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의 피해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사령탑이 돼 지시·감독하고 결과 보고까지 받은 최악의 선거 범죄”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5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진실이 밝혀진 뒤 처벌에 대해선 “책임은 정치적으로 지고, 법적 책임은 국민 여론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에 대해선 “역대 대통령 부인 중 이렇게 사치스러운 부인이 몇 명이나 있었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는 원하지 않는다. 국격에 맞지 않다”며 청와대가 깔끔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원내대표를 조기에 새로 뽑고 여야가 협상 진행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임기를 한 달 여 남기고 조기 사퇴를 선언했다. 오는 8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년여를 회고하며 “5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기적의 현장에 함께 주역으로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곧 원내대표에서 물러난다. 코로나19 손실보상 논의는 진전이 있나.
-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서도 얘기했고, 예산실장과 담당 국·과장에게도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그래도 부정적 반응이다. 더 이상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실적으로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다.
- 주택임대차 3법도 고쳐야 한다고 밝혔는데.
- 악법 중에 악법인데, 문제는 (법 개정한지) 2년 쯤 돼서 법을 바로 없애면 또 다른 충격이 온다. 결국은 소프트랜딩(연착륙)할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폐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주택임대차 3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차 제도 전체를 단계적으로 손봐야 한다.
- 김오수 검찰총장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했는데, 아직은 움직임이 없다.
- 아직도 뻔뻔하게 남아있는데 도대체 양심이 있는 사람들인가.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한 것 보라. 그런 사람이 검찰총장에 앉아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노 위원장은) 부하 판사를 탄핵이라는 제물로 갖다 바치면서 자기 출세에 급급했던 사람인데, 무슨 판사인가.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물러나라고 할 땐 임기 보장을 주장했는데.
- 제대로 검찰총장 직책을 수행했냐의 문제인데, (김 총장은) 권력형 비리는 덮어버리고 야당의 비리는 악착같이 수사했다. 그런 짓을 한 사람, 자격이 없는 사람의 임기가 보장되는 게 의미가 있나.
- 원내대표 시절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그것도 100석 남짓한 소수 야당으로서 열세인 상황에서 5년 터울만에 이렇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다. 그 기적의 현장에 제가 주역으로 함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 아쉬웠던 점은.
- 주택 문제는 정말 뼈아픈 일이다. 제가 원내대표를 맡기 전에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여당이) 주택정책을 엉망으로 해서 청년이 절망의 늪에 빠져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전 원내대표 때 군사작전처럼 법을 처리한 거다. 그래도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엔 충분히 역할을 했다.
- 8일 새 원내대표를 뽑는다. 일각에선 추대론 이야기도 나온다.
- 원내대표 선거는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제가 이의제기, 개입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연발생적으로 후보 간 교감이나 조율을 통해 단독 후보를 추대할 수는 있는데, 후보들끼리의 문제다.
-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각종 의혹 사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 문재인 대통령이 해놨던 일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진실은 밝혀야 한다. 특히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은 청와대가 직접 사령탑이 돼 지시·감독하고 결과 보고까지 받았던 최악의 선거 범죄사건이기 때문에 그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다만 진실을 밝힌 다음에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국민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울산시장으로 출마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시장에 져 낙선했다. 그는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수사로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이 기소됐지만, 그는 “‘몸통’에 대한 수사가 멈춰 있다”고 했다.)
- “국민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는 무슨 의미인가.
- 사실을 밝힌다면 그 다음은 열린 문제로 봐야 한다. 대통령의 흑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된다. 역사 앞에 책임은 정치적으로 지고, 다만 법적 책임은 국민 여론을 따라서 해야 한다고 본다.
- 김정숙 여사의 옷값도 논란이다.
- 사비라고 하는데 왜 700만원을 현금으로 냈나. 명인에 대한 예우라고 현금을 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 그리고 사치스러운 옷은 왜 그렇게 많은가. 역대 대통령 부인 중에 이렇게 사치스러운 부인이 몇 명이나 있었나 싶다. 다만 수사 대상이 돼서 밝혀지는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격에 맞지 않다. (청와대가) 사정을 설명하고 “국민 여러분 양해해달라”고 말하면 야단을 치겠나.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고 가는 게 맞다.
- 대선 때와 달리 대장동 사건은 조용해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해왔던 각종 부정, 불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부정부패 사건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부동산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덮어두고 간다? 말이 안 된다. 특검이든, 경찰이든, 검찰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철저하게 밝혀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 나이 차가 큰 이준석 대표와 같이 일을 했는데 어땠나.
- 매우 다이나믹하게 일했다. 롤러코스터를 탔다. 조화롭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모니를 만들어서 대선 승리라는 작품도 만들었다. 젊은 층에 대한 소구력, 반짝반짝 참신하게 빛난 아이디어 등 많은 장점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 당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플러스 마이너스 대차대조표로 보면 플러스라고 본다.
- 차기 당 대표 경선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데, 어떤 당을 만들고 싶나.
- 합리적 리더, 합리적 정책, 합리적 법안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그런 당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서 국민적 공감을 형성하는 식으로 우리 당도 굴러갔으면 좋겠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신뢰 있는 정당을 만들고 싶다.
-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는데, 입각 가능성은.
- 당권 도전 계획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통령에게 인사 재량권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에서 공을 세웠으니 자리를 달라 하는 모습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래서 백의종군했고, 원내대표 마치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