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관 없애길" 11년 지났지만…7곳은 아직도 사용 중 [공관 대수술]

중앙일보

입력 2022.04.07 05:00

업데이트 2022.04.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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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자리한 강원도지사 공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자리한 강원도지사 공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가 11년 전 폐지를 권고한 전국의 시장·도지사 관사(공관) 중 상당수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어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선 8기엔 관사를 하루빨리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관선 때 시작된 지자체장 관사는 민선시대로 접어들면서 ‘권위주의 상징’, ‘관선시대 유물’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강원·전북·경북, 단독주택형 관사

6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따르면 현재 시장·도지사가 관사를 사용 중인 지자체는 모두 7개다. 강원·경북·전북은 단독주택형 관사이며, 대구·충북·충남·전남 등은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로 쓰고 있다. 나머지 10개 시·도는 단체장이 관사 대신 본인 소유 집에서 출퇴근하거나 경기·경남·제주처럼 도지사 부재로 비어 있는 곳도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의 관사는 현재 사용 중인 광역단체장 관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강원 춘천시 봉의동 1324.6㎡(400.7평) 부지에 건물 면적은 414.8㎡(125.5평)에 달한다. 전기·도시가스·수도요금 외 소독비용까지 강원도 예산으로 전액 지불한다. 최근 3년간 한 해 평균 공공운영비로만 510만 원의 예산이 쓰였다.

최 지사는 201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 뒤 10년 넘게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달 말 관보에 공개된 올해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최 지사는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 등 다주택자(부인 명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018년부터 경북도 대외통상교류관에 딸린 게스트하우스 일명 ‘잡아센터(174.6㎡)’를 관사로 사용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잡아센터의 활용도가 떨어져 공관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도 전주 한옥마을 내 2층 규모 단독주택(건물면적 402㎡)을 관사로 쓰고 있다. 공직자재산공개 결과 송 지사는 서울 서초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 광역지자체장 관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국 광역지자체장 관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관사, 어린이집 바꾸고 아파트 얻어 

양승조 충남지사는 2018년 7월 취임하면서 기존 정무부지사 관사인 내포신도시 아파트 112㎡(34평)에 들어갔다. 기존 충남도지사 관사(건물 면적 340.8㎡)는 어린이집으로 전환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010년부터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 있는 아파트를 관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 지사는 2010년ㆍ2014년ㆍ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면서 12년 동안 관사 생활을 하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는 지자체장 관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긴급보고나 결재 등을 수시로 처리해야 하는 단체장 업무 특성상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자택보다 관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또 외국 사절단 등을 맞을 때 호텔 연회장 등 예산을 절감하기에도 공관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북도 대외통상교류관 게스트하우스 모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게스트하우스를 공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도 대외통상교류관 게스트하우스 모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게스트하우스를 공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사정권 땐 ‘밀실정치’ 상징 공간 

지자체장 관사는 과거 단체장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발령냈던 관선시대에 생겨났다. 이어 군사정권 때는 관사 혹은 공관으로 불리며 ‘밀실정치’를 상징하는 공간 역할도 했다.

관사는 주민이 직접 투표로 단체장을 뽑는 민선시대 들어서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지자체장들이 해당 선거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가 당선이 되면 관사에 들어갔다. 행전안전부에 따르면 민선 2기 때인 1998년 전국 지자체장 관사는 광역·기초단체를 포함해 173개에 달했다.

이후 관사 관행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특혜·호화 논란, 예산낭비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행안부는 2010년 국정감사에서 관사 특혜 논란이 쏟아지자 2011년 4월 폐지를 권고하기에 이른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스1

권익위, 공관 실태조사 중 

정부의 폐지 권고 후 관사를 없애거나 폐지하려는 지자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취임 후 광진구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전임 시장이 사용하던 관사는 보증금 28억 원, 월세가 208만 원에 달해 ‘황제 공관’이란 비판을 받았던 곳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호화공관의 대표사례로 꼽혔던 관사를 쓰지 않는다. 부산시는 ‘지방 청와대’로 불린 부산시장 관사의 활용방안을 담은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울산시는 과거 관사 부지에 다음달 준공예정인 15층짜리 행복주택을 짓고 있다. 세종시는 이춘희 시장 취임 후 시장은 물론 정무부시장 관사까지 없앴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하루빨리 지자체장 관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육동일 충남대(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다. 이미 (행안부에서) 폐지를 권고했는데도 아직 관사를 사용 중인 것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며 “지자체장은 관사를 나와 주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관사 환원이 어렵다면 지자체 실정에 맞는 사용기준이라도 조례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부 지자체장 관사처럼 ‘호화논란’이 일만큼 예산이 많이 투입되거나 규모가 크면 세금 낭비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별로 지자체 실정에 맞는 세부기준을 조례 등을 통해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24일부터 18일간 국민 정책참여정책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에서 올해 추진할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여론을 물었다. 3363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 제도개선 과제 중 하나로 ‘관사 예산지원 등 특혜방지’가 올라왔다. 권익위는 전국 광역·기초단체를 대상으로 관사 사용과 관련한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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