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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은 종식 아닌 토착화…연간 수십만명 사망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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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오미크론 변이 유행의 정점이 지나면서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신에 이어 총리가 나서 엔데믹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정부가 목표로 해온 ‘집단면역’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등이 번번이 좌절됐던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아직 섣부른 낙관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지난 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이 첫 엔데믹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걸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총리 발언 이후 기대감이 커지자 당국은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엔데믹 선언을 할 수 있는지 미지수고, 당분간은 어려울 것”(6일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 “엔데믹은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환자가 발생함을 의미하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진입해야 한다”(5일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 등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동네 병·의원의 검사·치료 체계를 확대하고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각종 방역 규제 해제를 예고하며, 격리 기간 단축까지 고려하는 등 최근 정부가 취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어느 정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은 완만하지만 확실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에도 신규 환자는 28만6294명을 기록해 1주 전(지난달 30일 42만4597명), 2주 전(지난달 23일 49만780명)보다 각각 10만, 20만 명 넘게 줄었다. 수요일 기준으로 보면 5주 만에 20만 명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엔데믹은 아직은 섣부른 기대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엔데믹에 ‘end’가 들어가 있지만, 뭔가 끝난다는 의미는 전혀 없다. 사실은 그 반대”라며 “어떤 질병이 사라지지 않고 특정 지역 내에서 지속해서, 또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토착화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정 지역에서만 풍토병으로 남은 결핵(약 150만 명), 에이즈(AIDS·HIV감염증, 약 68만 명), 말라리아(약 63만 명) 등의 연간 사망 피해를 고려하면 코로나19 피해는 이보다 더 클 것이란 게 장 부연구위원 주장이다.

특히 새 변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따라 유행 양상은 금방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미 ‘XE’로 불리는 새로운 재조합 변이가 영국과 이스라엘, 대만, 태국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XE는 오미크론 변이( BA.1)와 그 하위 계열인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변이다. 핀란드와 태국에서는 XE 변이에 이어 XJ 변이 의심 사례도 확인됐다. 변이 간 조합으로 새로운 재조합 변이가 발생하면 X 뒤에 영문 알파벳 순으로 이름을 붙인다.

국내에선 XE와 XJ 변이 둘 다 확인된 적은 없다. 하지만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보다 방역 정책이 엄격하고 확진자 수가 적은 대만에서도 이미 XE가 발견됐기 때문에 이미 국내에 숨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새로운 재조합 변이가 전파력이 더 크다면 우세종이 돼 유행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욱 부연구위원은 “변이 등장을 모니터할 감시, 진단 체계를 유지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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