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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죽자 "돈 달라" 나타난 동생…이런 상속 45년만에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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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부모·자녀가 없이 사망한 사람의 형제‧자매가 고인(故人)의 뜻과 관계없이 재산 중 일부를 상속받을 권리를 없애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민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민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법무부는 형제‧자매의 유류분(遺留分)을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류분은 고인의 유지(遺旨)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비율이다.

현행 민법은 직계비속(자녀·손자녀)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정했다. 형제‧자매의 경우 유족 중 배우자와 자녀, 부모가 모두 없을 경우에만 상속권이 인정된다. 유류분 제도로 인해 고인이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싶어도 유류분에 규정된 비율 만큼은 줄 수 없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도입됐다. 과거 상속이 주로 장남에게만 이뤄지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을 비롯한 다른 자녀에게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해 주려는 취지였다.

정부는 40년이 훌쩍 지난 현재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유류분 제도를 일부 손봤다. 법무부는 “형제‧자매간 경제적 유대 관계가 약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상속 재산에 대한 망인(亡人)의 자유로운 처분 의사를 존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제도가 폐지되면 직계 가족이 없는 고인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단체에 모든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 생전 연락이 끊겼던 형제‧자매가 사후 법정 상속분을 요구할 수도 없게 된다.

법무부는 개정안을 오는 8일 국회에 제출한다. 올해 국회에서 통과하면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권리는 45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현행 유류분 비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행 유류분 비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와 함께 미혼의 독신자에게 친양자(親養子)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혼인 중인 부부만 친양자 입양이 가능하다.

아울러 법무부는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에도 한정승인(상속 재산 한도 내에서만 채무 승계)을 할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이날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미성년자의 ‘빚 대물림’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법은 미성년자가 상속받을 빚이 재산을 초과하더라도 미성년자가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하지 않으면 상속인에게 상속 채무가 전부 승계된다. 법을 잘 모르는 미성년자가 자칫 때를 놓쳐 부모의 빚을 모두 떠안을 가능성이 큰 구조다.

이에 법무부는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상속 채무가 상속 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성년이 되기 전에 안 경우에는 성년이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성년자는 앞으로 부모의 빚에 구속되지 않고 보다 공평하고 공정한 경제생활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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