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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을때만 자리 떴다, 간이침대서 선거 관리한 尹 '야전 사령관'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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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ㆍ9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월 초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5층 상황실 구석에 간이침대 하나가 들어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인 윤재옥 의원(3선ㆍ대구 달서을)의 침소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당시는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위기를 느낀 윤 의원은 상황실에서 마른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24시간 상주하기 시작했다. 대선 당일 대다수 국민의힘 인사들이 신문ㆍ방송 카메라 수십 대가 놓인 국회 헌정기념관 개표 상황실에 모였을 때도, 그는 당사 상황실에서 끼니를 거르며 최후까지 개표 상황을 점검했다.

20대 대선 기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5층 상황실장실에 놓여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의 간이침대. 윤재옥 의원실 제공

20대 대선 기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5층 상황실장실에 놓여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의 간이침대. 윤재옥 의원실 제공

검ㆍ경 다른 길 걷던 尹ㆍ尹…위기 순간서 구원 등판

이처럼 대선 기간 누구보다 헌신했단 평을 받는 윤 의원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은 짧다.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중앙지검장ㆍ검찰총장 등 검찰의 핵심요직을 거친 윤 당선인과, 경찰대 1기 수석 입학ㆍ졸업 후 경기경찰청장 등 엘리트 경찰 코스를 밟은 윤 의원은 좀처럼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다.

둘이 처음 만난 것도 윤 당선인이 지난해 국민의힘에 입당(7월 31일)하고 나서 두 달이 더 지난 뒤였다. 10월 2일 경남 거창 김태호 의원 부친상 상가에서 우연히 만나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서로 “검찰(경찰) 시절 얘기 많이 들었다”는 짤막한 대화만 오갔다고 한다.

지난 2월 14일 윤재옥 국민의힘 선대본 부본부장(오른쪽)과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2월 14일 윤재옥 국민의힘 선대본 부본부장(오른쪽)과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거리가 좁혀진 건 윤 당선인이 위기를 겪을 때였다. 지난 연말 김종인 체제가 흔들리고,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이 거듭되면서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에 오차범위 밖으로 뒤처지기 시작했다. 결국 캠프를 해체하고 전면 개편하는 수순까지 밟았다. “인맥ㆍ학연 등 모든 것을 떠나서 당장 일을 잘할 사람이 필요한 순간”(캠프 조직 담당 실무자)이 온 것이다.

김종인 체제에서 당 전략자문위원장을 맡아 주 1회씩 윤 당선인에게 정세 분석과 전략을 보고하던 윤 의원이 이때 권영세 의원과 함께 전격 구원 등판했다. 권ㆍ윤 의원은 18대 대선때 박근혜 캠프에서 각각 종합상황실장ㆍ정세분석단장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윤 의원에게 “새로 출범하는 선대본 상황실장은 매우 중요한 자리”라며 “윤 의원이 맡아 선거 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책임지겠다”…야전 사령관 윤재옥

윤 의원은 상황실장을 맡은 후로 매일 아침 비공개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캠프 전반 사안을 관리했다. 상황실을 떠나는 순간은 씻으러 국회 의원회관을 가거나, 옷가지를 가지러 송파 자택에 잠시 다녀오는 정도였다. 국민의힘 국장급 당직자는 “홍보 영상에 들어가는 문구까지 일일이 윤 의원이 컨펌했다”며 “캠프 캠페인 국면은 윤 의원이 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24시간 실무자들의 보고를 받으면서도 윤 의원은 “상의할 일이 있으면 밤이든 낮이든 늦추지 말고 모두 보고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보고를 받겠다는 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며 “부담 갖지 말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에 부정적인 보고를 주저하는 당직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등 선관위의 부실 관리 이슈가 터진 지난달 5일 사전 투표 때도 그는 김은혜 당시 공보단장 등을 불러 당일 저녁 선관위 항의 방문을 주도했다. 보수 지지층 중심으로 부정 투표 논란이 확산할 것을 우려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선 막판까지 투표 독려 라이브 방송 등 홍보 영상을 대거 쏟아낸 것도 윤 의원의 지시였다.

이 때문에 그와 일해본 실무자들 사이에서 그는 “일을 되게 만든 사람”, “꼬인 실을 풀어주는 사람”, “주연보다 빛나는 아름다운 조연”이란 평가를 받았다. 간이침대에서 선거를 관리하는 그를 ‘야전 사령관’에 빗대는 이도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윤재옥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윤재옥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원내수석ㆍ정무위원장 역임…행안부 장관 하마평

대선 승리 확정 이튿날인 지난달 11일까지 상황실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당으로 돌아온 윤 의원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다. 경찰 출신으로 정무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주로 행안위를 오래 한 만큼, 새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 물망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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