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변호사 감축 집회가 공익? 후배 죽이는 선배" 변협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변호사 배출 수 감축 집회’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공익 활동 시간 등 유인책을 제공해 논란을 빚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4월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변시 합격자 인원 감축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4월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변시 합격자 인원 감축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은…‘공익 활동’ 對 ‘밥그릇싸움’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협이 최근 교통비와 공익활동 2시간을 제공하는 유인책을 동원해 ‘변호사 수 감축 촉구 집회’에 참가할 변호사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제11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발표(4월 22일)를 앞두고 7일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1시간 동안 집회를 여는데, 최대 299명까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고 집회에 참여하면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지변회장회)와 함께 홍보하고 있다.

‘변호사 합격자 수 감축’은 국내 변호사 수 3만명 돌파 등 변호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변협의 숙원 과제다. 변협은 지난해에도 변호사 대량배출 강력 규탄 집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을 여는 등 변호사배출 수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변시 합격자 발표 때도 지변회장회가 성명서를 내고 ”법률서비스의 품질 저하를 일으켜 그 피해를 국민에게 감수토록 하는 것”이라며 “(현재 1700여명인 합격자 수를) 적어도 1200명 이하로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도 “로스쿨 합격생을 연 1200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수차례 촉구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회와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회와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로스쿨 재학생과 변호사들 사이에선 공익 활동의 범주를 정할 권한이 있는 대한변협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변호사 집회 참석을 공익 활동으로 지정한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변호사법 27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대한변협이나 공공기관 등이 지정한 공익 활동에 종사해야 한다. ‘연간 일정 시간’에 대한 기준은 지방변호사협회마다 다르지만, 큰 틀에서의 공익 활동의 범위와 시행방법은 대한변협이 지정한다. 통상 1년에 20시간 정도 안팎이라고 한다.

변호사 준비생 김모(남‧34)씨는 “결국 직역 수호 활동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것 아니냐”며 “사법고시 폐지 이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동맹휴학하고 투쟁하며 사시 폐지와 변호사 수 증대를 이끌어냈던 과거는 잊고 변호사가 되고 나니 변호사를 줄이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변시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준비생 단체 카카오톡방에는 “후배들 죽이기에 돈과 시간을 쓰는 선배들”이라는 의견도 게재됐다.

한 현직 변호사도 “설문조사 참여 등 워낙 다양한 활동이 공익 활동으로 인정돼서 공익 활동이나 교통비 지급 자체가 변호사들에게 큰 유인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이익 집단의 시위도 공익 활동이 될 수 있느냐는 이견이 있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적절한 변호사 수를 유지하는 게 공익에 해당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