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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울산 증인, 재판전 송철호 3번 만나…그뒤 진술 뒤집었다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사건(이하 울산사건) 피고인 중 한 명인 송철호 울산시장이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던 검찰 측 증인을 사전에 수차례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증인이 지난 4일 공판에 출석해 검찰 조사 때와 다르게 진술하면서 송 시장 측이 증인을 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 장용범·마성영·김정곤) 심리로 열린 울산사건 28차 공판에는 송 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모(68)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 측은 주신문에서 이 사건 피고인 중 한 명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17년 10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관련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하던 당시 상황을 묻다가 돌연 주신문을 중단했다.

주신문 중단 직전 검찰 측은 김씨의 증언이 검찰 조사 당시 했던 진술과 달라진 점을 지적하면서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지난 2~4월경에 송 시장이나 송 전 부시장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송 시장은)시간 되면 가끔 본다. 송 전 부시장은 별로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검찰 측이 “송 시장을 최근 언제 만났느냐”고 묻자 김씨는 “2주 전”이라고 말했다. 이후엔 검찰 측과 문답을 통해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변호인 없이 송 시장만 만났고, 진술에 대해 지도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이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기존 진술이 180도 바뀌었다. 진술을 바꾼 경위가 어떻게 되나. 송 시장이나 변호인의 언질을 받은 적이 있나.”

▶김씨=“그런 건 아니다.”

▶검사=“혼자 생각을 바꾼 건가.”

▶김씨=“(검찰 조사 때)진술을 보니까 기억이 안 나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진술이 바뀐 게 아니고 내가 헷갈린 것이다. 처음에 정치자금법(위반 혐의)으로 (수사를) 받은 것이고, 그러다 여기(울산사건)로 넘어간 거니까…”

김씨는 2020년 1월 울산사건 수사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뇌물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당시 수차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씨는 그간 “검찰이 별건 수사를 통해 소설을 쓰고 있다”는 취지로 반발해 왔다. 그런 그가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바꾸기 전 송 시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정이 술렁였다.

오후에 진행된 송 시장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선 면담 사실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증인 출석 통보를 받은 뒤인 지난달 16일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송 시장의 변호인 심규명 변호사 등을 만나 송 시장으로부터 검찰 신문조서를 건네받았고 ▶지난달 20일 송 시장을 만나 지방선거 준비에 관한 대화를 나눴으며 ▶지난달 25일엔 송 전 부시장을 따로 만나 증인 출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한편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날인 지난 3일에도 송 시장을 만나 증인 출석 관련 이야기와 지방선거 전략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다. 검찰 측이 증인 회유를 의심하자 송 시장 측에서 총 4번 만났다며 선제 공개한 것이다.

지난 4일 울산사건 재판에 검찰 신청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씨가 법정 출석 전 울산시청 시장실 등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등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울산시청 시장실 입구의 모습. 중앙포토

지난 4일 울산사건 재판에 검찰 신청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씨가 법정 출석 전 울산시청 시장실 등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등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울산시청 시장실 입구의 모습. 중앙포토

이에 검찰 측은 증인신문이 끝난 뒤 “신빙성에 의심이 있다”며 “(김씨의)울산시청 출입기록과 코로나 증상 때문에 (재판에) 불출석했던 날(지난달 21일)을 전후로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늘 같은 불상사가 없도록 증인을 미리 만나 준비하는 것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장도 “증인을 사전에 접촉하는 것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 걸 다 알 것”이라며 “그것이 법률적으로 금지된 건 아니지만, 검사든 변호인이든 피고인이든 변론권·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진술을 변경한다든지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구속재판을 받을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으니 각자 조심해달라”고 말했다. 증인에 대한 부적절한 사전 면담 시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송 시장 등을 재판부 직권으로 구속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이와 관련, 김씨는 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전 회유 의혹에 대해 “나를 교육하거나 짜고 시킨다고 해명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내가 들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지난달 16일 송 시장과 김씨의 면담에 동석했던 심 변호사는 “선거 관련한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이름만 올려놓고 사건엔 관여하지 않아 관련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증인에 대한 사전 면담은 최근 유·무죄를 바꾼 쟁점으로 다뤄진 적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2심 유죄 판결의 근거인 사업가 최모씨의 진술이 검찰과 사전 면담 후 달라진 점을 지적, 회유·압박이 없었다는 걸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은 지난 1월 27일 “검사가 최씨의 증언 과정에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명확히 해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2월 이에 불복해 재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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