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대법관만 공관 사용…美 하원의장은 자택 거주 [공관 대수술]

중앙일보

입력 2022.04.07 05:00

업데이트 2022.04.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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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지난달 15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지난달 15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직 귀신은 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총리 공관으로 이사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관에 귀신이 나와 총리들이 입주를 꺼린다’는 소문을 이용해 농담을 건넨 것이다. 도쿄(東京)도 지요다(千代田)구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총리 공관은 전임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이용하지 않으면서 9년간 비어 있는 상태였다.

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초 총리 관저 내에 있는 일본 총리 공관. [총리관저 홈페이지]

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초 총리 관저 내에 있는 일본 총리 공관. [총리관저 홈페이지]

일본은 국가공무원숙사(宿舍)법에 따라 총리와 장관, 일반직 공무원 등에게 국가가 운영하는 숙소를 제공한다. 이 중 사용자가 돈을 내지 않고 거주할 수 있는 공관에는 총리·관방장관 등 장관급, 최고재판소 재판관(대법관), 중·참의원 의장 등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주거지로 사용하는 곳은 총리 공관과 최고재판소 재판관용 공관 2곳뿐이다. 한때 수십 곳의 고위 관료용 공관이 있었으나 건물이 노후화해 입주를 원치 않는 관료가 많아지며 1990년대 후반 대부분의 공관을 없앴다.

일본 총리 공관 내 로비. [총리관저 홈페이지]

일본 총리 공관 내 로비. [총리관저 홈페이지]

일본 장관들은 대부분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장관 재임 중에도 월세를 내며 의원 숙소에 거주하거나 자택에 사는 경우가 많다.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각 지자체 규정에 따라 건립된 공관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예산 절약 등을 이유로 공관 제도를 폐지하는 분위기다. 도쿄도는 1947년부터 도지사 공관을 운영해 왔으나 2014년 건물을 민간에 매각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도쿄 네리마(練馬)구에 있는 자택에서 출퇴근한다.

미국은 연방정부 고위직 중 대통령과 부통령 정도에게만 공관을 제공한다. 권력 승계 서열 3위인 하원의장과 5위 국무장관을 포함해 최고위 공직자들은 대부분 거처를 직접 마련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백악관에 거주한다. 주중에는 백악관, 주말엔 당선 전 살던 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대통령이 꽤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에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저나 레호보스 해변에 있는 별장에 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 대통령처럼 당선 전 살던 집을 처분하거나 발걸음을 뚝 끊고 5년 임기 내내 청와대를 전셋집처럼 사용하는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국방장관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지만 예외적으로 워싱턴DC 군인용 주택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특혜를 받는다. 하지만 장관이 직접 월세를 내야 하므로 한국 장관의 공관 운영 방식과는 다르다. 월세는 시장 가격보다 싸다.

미국 50개 주 중 매사추세츠 등 5개 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주지사 공관을 운영한다. 공공 소유라는 인식 때문에 정기적으로 주민들에게 공관을 개방하기도 한다.

영국의 장관급 공관은 장관행동강령에 따라 관리된다.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등 정부가 소유한 공관은 10곳 미만이다. 장관행동강령에 따르면 공관을 이용하는 장관은 개인 세금을 포함해 공관에서 살면서 발생하는 생활비용을 국가에 청구할 수 없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다우닝가 10번지의 지방세를 직접 낸다. 원수 등 공식 접대 업무 시에만 정부 부처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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