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엔드' 아니다, 되레 그 반대" 전문가들이 불안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4.06 18:55

업데이트 2022.04.06 19:38

최근 오미크론 변이 유행의 정점이 지나면서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될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신에 이어 총리가 나서 엔데믹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다. 정부가 목표로 해온 ‘집단면역’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등이 번번이 좌절됐던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아직 섣부른 낙관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지난 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엔데믹을 직접 거론했다. 당시 김 총리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이 첫 엔데믹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걸 언급하며 “한 외신에서 전망했듯 대한민국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6일 오후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6일 오후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사실 엔데믹은 방역당국자 입에서 더 일찌감치 언급됐다. 지난 2월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박향 중앙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풍토병적인 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는 등 유행의 안정적 관리를 전제로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고 했다.

총리 발언 이후로 기대감이 커지자 당국은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엔데믹 선언을 할 수 있는지 미지수이고 당분간은 어려울 것”(6일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 “엔데믹은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환자가 발생함을 의미하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진입해야 한다”(5일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 등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동네 병·의원의 검사·치료 체계를 확대하고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각종 방역 규제 해제를 예고하며, 격리 기간 단축까지 고려하는 등 최근 정부가 취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모두 어느 정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5월부터 국제선을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엔데믹 시점을 10월 정도로 예상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은 매주 일평균 확진자 수가 5만명 가량 떨어지면서 완만하지만 확실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에도 신규 환자는 28만6294명을 기록해 1주 전(지난달 30일 42만4597명), 2주 전(지난달 23일 49만780명)보다 각각 10만, 20만명 넘게 줄었다. 수요일 기준으로 보면 5주 만에 20만명대로 내려온 것이다. 위중증 환자는 1000명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사망자도 300명 이상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 역시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난 상태라 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중대본)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중대본)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전문가들은 엔데믹은 아직은 섣부른 기대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엔데믹에 ‘end’가 들어가 있지만, 뭔가 끝난다는 의미는 전혀 없다. 사실은 그 반대”라며 “어떤 질병이 사라지지 않고 특정 지역 내에서 지속해서, 또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토착화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위험이 사라지거나 감소해서 얻어진 결과로 오인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유행이 엔데믹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피해가 낮은 강도로 지속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정 지역에서만 풍토병으로 남은 결핵(약 150만명), AIDS(에이즈·HIV감염증/약 68만명), 말라리아(약 63만명) 등의 연간 사망 피해를 고려하면, 퇴치되지 않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코로나19 피해는 이보다 더 클 것이란 게 장 연구위원 주장이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사전 공개한 ‘엔데믹화는 승리가 아니다(Endemicity is not a victory)’란 논문에서도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되더라도 미국에서만 한해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명이 사망할 것이란 전망이 담겼다.

김인중 재미 수의병리학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많은 정치인과 당국자가 엔데믹화를 언급하는데 목표 없는 언급은 무의미하다”며 “예를 들어 일일 신규 환자 수 10만명, 일일 재원 중환자 수 1000명, 일일 사망자 수 100명 수준을 목표로 설정한다면 한 달 3000명, 1년 3만6500명이 코로나로 사망하는 건데 이 수준을 국민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현실적으로 엔데믹 선언이 가능하다”고 썼다.

특히 새 변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따라 유행 양상은 금방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엔데믹이란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 당장 다다음 달에도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새 변이가 오면 에피데믹(국지적 유행)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장 연구위원은 “엔데믹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적은 피해로 엔데믹을 맞이해야 한다”면서 변이 등장을 모니터할 감시, 진단 체계를 유지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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