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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 살며 지방세 내는 英총리…佛선 쓰레기세도 직접 내야 [공관 대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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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공관인 다우닝가 10번지 문 앞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공관인 다우닝가 10번지 문 앞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우닝가 10번지(10 Downing Street)’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주소다. 영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들이 매일 이곳 3층 건물에서 나온다. 1735년 영국 초대 총리인 로버트 월풀 경부터 보리스 존슨 총리까지, 역대 영국 총리들이 300년 가까이 거주하며 일해 온 곳이다. 1차 대전, 2차 대전 지휘가 이곳에서 이뤄졌고, 영국의 핵무장과 대공황 정책도 이곳에서 결정됐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이곳은 1730년대 처음 지을 당시 두 채의 건물을 합쳐 만들어 총리실 치고는 협소한 편이다. 꼭 붙어있는 ‘옆 집’인 다우닝가 11번지에는 영국 재무장관의 집무실 겸 공관이 있고, 10번지 내부로 연결돼 있다. 내각 1·2인자가 하루 종일 붙어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다우닝가 9번지에는 여당 원내총무의 집무실이, 12번지에는 공보실과 정보조사실이 있다. 200m 길이의 다우닝가 나머지 건물들은 모두 관공서다. 국회의사당도 10번지에서 도보로 6분 거리에 있다.

영국 재무장관 관저인 다우닝가 11번지(푸른색 건물 왼쪽 부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건물 (푸른색 건물 중간~오른쪽 부분) 전경. [EPA=연합뉴스]

영국 재무장관 관저인 다우닝가 11번지(푸른색 건물 왼쪽 부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건물 (푸른색 건물 중간~오른쪽 부분) 전경. [EPA=연합뉴스]

영국의 모든 장관급 공관은 ‘장관행동강령’(Ministerial code)에 따라 관리된다. 다우닝가 10번, 11번을 비롯해 외무 장관이 쓰는 칼튼 가든·애드미럴티 하우스·북아일랜드 힐즈버러 캐슬 등 정부가 소유한 공관 수는 10곳 미만이다. 모든 장관의 공관은 총리 재량으로 할당한다. 즉 영국에서는 장관 수에 맞춰 거주 공간이 마련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국가 소유 건물을 용도에 따라 할당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런던 교외에 총리가 공적, 사적 용도로 쓸 수 있는 별장인 체커스(Chequers) 등이 있는데 이는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고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장관행동강령에 따르면 공관을 이용하는 장관은 개인적 세금을 포함해 공관에서 살면서 발생하는 생활 비용을 국가에 청구할 수 없다. 예컨대 존슨 총리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주치의도 없고, 총리 가족 식사 비용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존슨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의 카운슬세(Council tax)도 직접 낸다. 한국 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카운슬세는 주택의 자산가치와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성인 수에 따라 다르게 부과된다. 영국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세원이며, 자산과세의 성격과 소득분배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영국 지방 정부가 다우닝가 10번지를 총리의 자산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다우닝가 10번지 등 공관에서 사용하는 비용 중 정부 부처가 지불하는 경우는 국가 원수 등 공식 접대 업무 에 한정된다. 관련 비용 정보는 정부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정당 정치인 접대는 예외다. 총리 개인이 비용을 해결해야 한다.

“프랑스선 공관 거주자가 쓰레기세 납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앞에서 마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앞에서 마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의 대통령 집무실 겸 공관 엘리제궁은 프랑스 혁명(1787년) 이전에 지어졌다. 루이15세가 엘리제궁을 지을 당시 국가 지도자의 집무용 건물이 아닌 휴양지로 지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비효율적 공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국가 원수의 공식 공관이 된 것은 제3공화국 때인 1874년부터였고, 제5공화국인 샤를 드골 대통령 취임(1958년)부터 대통령궁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정작 드골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살지 않았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엘리제궁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엘리제궁의 역사성과 상징성, 이전 비용 등이 걸림돌이 됐다.

프랑스의 총리와 장관들은 각 부처에서 소유하는 공관에 거주할 수 있다. 장관급 공직자들이 공관 거주를 요청하면 가족 구성원과 파리에 주택 소유 여부를 따져 공관이 할당된다. 가족 구성원에 따라 면적이 달라진다. 프랑스 시사 잡지 캐피탈에 따르면 현 장 카스텍스 총리 정부 구성원 42명 중 23명이 공관에 거주(2020년 9월 1일 기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에 따르면 공관에 거주하는 프랑스 공직자들은 거주 숙소의 임대 가치에 해당하는 만큼 재산을 신고해야 하고, 주민세와 생활쓰레기 수거세 등을 납부해야 한다.

독일 연방총리청 분데스칸츨러암트 전경. 위키미디어

독일 연방총리청 분데스칸츨러암트 전경. 위키미디어

독일 총리 공관은 ‘연방총리청’(Bundeskanzleramt·분데스칸츨러암트)에 있다. 8층에 있는 주거 공간은 약 9평 크기의 침실 두 곳과 화장실·부엌으로 협소하다. 총리 집무실은 한 층 아래인 7층의 개방된 공간에 있다. 총리 비서실장실도 7층에 있고, 총리 집무실에서 비서실까지 거리는 15걸음 남짓이다. 6층에는 각료회의실이, 대연회장은 5층, '비밀층'으로 불리는 4층에는 국가 위기 때 사용되는 비상대책회의실 있다.

연방총리청은 총리의 효율적 업무를 위해 지어진 현대 건물이다. 독일 통일과 함께 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기면서 4년에 걸쳐 지었다. 2001년 분데스칸츨러암트의 첫 주인이 된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총리도 주중에만 홀로 공관에 거주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분데스칸츨러암트에 머물지 않고 인근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며 출퇴근했다. 독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현 총리의 거주지는 베를린서 약 30㎞ 떨어진 포츠담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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