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야, 너두 앱 만들 수 있어" 개발자 없어도 뚝딱, 노코드 열풍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최근 ICT 분야에서는 코딩을 몰라도 마우스 클릭과 음성만으로 프로그램·앱을 만드는 노코드(no-code)·로코드(low-code)가 주목받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노코드·로코드 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노코드를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노코드·로코드가 뭐길래

노코드는 말 그대로 코딩 없이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개발자 직군, 일반인들도 포토샵·파워포인트처럼 드래그앤드롭만으도 간단한 앱,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로코드는 코딩 과정을 최소화해 개발자들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게 돕는 것. 리서치 기업 가트너는 "2024년에 나올 앱 10개 중 7개는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에서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69억달러(약 20조 6000억원)이던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 455억달러(약 50조 90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코드·로코드 플랫폼 시장 규모.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노코드·로코드 플랫폼 시장 규모.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온라인의 일상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AI는 각종 앱이나 가전은 물론, 업무용 소프트웨어(B2B SaaS) 시장에도 빠르게 침투 중이다. 동시에 AI 인재 구인난은 더 심각해졌다. 한국 정부는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 인재가 약 4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송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개발자 구인난이 커지면서 일반 직원들이 노코드·로코드 플랫폼 등을 활용해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인력 수준별 수요 및 공급.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소프트웨어 인력 수준별 수요 및 공급.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음성 명령만으로도 AI가 코딩할 수 있는건 AI가 똑똑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픈AI가 2020년 6월 공개한 초거대 AI ‘GPT-3’는 AI모델의 기존 문법을 바꿨다. 파라미터(변수·AI 모델의 성능과 용량을 가늠하는 단위) 수를 전작 GPT-2(15억개) 대비 100배 이상(1750억개) 늘렸더니,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할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다. KT의 류휘정 라지AI 태스크포스 팀장은 “숙련된 개발자의 프로그램 언어 지식으로 명령어를 만드는 일(코딩)이 이제까지의 개발 방식이었지만, 초거대AI가 등장하면서 AI가 인간의 말(자연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노젓고 있는 빅테크

MS의 파워앱스 기반으로 만든 '오늘의 점검' 앱은 차량 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기술적으로 감지,보고해준다. [사진 MS]

MS의 파워앱스 기반으로 만든 '오늘의 점검' 앱은 차량 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기술적으로 감지,보고해준다. [사진 MS]

글로벌 기업들은 노코드·로코드 붐이 일기 전부터 관련 서비스들을 준비해왔다. 구글이 지난해 1월 인수한 '앱시트'는 코딩을 못하는 직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간단한 앱을 제작할 수 돕는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선택하고, 어떤 모양으로 앱을 구현할 것인지 클릭 몇 번만 하면 된다. 구글 클라우드 관계자는 "앱시트 덕분에 단순 작업은 직원 개개인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기업들의 앱시트 관련 문의가 최근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MS의 개발 플랫폼 '파워앱스'에선 지난해부터 일상 대화만으로도 코딩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만약 쇼핑몰 업체 직원이 "'아동'으로 시작하는 제품들 찾아줘"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관련 데이터를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노코드·로코드란?.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노코드·로코드란?.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한국선 네이버·카카오·업스테이지

국내에서도 노코드·로코드 기술이 B2B(기업간거래)·B2C(기업·소비자간거래) 서비스에 확산되는 중이다. 네이버가 2월 클로즈베타를 시작한 ‘클로바 스튜디오’는 노코드 AI 도구를 지향한다. 이용자가 활용 목적과 예시를 몇 개만 입력하면 원하는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네이버 선물하기’ 담당자들은 지난해 코딩 한 번 안하고 ‘선물 문구 입력 AI’를 만들었다. 상품명, 선물 의도 등을 입력하면 AI가 “내 옆에서 힘이 돼주어서 고마워,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자” 같은 문장을 생성한다. 네이버는 향후 클로바 스튜디오를 AI 개발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처럼 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김정준 클로바 스튜디오 기획 담당은 “글짓기나 감정 분석 같은 일을 노코드AI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검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개발인력 부족한 클라이언트들의 고충을 ‘로코드’로 빠르게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드래그 앤 드랍을 하거나 일상적인 언어만으로도 쉽게 ‘챗봇 플랫폼’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기업간 거래(B2B)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스스로 넣을 수 있는 ‘앱 빌더’가 핵심이다. 류성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파트장(로코드 담당)은 "모든 회사들이 개발자를 충분히 갖추기 힘든 상황에서 원하는 기능을 갖춘 맞춤형 빌더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출신 AI 전문가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노코드 B2B 시장을 준비 중이다. 하반기 중 노코드·로코드 기반 B2B 솔루션 ‘AI팩’을 출시한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그 기업에 최적화된 AI 기술을 개발해주는 솔루션이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최고기술책임자)는 "AI 분야에서도 표준화·자동화가 진행되면서 노코드·로코드가 가능해졌다"며 "앞으론 서비스 기획자가 (노코드를 활용해) 개발자의 역할을 일부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코드·로코드 특징.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노코드·로코드 특징.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개발자의 미래는

현재는 노코드·로코드는 단순 반복적인 코딩 작업에 주로 쓰인다. 대중화되려면 AI 기반의 높은 코딩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유명한 구글의 AI 자회사 딥마인드가 지난 2월 공개한 코딩하는 AI 알파코드는 인간 뺨치는 코딩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까지 갖췄다. 딥마인드는 중앙일보 팩플팀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코드나 솔루션을 복사하는 정도를 넘어서 복잡한 문제와 자연어를 이해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AI가 한 단계 더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노코드가 발전한다면, 인간 개발자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는 "노코드·로코드로 해결되는 수준의 프로그래밍을 인간 개발자가 할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대신 더 높은 수준의 도전 과제가 생길 것이고, 그걸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팩플레터 220호의 요약본입니다. 노코드·로코드 열풍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팩플레터 220호(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1248)를 보세요.

관련기사

팩플

비즈니스의 미래, 팩플. 혁신기업의 트렌드와 이슈를 뜯어보는 테크&비즈니스 뉴스 ‘팩플’입니다. 화·목·금요일 아침 팩플레터를 받아보세요. joongang.co.kr/factpl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