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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방선거가 대선 주자·낙선자 위한 이벤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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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60여 일 앞둔 1일 세종시 호수공원에 설치된 투표 홍보물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선거일 전 60일인 2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의 각종 행사 개최·후원이 금지되고, 정당·후보자 명의의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 [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60여 일 앞둔 1일 세종시 호수공원에 설치된 투표 홍보물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선거일 전 60일인 2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의 각종 행사 개최·후원이 금지되고, 정당·후보자 명의의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 [뉴스1]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는 당내서도 반발

김동연·유승민·김영환·이혜훈은 ‘무연고’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을 잘 알고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는 선거다. 그래서 지방자치(地方自治) 또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특정 지방에 나타나는 특유의 성질이 요체란 의미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연장전 같다. 별다른 지역 연고가 없는 이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뛰어든다. 지방 정치의 자리에 중앙 정치가 밀고 들어가는 꼴이다. 여덟 번째인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독 심하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가, 더욱이 ‘86세대 용퇴론’까지 제기하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한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더 큰 선거에 나오겠다니 황당하다. 국회의원 5선을 하고 시장까지 한 인천을 떠나 서울로 옮기겠다는 발상도 놀랍다. 본인은 ‘선당후사(先黨後私)’라고 주장하고 당 안팎에선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측의 입김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계파 정치를 할 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내에서 “부자연스럽다”(조응천), “명분이 없다. 당에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김민석)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경기도지사직은 대선후보들의 ‘재도전 디딤돌’처럼 여겨지고 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얼마 전 “경기도의 미래 비전,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한 콘텐트로 도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별 인연이 없는 그가 과연 경기도의 미래와 비전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숙고할 시간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유 전 의원 스스로 “저는 대구·경북의 꼿꼿한 선비정신을 제 몸에, 핏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역시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뒤 대구시장으로 과녁을 돌린 홍준표 의원의 행보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의 현역 의원이라곤 하나 경남도지사를 재선하며 경남 연고를 과시하곤 했었다. 이제 와 대구로 ‘낙향’이라고 하기엔 면구스럽지 않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군은 더한 코미디다. 별다른 연고가 없던 총선 낙선자들의 등장 때문이다. 바로 국민의힘 김영환·이혜훈 전 의원이다. 얼마 전 출마 선언을 한 김 전 의원은 충북 괴산 출신이라곤 하나 정치적 기반은 수도권이었다. 안산에서 4선을 했고 경기도지사에 도전했으며 마지막 출마지는 고양이었다.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혜훈 전 의원은 “아버지 고향이 충북 제천인 충북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이 전 의원도 서울 서초에서 3선을 했고 지난 총선에선 서울 동대문에서 뛰었다.

이번 대선에서 ‘지방’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방 일꾼을 뽑아야 할 지방선거에서마저 이렇듯 ‘지방’이 안 보이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