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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현상 이어지는 한강 하구 수중 생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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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한강 하구 수중 생태계에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괴생물체인 끈벌레의 집단 출현이 대표적 문제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에서는 2013년부터 봄이면 끈벌레가 기승을 부린다.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퇴치 대책도 없는 끈벌레가 지속해 나타나고 있다. 어부들에 따르면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인해 실뱀장어 95%가량은 폐사한 상태로 올라와 어부 40여명 중 상당수가 연중 최대 황금 조업기인 실뱀장어 철에 일손을 놓다시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올해 봄에는 한강에서 새로운 이상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신곡수중보 하류를 중심으로 길이 10㎝가량인 갯지렁이 형태의 괴생물체가 무더기로 그물에 잡힌다. 갯지렁이보다 몸통이 흐물거리면서 뭍에서는 거품을 내뿜고 쉽게 폐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 어부는 실뱀장어 그물 14개에서 총 140㎏ 이상 무게의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갯지렁이처럼 생긴 괴생물체가 걸렸지만, 실뱀장어는 고작 3마리만 잡혔다고 했다. 이 생물체는 3∼4년 전부터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한강을 뒤덮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신곡수중보 인근 경기도 고양시 한강에 설치한 실뱀장어 그물에 무더기로 걸려 나온 괴생물체.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달 말 신곡수중보 인근 경기도 고양시 한강에 설치한 실뱀장어 그물에 무더기로 걸려 나온 괴생물체. [사진 행주어촌계]

설상가상인 상황은 더 있다. 행주대교 일대에서 붕어·잉어·숭어 등 큰 물고기 10마리를 잡으면 등이 굽었거나 아가미가 없거나, 눈이 튀어나오는 등의 기형 물고기가 1마리가량 발견되고 있다. 7년 전쯤부터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어부들은 이상 현상이 신곡수중보로 인해 한강의 물길이 정체되는 행주대교에서 김포대교(신곡수중보) 사이 2.5㎞ 구간에서 집중되는 점에 주목한다. 행주대교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하수·분뇨처리장 2곳에서 한강으로 배출하는 방류수의 영향 여부를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는 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로 인해 끈벌레와 등 굽은 물고기 등이 출현했다는 어민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고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하수처리장에서 방류 중인 하수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농도 10ppm 이하로 매우 깨끗하게 정화된 상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3년 전 고양시의 연구용역에서 ‘염도 함유’가 끈벌레의 발생 원인으로 추정된 것도 어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박하고 있다. 전국의 강 하구 가운데 한강 하구 행주대교 일대에서만 끈벌레가 집단 출몰하는 게 이유라고 한다.

끈벌레와 등 굽은 물고기에 이어 새로운 괴생물체까지 한강 하구에 대거 출현한 것은 한강 생태계와 어부들에게는 일종의 환경 재해다. 무엇보다 어족자원이 풍부한 한강 하구 수중 생태계의 건강성은 국민 건강과도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