 듣지 않고 특정 정당의 요청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안건들을 마음대로 통과시키기 위해 한 일 아니냐”며 “민주당의 계획에 의장이 동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의 의심의 뿌리는 안건조정위원회의 구성 요건이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의 일환으로 2012년 도입된 제도다. 상임위원 3분1의 동의만 있으면 쟁점이 되는 안건을 최장 90일간 6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에 넘길 수 있는데, 안건조정위는 다수당과 그 외의 상임위원의 비율을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 상임위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뿐이라면 안건조정위는 양당이 동수로 구성돼 꼼짝없이 90일의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비교섭단체 소속 상임위원이 있다면 안건조정위의 구성비는 3대2대1로 바뀐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병석(오른쪽) 국회의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사진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병석(오른쪽) 국회의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사진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당 복당을 원하는 양향자 의원이 투입되면서 법사위에 안건조정위가 구성되면 사실상 범민주당 4명 대 국민의당 2명의 구도가 된다. 민주당은 다수결을 통해 안건조정위를 구성과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문체위와 법사위에서 같은 방법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당시에 활용되던 열린민주당이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손쉬운 카드가 사라진 공백을 이제 양 의원이 대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게다가 법사위는 검찰의 직접수사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는 전쟁터다. 민주당은 12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관련 법안들을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에 강행 처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양향자 의원 측은 국민의힘의 반발이 오히려 억지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13명인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 3명이 기획재정위에 몰려 있는 반면 법사위는 한 명도 배치되어 있지 않는 등 기형적 구조가 됐다”며 “의장은 이같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국회법상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보임은 자리를 바꾸겠다는 의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양향자 의원이 직접 의장에게 요청해 이뤄진 결정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양향자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재위에 비교섭단체 의원이 3명이어서 언제든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민주당에서 의사를 물어왔고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디아스포라 범세계 추진연대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디아스포라 범세계 추진연대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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