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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깎는 노력은 꼭 실패"…'316억 매출' 1타강사 후회,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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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출연한 이투스 강사 이지영씨.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출연한 이투스 강사 이지영씨.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입시교육업체 이투스 소속 사회탐구 영역 스타강사 이지영씨가 지난 2018년 모든 강의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해 죽음의 고비를 맞은 적이 있다며 "뼈를 깎는 노력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5일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을 통해 "고3 수험생들에게 끊임없이 '독해져라'고 강조해온 제가 알고 보니 가장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었다"며 살인적인 스케줄로 건강에 치명상을 입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이씨는 "얼마를 준다면 맹장이 터져서 온몸에 고름이 차 있는데도, 열이 38도가 넘는데도, 마감을 지키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냐"며 "얼마를 준다면 생명을 건 모험을 감수하시겠냐"고 운을 뗐다.

이씨는 매해 7월은 매출 피크 시기라며, 여름방학 특강을 앞두고 일주일 내에 최신 유형을 반영한 특강 교재를 만드는 등 긴박한 작업이 이뤄지는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필 그 시기에 배가 아팠다"며 "아픈 정도가 심각했지만 개강이 미뤄지면 중요한 9월 모의고사 전에 완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도저히 일정을 미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건강을 방치한 채 작업에 몰두한 그는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이씨는 당시 내시경 사진을 공개한 뒤 "급성 충수염으로 맹장이 터져서 복막염으로 진행됐는데 그걸 모르고 사흘 넘게 방치해 안에 복수가 찬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살다 살다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 온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며 "의사가 '어떤 중요한 일이기에 자신의 몸을 이렇게 가혹하게 다룰 수 있냐'고 물었는데 제게는 충격적인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모두들 이 정도는 감내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의사가 미련하다, 무식하다고 혼내는 걸 보고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그런 생각도 잠시, 마감 기한 내 넘기지 못한 원고가 생각나 안절부절못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일주일 이상 입원해야 한다는 의료진 말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해 여름방학 특강을 진행했다.

이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어리석고 한심하죠?"라고 자문한 뒤 "얼마의 보상이 있다면 그런 생살을 깎아 먹고, 건강에 치명적인 어리석고 무식한 선택을 하겠나"라고 했다.

개인 교재 59억·강의 판매 218억·현장 강의 39억 매출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출연한 이투스 강사 이지영씨.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출연한 이투스 강사 이지영씨.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이날 이씨는 자신의 연간 매출액을 공개하기도 했다. 개인 교재 매출 59억원, 강의 판매 매출 218억원, 현장 강의 매출 39억원 등이다. 이씨는 "당시 저는 인터넷 강의 사이트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강사였기 때문에 계약 조건이 유리했고 저 금액의 50~70%를 수익으로 정산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생각이 달라지시냐"며 "저 정도 숫자라면 몸을 갈아서라도 일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드시냐"고 물었다.

이씨는 "지금의 저라면 억만금을 준다 해도 일론 머스크처럼 부자가 된다 해도 절대로 그런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때까지만 해도 저의 독함이 모두의 표본이 되고 독함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7년 11월,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때를 언급하며 "인강 강사는 일 년 중 유일하게 수능 직후 1주일 동안 달콤한 휴가를 받는데 2017년에는 수능이 연기되면서 뉴스 인터뷰, 일주일간의 무료 특강, 수험생들을 위한 무료 자료 배포 등으로 그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퇴원 강행과 그후 피로 누적의 결과로 2018년 4월 죽음의 고비를 만났다"며 "모든 강의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는 숟가락을 들 수 없었고 턱에 힘이 없어 음식을 씹을 수도 없었다. 턱 끝까지 죽음의 공포가 차올랐고 신체의 모든 수치는 죽음을 향하고 있었다. 강사로 복귀도 불투명했다.

이씨는 "계약서상 강의 중단으로 인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계약금, 지급받은 주식 가치, 매출액, 홍보비, 이미지 실추 비용, 앞으로 기대하는 수익을 합산해 도합 3배까지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토록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성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생각해보니 저는 정말 최악의 실수를 했다"며 "피곤에 지친 고3 수험생들에게 하루에 3시간 자도 죽지는 않는다고 죽을 각오로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큰 후회가 밀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쉬어가며 공부하라고 할걸, 자신을 학대하면 안 된다고 얘기할걸, 제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다 늦어버린 그때야 알게 됐다"고 했다.

회복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때, 이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세상과 단절한 채 가족들과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두 달의 휴식과 깊은 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건강한 여유는 제게 기적적인 회복을 가져다줬다"며 "지난 삶에서 이렇게 단 한두 달 만이라도 휴식을 줬다면 죽음의 고비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니 제가 더 어리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뼈를 깎는 노력은 반드시 실패한다"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출연한 이투스 강사 이지영씨.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출연한 이투스 강사 이지영씨.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석 달 후인 같은 해 7월 건강을 회복해 현장에 복귀한 그는 "건강이 없으면 인간 이지영, 강사 이지영은 존재할 수 없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야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일 이후 제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휴일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7일 내내 수업하던 대치동 현장 강의를 주 3일로 줄였다고 했다.

또 편의점 도시락과 계란으로 때우던 식사도 30분씩 시간을 내서 건강한 한식 차림으로 먹고 있다. 학생들이 내신에 집중하는 기간인 4월과 6월에는 휴강 기간도 갖는다. 그는 "이때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며 마음을 정리한다"며 "이렇게 여유가 생기다 보니 강의 내용도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에겐 절대 큰 선물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것도 자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진짜 귀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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