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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우즈 마스터스 우승할 수 있을까...53m 고저차, 날씨 관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부상에서 재기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우즈. [AP=연합뉴스]

2019년 부상에서 재기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우즈. [AP=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다시 필드에 복귀한다.

우즈는 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기자회견에서 “지금으로선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9홀 더 연습 라운드를 해 볼 예정"이라며 불참 가능성을 남겨뒀으나 칼을 뺐다가 그냥 넣는 성격이 아니어서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

우즈는 지난해 2월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잘라야 할 것 같다'는 진단을 받은 자동차 사고를 당한 후 약 14개월 만에 복귀한다.

그가 정규 대회에 출전하는 건 2020년 11월 코로나 19로 인해 가을에 치러진 마스터스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우즈의 세계 랭킹은 973위다. 우즈는 지난해 12월엔 아들 찰리와 함께 카트를 타고 이벤트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차 사고는 이전 부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쪽 다리 경골과 비골을 비롯해 여러 곳의 뼈가 부러졌다.

기자회견하고 있는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기자회견하고 있는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발과 발목에 나사와 핀을 삽입해 고정해야 했다. 병원에서 한 달, 집에서 두 달을 더 누워 있었다. 아직도 아프냐는 질문에 우즈는 “매일 매일 아프다”고 했다.

우즈는 “걷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은 평지가 없다. 72홀을 돌아야 하는 긴 싸움이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평지든 모두 힘들다"고 말했다.

TV로 보면 그리 가파른 것 같지는 않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은 고저 차가 크고 그린 경사도 심하다. 한국의 산악 골프장처럼 구릉지에 있는 클럽하우스 근처 1번 홀에서 출발해 최저점을 거쳐 다시 클럽하우스로 올라오는 루트다.

가장 높은 1번 홀 그린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12번 홀 개울의 고저 차는 53.3m다. 나이아가라 폭포(53.6m)와 30cm 차이다.

53m 등반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일정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아니라 계속 오르락 내리락이라면 힘들다. 오르막 내리막은 힘도 들지만, 실제 걷는 거리는 더 길다. 스코어카드의 야디지는 평지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야디지상 거리는 7510(6867m)야드인데 실제 걷는 거리는 20% 이상 늘어날 것이다. 야디지에 안 나오는 홀과 홀 사이 거리도 1km 정도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우즈. [AFP=연합뉴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우즈. [AFP=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선수들은 8km를 넘게 걷는다. 경사를 탐색하려 그린을 걷는 거리도 얼추 1km 정도 될 것이다.

다리를 다친 우즈에겐 부담스럽다. 우즈는 그래서 일주일 전 대회장을 찾아 일종의 트레킹 테스트를 했다. 우즈는 “대회 기간 중 발이 부을 텐데 밤에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상이 악화되면 대회 중간에 기권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우즈의 성적은 어떨까. 그는 “내 목표는 항상 우승이며,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출전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연습 라운드에서 캐리 거리 295야드 정도의 드라이브샷을 쳤다. 2019년 봄 마스터스 우승 때의 스윙 스피드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연습 라운드한 프레드 커플스는 “우즈가 드라이버를 기계처럼 잘 쳤다. 아이언은 원래 잘 치고, 당연히 퍼트도 할 줄 안다. 72홀을 걸을 수만 있다면 우승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오거스타에서 매우 강하다. 21세 때인 1997년 마스터스에서 12타 차로 우승하는 등 5승을 했다.

1997년 21세로 12타 차 우승한 우즈. [AP=연합뉴스]

1997년 21세로 12타 차 우승한 우즈. [AP=연합뉴스]

허리를 다쳐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판정을 받고 재기한 2019년에도 그린 재킷을 입었다. 우즈의 메이저 15승 가운데 5승이 마스터스에서 나왔다. 프로가 된 이후 21번 출전해 톱 10에 14번 들었다.

대회 기간 중 날씨도 좋지 않다고 예보됐다. 걷는 게 더 불편하고 샷거리도 줄어든다. 그린이 부드러우면 모두 온그린시켜 퍼트 컨테스트가 될 수도 있는데, 아이언을 잘 치는 우즈로선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나 우즈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2008년 US오픈에서 그는 왼쪽 무릎을 다쳐 절뚝거리며 72홀에 연장 19홀을 더해 91홀을 돌아 우승했다. 우즈는 “그 대회에서 다른 생각을 지우고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우즈가 우승하면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마스터스 통산 최다 우승 기록(6승)을 따라잡는다. 역시 니클라우스가 가진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 기록(46세 2개월 24일)을 경신한다.

83승으로 PGA 투어 최다승이 되며 니클라우스가 가진 메이저 최다승(18승)에 2승 차로 쫓아간다.

지난해 2월 우즈의 교통사고 차량.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우즈의 교통사고 차량. [AP=연합뉴스]

골프에서 가장 큰 인간 승리는 벤 호건의 1950년 US오픈 우승이 꼽힌다. 호건은 1949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이듬해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우즈는 당시 벤 호건보다 10살이 많고, 더 많이 수술을 받았으며, 정신적 고통도 더 겪었다. 우즈가 우승하면 호건의 우승보다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우즈는 7일 밤 11시 34분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호아킨 니만(칠레)과 함께 1라운드 경기한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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