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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KB바둑리그 수려한합천 1위, 신진서 전승 마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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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일요일 밤,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마지막 대결이 펼쳐졌다. 수려한합천과 셀트리온의 대결인데 공교롭게 첫판에 양 팀 주장인 박정환과 신진서가 격돌했다. 결과는 신진서 승리. 팀도 3대2 승리. 신진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홀로 전승(16전 16승)을 거두며 바둑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 신진서의 최강자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중국기사에 전승, 일본기사에 전승, 그리고 이번엔 국내 바둑리그에서도 전승이다. 그는 이날 바둑리그 100승도 달성했다.

수려한합천은 셀트리온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패배했으나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포스코케미칼과 10승 6패로 똑같고 개인 승수도 48승 동점을 이뤘으나 상대 전적에서 앞서 아슬아슬 1위에 올랐다. 스텝래더 방식의 포스트시즌에서 맨 꼭대기에 서게 됐다. 수려한합천은 2지명 박영훈의 눈부신 활약(12승 4패)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주장 박정환(11승 5패)과 5지명 박종훈(9승 6패)도 제 몫을 다했다. 승부란 묘한 것이다. 셀트리온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이 3명은 모두 패배했으나 그간 조금 부진했던 나현과 김진휘가 승리하며 1위를 지켜냈다.

2021-2022 KB국민은행바둑리그 팀성적

2021-2022 KB국민은행바둑리그 팀성적

전기 우승팀 셀트리온은 승리 보증수표 신진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6위에 턱걸이해 5위의 바둑메카 의정부와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벌이게 됐다. 리그가 시작될 때 감독들은 포스코케미칼과 셀트리온을 양강으로 꼽았으나 그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포스코케미칼은 변상일(12승 4패)과 이창석(10승 5패), 최철한(9승 6패)에다 4지명 박건호(10승 6패)까지 큰 몫을 했다. 사실 포스코는 흠잡을 데 없는 팀으로 누가 봐도 1위가 유력했으나 결과는 간발의 차이로 2위. 마지막 라운드에서 Kixx에 2대 3으로 패배한 것이 1, 2위를 갈랐다.

3위는 의외로 컴투스타이젬이 차지했다. 타이젬은 리그 출발 시엔 약체로 지목됐으나 4지명 박진솔(10승 5패)과 주장 박하민(10승 6패), 거기에 여자기사 최정(9승 6패)이 놀라운 투혼을 보이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바둑리그 유일한 여자기사 최정은 전반기는 3승 4패였으나 후반기 6승 2패로 크게 활약했다. 특히 결정적인 고비에서 팀이 3대 2 승리를 거두는데 수훈을 세우며 타이젬을 3위로 끌어올렸다.

Kixx는 시즌 내내 고전의 연속이었다. 주장 신민준(8승 8패)의 부진으로 인해 초반엔 거의 힘을 펴지 못했다. 그런데 후반 들어 김승재가 살아나고 박민규도 한팔 거들었다. 마지막 포스코케미칼과의 대국에서 박민규는 강적 변상일을 꺾었고 신민준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철한에게 반집 역전승을 거두며 3대 2 승리를 만들어냈다. Kixx는 막판 기적 같은 6연승으로 4위를 차지했다. 그러고 보니 1~4위의 전적이 10승 6패로 똑같다. 개인 승수 차이가 순위를 정했다.

5위는 바둑메카 의정부. 의정부는 주장 김지석(11승 3패)과 설현준(11승 5패)이 기대에 부응하며 전반기에 1, 2위를 오갔으나 뒷심이 부족해 5위까지 미끄러졌다.

KB바둑리그는 이렇게 정규시즌을 마쳤다. 9팀 45명의 선수와 2부리그 27명의 투혼이 새겨진 576판의 바둑이 다 끝났다. 뒤돌아보면 둘 때마다 이기는 신진서, 남자들을 거침없이 제압해 나가는 여자기사 최정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비록 팀(YOUWHO)은 탈락했으나 온몸의 기운을 남김없이 쏟아내며 심혈을 기울이던 바둑리그 최연장자 이창호의 분투도 잊혀지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은 7일과 13일, 바둑메카 의정부와 셀트리온이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벌이고 5월 7~13일엔 최종 챔피언 결정전이 열린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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