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KY캐슬 금수저 '용' 문신에 불도저 몬다…눈빛만은 똑같은 김혜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혜윤 첫 스크린 주연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용 문신을 한 소녀 혜영이 20살을 앞두고 아빠의 자동차 사고로 겪게 되는 성장담을 그렸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김혜윤 첫 스크린 주연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용 문신을 한 소녀 혜영이 20살을 앞두고 아빠의 자동차 사고로 겪게 되는 성장담을 그렸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불도저 바퀴가 제 키만 하거든요. 박이웅 감독님이 열아홉 소녀가 불도저를 모는, 그 모순적인 모습이 좋을 것 같다셨죠.”
드라마 ‘SKY 캐슬’(2018~2019, JTBC)로 주목받은 배우 김혜윤(26)이 7일 개봉하는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섰다. 그가 맡은 주인공 혜영은 한쪽 팔에 용 문신을 하고 불도저를 모는 고등학생. ‘SKY 캐슬’의 예서가 대입에 목숨 건 부잣집 금수저라면, 이번 영화의 혜영은 아빠(박혁권)가 하는 중국집 한쪽에서 초등학생 남동생(박시우)과 함께 생계를 이어가는 흙수저다. 그러나 눈빛에 이글대는 분노만큼은 똑 닮았다. 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 데뷔한 신인 박이웅 감독이 전작들 속 연기를 눈여겨보고 캐스팅했다.
 지난 4일 만난 김혜윤은 “공교롭게 또 센 역할을 하게 됐지만, 작품 각각의 분노가 다르다”면서 “이번엔 19살 소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분노를 표출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원 없이 화내볼 수 있겠구나, 했다”고 말했다.

7일 개봉 ‘불도저에 탄 소녀’ #배우 김혜윤 첫 스크린 주연

"불도저 몰 땐 하도 집중해 본모습 담겨" 

욱하는 성미의 혜영은 아빠가 갑작스러운 자동차사고로 의식불명이 되고, 중국집에서마저 쫓겨날 처지가 되자 아빠의 사고에 의문을 품는다. 진상 파악에 나선 혜영은 아빠가 과거 다녔던 중장비 회사까지 찾아간다. 97학번인 박 감독은 대학 시절 힘없는 농민들이 농기구를 끌고 농민 투쟁한 모습에서 착안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영화에서 김혜윤은 세포 하나하나 기운이 꽉 찬 듯 팽팽한 연기를 펼친다. 불도저 자체가 된 듯 매 장면을 채운다. 실제 키 (160㎝)보다 영화에서 훨씬 더 커 보인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혜영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부럽기도 했다”는 그는 “액션스쿨도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문신이 빈약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실제론 판박이를 활용한 용 문신 분장은 그에게도 “극 중 혜영 같은 당당한 용기를 줬다”고. 불도저도 직접 몰았다. 2종 보통 운전면허 보유자인 그가 촬영 전 운전학원에서 불도저 작동법을 배워 연기했다. “불도저 몰 땐 집중을 많이 해서 연기보다 실제 모습이 담긴 것 같아요. 밤 장면이 많아서 혹여나 사고 날까 봐 촬영 내내 긴장했죠.”

불친절한 어른들, 반말·욕설 연기에 도움돼

김혜윤은 촬영을 거듭하며 점점 더 혜영에게 공감됐다고 했다. 반말‧욕설 연기가 자연스레 튀어나온 비결이다. “시나리오상 모든 어른들이 혜영한테 불친절해요. 배우들도 ‘넌 몰라도 된다’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봤죠. 아무도 내 말은 안 들어주고 혼자 계속 ‘무슨 일인데요?’ 하다 보니 너무 답답해서 내가 혜영이어도 화를 내겠다, 안쓰럽다 생각이 들었죠.”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배우 김혜윤은 직접 불도저를 몰며 연기했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배우 김혜윤은 직접 불도저를 몰며 연기했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그간 아빠가 혼자 짊어진 집안일을 외면해온 혜영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불평 대신 스스로 상황을 헤쳐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불의한 돈과 권력에는 불도저까지 동원해 맞선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서민들의 설움을 대신 갚는 듯한 장면이다. “감독님이 혜영은 원래 이런 성격이라 설명해주셨다. 항상 분노를 (0~100중) 50 정도 가진 친구라 생각했다”면서 “분노가 크다 보니 벅찰 때도 있었다. 현장 모니터를 하며 힘 조절을 했다”고 했다.
“영화가 끝난 후 혜영의 과격한 모습을 조금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는 그는 “촬영이 끝나고도 한동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다니는 혜영의 모습이 남아있었다”고 돌이켰다. “눈빛이나 손짓 하나까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혜영이로서 할 수 있는 표현은 다 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후회되지 않은 연기를 했다”고 했다.

200대 1 뚫은 ‘SKY 캐슬’ 이후 "미지의 세계" 도전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로 스크린 주연 데뷔한 배우 김혜윤을 개봉(7일) 전 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제공 IHQ]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로 스크린 주연 데뷔한 배우 김혜윤을 개봉(7일) 전 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제공 IHQ]

2013년 드라마 ‘TV 소설 삼생이’(KBS2)로 아역 데뷔한 그는 올해로 배우 10년 차다. “드라마‧영화를 볼 때마다 장래 희망이 바뀌는 걸 본 어머니가 ‘저기 나오는 직업해라’라고 조언하셔서 연기학원에 가게 됐다. 연기가 힘들고 어렵기도 하지만 작품마다 배울 점을 생겨 뿌듯하다”고 돌이켰다. 마음먹은 목표는 야무지게 쟁취하는 편이다. 건국대학교 영상영화학과 시절 연출 수업을 들으며 단편 연출도 했다. 오랜 조‧단역 끝에 200대 1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SKY 캐슬’을 스스로도 “전환점”이라 꼽았다. 당시 연기력이 주목받으며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 MBC)에선 독특한 1인 3역을 해냈다.
‘불도저에 탄 소녀’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선보여 호평받았다. 김혜윤은 “부산영화제 상영을 보며 낯설었다. 항상 TV나 휴대폰에 나오는 나를 보다가 큰 스크린, 큰 스피커로 내 모습과 목소리를 접하니 뭔가 부끄러웠다”고 돌아봤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감독님과 충분히 대화 나눌 수 있는 점이 색달랐다. 결말을 알고 촬영을 들어가다 보니, 감정을 쌓아가며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는 “전작들과 달리 어떤 모습으로 연기할지 상상이 잘 안 가서,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이어서”다. “긴장되고 낯설지만 색다른 경험인 것 같아요.” 김혜윤의 도전은 계속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