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컨트롤타워 두고, 앱 만들고 改名까지…확 달라진 ESG 트렌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지난달 28일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사내식당에선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 홍순기 GS 대표 등이 임직원과 함께 5500원짜리 급식을 함께 했다. GS 이사회 산하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위원인 이들은 곧이어 열린 회의에서 GS그룹의 ‘ESG 헌장’을 승인했다. 환경경영 정책, 인권헌장, 협력사 행동강령, 사외이사 독립성·다양성 정책 등 4개 분야에 대한 규범이 헌장에 담겼다.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명확한 ‘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더 지에스 챌린지'에 참여한 GS 임직원과 스타트업 CEO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GS는 최근 계열사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ESG 헌장'을 제정했다. [사진 GS]

'더 지에스 챌린지'에 참여한 GS 임직원과 스타트업 CEO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GS는 최근 계열사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ESG 헌장'을 제정했다. [사진 GS]

#2.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회사는 2020년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내부거래위원회를 만드는 등 ‘G 경영’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비상장 회사지만 에너지 기업인 만큼 출발부터 ESG 경영전략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친환경·사회적 공헌을 주로 내세우던 기업들의 ‘빛 좋은 ESG’가 최근 들어선 한 차원 업드레이드되는 모습이다.  올해 달라진 ESG 경영 트렌드는 ▶운영체계 정비 ▶디지털 확산 ▶ESG 명문화 등으로 정리된다.

① 컨트롤타워 설치하고

그동안 ‘따로국밥’이었던 계열사 간 ESG 규범을 그룹 차원에서 하나로 통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S는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계열사로 전파하기 위해 ESG 협의체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 ESG 헌장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각 계열사 ESG 담당 임원과 실무진 4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계열사별 적용 방안을 모색해왔다.

주요 기업 ESG 경영 사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기업 ESG 경영 사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30일 ‘그룹 ESG 협의회’를 신설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회는 지주회사 체제 출범과 함께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포스코그룹의 ESG 이슈를 관리·감독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도출하고, 그룹의 ESG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ESG 경영의 컨트롤타워 격인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를 두고 있다. 사업부별로도 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마케팅∙애프터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② 디지털로 확산, 나눔 캠페인도 등장

ESG 경영 관련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 C&C는 ESG 경영진단 종합 포털인 ‘클릭 이에스지’를 개설했다. 기업 회원은 사업체 규모별로 일정한 비용을 내고 진단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데이터 값을 입력하면 곧바로 지표별 결과를 확인해, 업계 내에서 자사의 지위 등 객관적인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

SK㈜ C&C는 15일 국내 기업을 위한 ESG 경영진단 종합 포털 서비스인‘Click ESG(클릭 이에스지)’를 공식 오픈했다. [사진 SK C&C]

SK㈜ C&C는 15일 국내 기업을 위한 ESG 경영진단 종합 포털 서비스인‘Click ESG(클릭 이에스지)’를 공식 오픈했다. [사진 SK C&C]

KB국민은행은 중소·중견기업이 무료로 ESG 평가를 받아 볼 수 있는 ‘KB ESG 자가진단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선정된 ESG 우수기업에는 우대금리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LG화학은 ESG 실천 기부 앱인 ‘알지?’ 가입자가 출시 3개월 만에 1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는 친환경 제품 인증샷 남기기, 바이오 원료 바로 알기 퀴즈, 착한 소비 후기 남기기 등의 미션으로 ESG를 실천하며 1억85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③ “정관도, 사명도 바꾼다”

기업 이름이나 정관에 ESG를 명문화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다. 새 사명인 에너빌리티는 에너지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한 조어다. SK건설도 지난해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9월 친환경 투자 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명을 한화임팩트로 변경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정관에 ESG 경영 방침을 분명히 밝히는 경우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4일 정관에 “회사의 소명을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로 정의한다. (중략) 사람과 기업, 대자연의 아름다운 공존을 실현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앞서 SK그룹은 2017년 정관에서 이윤 창출을 삭제하고 ‘행복 추구’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넣었다.

관심 높아진 이유 “ESG=생존이어서” 

기업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나서는 건 ‘ESG=생존’이란 공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서다. LG이노텍은 지난 2월 ESG위원회를 열고 ‘2040 탄소중립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2030년까지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에는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보다 목표치를 10년 앞당긴 것이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친환경 마그넷. [사진 LG이노텍]

LG이노텍이 개발한 친환경 마그넷. [사진 LG이노텍]

시장에선 LG이노텍의 탄소중립 추진을 주요 고객인 애플의 정책과 관련 있다고 풀이한다.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화 달성을 목표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협력업체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완제품 기업이 협력업체에 ESG 경영을 요구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미래 주력 소비층인 MZ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의 성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 10명 중 6명(64.5%)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여전히 보여주기 치중한다” 지적도

다만 국내 기업의 ESG 행보가 여전히 ‘보여주기’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ESG 워싱(세탁)’이란 말처럼 친환경이나 사회공헌을 ESG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을 통해 E·S·G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겉으로 요란하게 ESG를 선전하기보다는 ‘속’을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