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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금수저 김혜윤, 이번엔 용 문신에 불도저 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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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혜윤 첫 스크린 주연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용문신을 한 소녀 혜영이 20살을 앞두고 아빠의 자동차 사고로 겪게 되는 성장담을 그렸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김혜윤 첫 스크린 주연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용문신을 한 소녀 혜영이 20살을 앞두고 아빠의 자동차 사고로 겪게 되는 성장담을 그렸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불도저 바퀴가 제 키만 하거든요. 감독님이 열아홉 소녀가 불도저를 모는, 그 모순적인 모습이 좋을 것 같다셨죠.”

드라마 ‘SKY 캐슬’(2018~2019, JTBC)로 주목받은 배우 김혜윤(26)이 7일 개봉하는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로 스크린에 주연 데뷔한다. 그가 맡은 주인공 혜영은 팔에 용 문신을 하고 불도저를 모는 고교생. 아빠(박혁권) 중국집에서 초등학생 남동생(박시우)과 생계를 꾸려가는 흙수저다.

지난 4일 만난 김혜윤은 “공교롭게 또 센 역할을 하게 됐지만, 작품 각각의 분노가 다르다”며 “이번엔 19살 소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분노를 표출했다”고 말했다. 욱하는 성격의 혜영은 아빠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되고, 중국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자 사고에 의문을 품는다. 진상 파악에 나선 혜영은 아빠가 과거 다녔던 중장비 회사까지 찾아간다. 97학번인 박 감독은 대학 시절 힘없는 농민들이 농기구를 끌고 투쟁하던 데서 착안해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에서 김혜윤은 세포 하나하나 기운이 꽉 찬 듯 팽팽한 연기를 펼친다. “혜영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부럽기도 했다”는 그는 “액션 스쿨도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문신이 빈약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불도저도 직접 몰았다. 2종 보통 운전면허 보유자인 그는 운전학원에서 불도저 작동법을 배워 연기했다.

김혜윤은 촬영을 거듭하며 점점 더 혜영에게 공감했다. 그 ‘덕분’에 반말·욕설 연기가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시나리오상 모든 어른이 혜영한테 불친절해요. 배우들도 ‘넌 몰라도 된다’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봤죠. 아무도 내 말을 안 들어주다 보니 너무 답답해서 ‘내가 혜영이어도 화내겠다, 안쓰럽다’ 생각이 들었죠.”

집안일을 외면했던 혜영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상황을 헤쳐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불의한 돈과 권력에는 불도저로 맞선다. 그는 “감독님이 ‘혜영은 원래 이런 성격’이라고 설명해주셨다. 항상 분노를 (0~100 중) 50 정도 가진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분노가 커 벅찰 때도 있었다. 현장 모니터를 하며 힘을 조절했다”고 했다.

2013년 드라마 ‘TV 소설 삼생이’ (KBS2)로 아역 데뷔한 그는 올해로 10년 차 배우다. “연기가 힘들고 어렵지만, 작품마다 배울 점을 생겨 뿌듯하다”고 돌이켰다. 오랜 조·단역 끝에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SKY 캐슬’을 자신도 “전환점”으로 꼽았다. 첫 주연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 MBC)에선 독특한 1인 3역도 해냈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서 호평받았다. 김혜윤은 “부산영화제 상영 때 보며 낯설었다. 큰 스크린, 큰 스피커로 내 모습과 목소리를 접하니 뭔가 부끄러웠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유가 “어떤 모습으로 연기할지 상상이 안 가서,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이라서”였다.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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