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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장은 왜 미국에 갔나…플랫폼과 전쟁 나선 세계

중앙일보

입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4일 미 경쟁당국(FTC‧DOJ)이 주최하는 경쟁당국 수장 회의에 참석했다. EU 집행위원회 등 30여개국 경쟁당국이 참석하는 이례적인 규모의 회의다. 미국이 이 같은 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전례 없는 일을 벌인 건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거대해지자 이를 견제할 수단을 찾기 위해서다.

공정거래 분야 변화 예고한 미국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조나단 칸터 미 법무부 반독점국(DOJ) 국장은 4일을 첫 ‘공정거래의 날’로 칭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새로운 기업결합 심사지침을 논의하자는 게 국제회의의 핵심 주제였다. 최근 OECD 경쟁위원회도 ‘디지털시대 경쟁정책’을 주제로 책자를 따로 발간했다. 미국·EU·OECD 등 전 세계 경쟁당국이 일제히 플랫폼에 칼을 뺀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EPA

조 바이든 미 대통령. EPA

시작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FTC와 DOJ는 독점금지법의 현대적 집행을 위해 기업결합 지침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각 기관이나 기업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뒀는데 지난 3월 21일까지다. 미 경쟁당국이 의견수렴을 마치자마자 전 세계 경쟁당국의 수장을 불렀다는 뜻이다.

미국은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 해당 업종에 다른 기업이 신규진입하는 것을 봉쇄하는 효과가 있는지를 봐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심사방식이 대형 플랫폼의 혼합결합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게 미국의 문제의식이다. 혼합결합은 카카오가 랜터카 업체 ‘딜카’를 인수한 것처럼 해당 기업이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다. 이른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은 기존 사업과 관련이 없는 중소업체를 인수하면서 영역을 키워왔다.

네이버·카카오에도 영향

미국의 기준 변화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은 글로벌화 됐고, 전 세계 경쟁당국이 일정 수준의 정책 유사성을 유지해서다. 게다가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은 미국과 유사한 혼합결합 특성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16년 이후 100여개 기업을 인수했는데 그 과정에서 공정위 제재는 한 차례도 없었다. 그 결과가 모빌리티·게임·골프 등을 모두 거느린 이른바 ‘지네발 그룹’의 탄생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공정위도 내부적으론 혼합결합 제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경쟁제한성을 새로 측정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꼭 미국 기준에 맞춰야 하는 건 아니지만 국제사회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쟁당국이 관심 있는 숙제다 보니 도출되는 결론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이는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미국의 심사기준이 한국 등 다른 나라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OECD도 “새로운 기준 필요”

한편 OECD 경쟁위는 최근 발표한 핸드북을 통해 ▶디지털 시장에 맞는 분석 도구 조정 ▶새로운 형태의 위법행위 근절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경쟁제한성을 분석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민과 같은 맥락이다. 또 알고리즘 담합과 같은 이전엔 없었던 불법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경쟁업체끼리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게 조정하는 게 알고리즘 담합이다. 적발이 어려운 만큼 국내에선 제재한 사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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