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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견 아빠'의 배신…후원 수천만원 챙기고 잠적, 결국 입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택배견 ‘경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택배견 ‘경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반려견을 화물차에 태우고 다니며 일을 해 화제를 모은 택배기사가 반려견 수술비 명목으로 빌린 돈과 후원금을 가로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4일 국민신문고 진정을 통해 사건을 접수하고 택배기사 A(34)씨를 사기·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인 ‘경태’와 ‘태희’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자신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돈을 빌린 뒤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국민신문고 진정 외에도 5일 A씨를 고소한 사람이 있어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려 한다”며 “아직 정확한 피해자의 수나 피해금액이 특정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택배견 경태. [인스타그램 캡처]

택배견 경태. [인스타그램 캡처]

A씨는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글을 올려 “경태와 태희가 심장병을 진단받았는데 최근 누가 차 사고를 내고 가버려 택배 일도 할 수 없다”며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후 그는 “허가받지 않은 1000만원 이상의 개인 후원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총 모금액과 사용처도 공개하지 않았다. 직접 메시지를 보내 빌린 돈도 대부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후원금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A씨가 이렇게 빌린 돈은 수천만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A씨가 실제로 반려견 치료에 쓴 금액은 약 3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강아지들이 심장병 등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병원비는 모두 합쳐 277만원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나간 약값은 한 달에 3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경태와 태희를 치료한 동물병원 측은 “심장 쪽으로는 수술할 수가 없어 약을 일주일 단위로 처방했다”고 밝혔다.

택배견 경태와 태희. [인스타그램 캡처]

택배견 경태와 태희.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A씨는 지난 2020년 자신이 모는 택배 차량에 몰티즈 종인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A씨는 지난 2013년 목숨이 위태로운 유기견을 발견하고 치료한 뒤, 경태라고 이름 붙여 키웠다. A씨는 2018년부터 택배 일을 시작하면서 경태가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자, 택배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함께 일을 다녔다.

고객들 사이에서 경태가 A씨와 함께 즐겁게 택배 배달을 다니는 사진과 증언들이 올라오면서 ‘택배견’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A씨가 일하는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3월 동물보호소에 봉사를 가 시츄 태희를 추가로 입양해 네티즌들의 응원을 받았다. CJ대한통운은 태희를 ‘명예 택배기사 2호’로 임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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