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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나상호 신임 교정원장 "앞으로 3년, 대대적인 교단 개혁 이룬다"

중앙일보

입력

원불교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 4월 28일)을 앞두고 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태산기념관에서 나상호(61) 신임 교정원장의 첫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원불교 나상호 신임 교정원장은 "향후 3년은 원불교가 큰 혁신을 이루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원불교 나상호 신임 교정원장은 "향후 3년은 원불교가 큰 혁신을 이루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지난해 원불교는 경전인 교전을 새로 편찬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오·탈자가 발생했고 수습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교무와 교도들의 실망감이 무척 컸다. 결국 원불교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원이 6년 임기를 못 채우고 3년 만에 사퇴하고, 새로 선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교단의 집행부인 교정원도 교체됐다.

나 교정원장은 “우리의 정신적 가치인 경전에 대한 일이어서 대중이 상당히 불편한 마음이었다. 교정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이 과정에서 교단 혁신에 대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원불교는 수위단 산하에교단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교단 전반에 대한 개혁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가 문을 연 지 100년을 넘겼다. 그 와중에 우리가 정리하고 와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며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버금가는 개혁을 이룬다는 각오로 올해와 내년, 내후년에 걸친 3년간 대대적인 교단 개혁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원불교가 제2의 도약과 혁신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나상호 교정원장은 "우리 안에 누적된 여러 문화가 창교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과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은 "우리 안에 누적된 여러 문화가 창교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과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원불교]

대각개교절은 원불교가 열린 날이다. 창교자인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 대종사의 탄생일이 아니라 깨달음을 이룬 날을 기념한다. 올해 원불교 대각개교절 표어는 ‘다 같이 다 함께’다. 나 교정원장은 “마음을 다 같이 하고, 실행을 다 같이 하자는 뜻”이라고 풀었다.

교단 혁신은 주로 어떤 분야에서 이루어지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원불교 안에 누적돼 있는 문화가 창교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에 맞는 제도인가. 우선 이걸 따져보려 한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털고 가야 한다. 그런데 상당한 세월 동안 익숙해진 부분이어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그 과정에서 서로 설득하고 양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성 출가자인 정녀 제도에 대한 개혁도 이루어지나.
“원불교는 여성 교무가 독신서원을 하기 때문에 구성원 100%가 결혼을 안 했다. 반면 남성 교무는 90%가 결혼을 했다.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혁신도 연내에는 가닥이 잡히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그걸 실행할 것으로 본다.”
수위단 구성에 대한 혁신도 포함되나.
“원불교 교리 자체는 재가자와 출가자 간 차등이 없다. 그런데 지난해 ‘전서 파동’ 과정에서 출가자 의견만 듣고, 재가자 의견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수위단 구성에서 출ㆍ재가 차등에 대한 논의도 있으리라 본다.”
나상호 교정원장은 "원불교 교리 자체는 출가자와 재가자 간 차등이 없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나상호 교정원장은 "원불교 교리 자체는 출가자와 재가자 간 차등이 없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현재 원불교 수위단은 총 35명 가운데 8명만 재가자다. 게다가 직선으로 선출하는 정수위단은 18명 모두가 출가자로 이루어져 있다. 출가자 중심으로 교단이 운영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된 배경이다. 아울러 교단혁신특별위원회에서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주 원불교에 최고 지도자를 따로 두는 미주 종법사를 추대했다.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미국 서부 지역은 교포 비중이 높다. 반면 동부 지역은 교도의 80%가 미국인이다. 한국 문화가 서부에서는 수용되는데, 동부에서는 수용을 못 한다. 조직 체계도 수직 문화가 아니라 수평 문화가 맞다. 현지에 맞는 교화가 필요하다. 미주 종법사가 나오면서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 일일이 한국에서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 교정원장은 마음에 담고 있는 교전 구절을 하나 꼽았다. 소태산 대종사가 설한 대종경 마지막 구절이다.

‘스승이 법을 새로 내는 일이나, 제자들이 그 법을 받아서 후래(後來) 대중에게 전하는 일이나, 또 후래 대중이 그 법을 반가이 받들어 실행하는 일이 삼위일체(三位一體)되는 일이라.’(원불교 대종경 제19장 15부촉품)

나상호 교정원장은 원불교 대종경 마지막 대목을 가슴에 담아두는 교절 구절이라고 했다. 백성호 기자

나상호 교정원장은 원불교 대종경 마지막 대목을 가슴에 담아두는 교절 구절이라고 했다. 백성호 기자

나 교정원장은 “세월이 지나서 보니 후래 대중에게 전하는 일도 제 몫이더라. 그 일도 아울러 해야 한다. 그러니 저도 후래 교도들이 보기에 인격적으로 배울만한 사람이 돼야 하더라. 그래서 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교정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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