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 지휘 라인에서 배제된 사건에 대해 지휘권 복원을 시도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가족과 최측근 등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6개 사건 중 수사가 마무리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윤 당선인의 아내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검사장 연루 사건뿐이다. 한 검사장은 지난 6일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 상황에서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 복원을 다시 강행한다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는 의도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박 장관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수사지휘권 복원 논의를 중단했지만,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6개의 사건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 ▶윤 당선인 장모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무마 의혹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등이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20년 이 사건들에 대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고, 그 상태가 현 김오수 총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박 장관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검찰청법과 여러 법률 체계에 맞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배제된 현 상황이 비정상이라며 수사지휘권 복원 취지를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6개 사건 중 절반인 3건이 재판 절차에 들어간 상황에 비춰보면 박 장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 중 이외에 수사지휘권 박탈 사건은 김건희· 한동훈 관련
우선, 윤 당선인 장모 의혹은 지난 1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라임자산운용 로비 사건도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와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 사건 역시 지난해 12월 기소돼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 복원을 시도한 지난달 31일 기준, 검찰이 수사 중인 3건은 김씨와 한 부원장 사건이었다. 이마저 한 부원장이 6일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남은 것은 김씨 관련 사건 2개뿐이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배우자를 겨냥한 수사에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란 관측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 와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복원을 한다면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지난 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오수 검찰총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둘 다 친(親)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라며 “세 사람(박범계·김오수·이정수)이 같이 의견을 나눠서 그런 방식(한동훈 무혐의 결론 막기)으로 한번 해보자 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권 복원 시도를 계속할 건가’라는 질문에 답을 피했다. 박 장관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냉정한 현실의 결과물이라고 본다”며 검찰 처분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