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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빨라지는 벚꽃 개화…거세지는 ’3월 식목일’ 주장

중앙일보

입력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벚꽃이 피어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벚꽃이 피어있다. 연합뉴스

올해 서울의 공식 벚꽃 개화 시기는 4월 4일로 평년(4월 8일)보다 4일 빨랐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3월의 평균 기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벚꽃은 지난해엔 3월 24일, 2020년엔 3월 27일에 개화했다. 기상청이 1922~2022년 101년 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3월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벚꽃 개화일이 빨라지고 있다.

꽃 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현재 4월 5일인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봄이 빨라지는 만큼 나무도 그만큼 빨리 심어야 잘 자란다는 이유에서다.

"꽃잎 피기 전에 심어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학적으로 나무를 심기 가장 적당한 시기는 언 땅이 풀리고 잎눈·꽃눈이 트기 직전이다. 그런데 나무를 심기 전 꽃과 잎이 먼저 피어버리면 땅의 수분과 양분이 부족해진다.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사무총장은 "나무가 잘 자라려면 초기 수분 공급을 잘 받아야 하는데 꽃이 다 피어버리는 4월 5일은 부적합하다. 나무 심기 행사의 기점이 되는 식목일을 지금보다 10일 이상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101년간 서울 벚꽃 개화일(파란색)과 3월 평균 기온(주황색) 추세. 자료 기상청

101년간 서울 벚꽃 개화일(파란색)과 3월 평균 기온(주황색) 추세. 자료 기상청

새 식목일 후보는 3월 20~24일 사이다. 최근 이 시기에 식목일이 지정된 1946년 4월 5일의 기온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평균 기온은 7.7도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분석한 나무를 심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인 6.5도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2월 28일 국내 기온은 이미 6.5도를 기록했다. 반면 4월 5일의 일 평균기온은 1949년에 7.9도였지만 2021년엔 11.9도까지 올랐다. 올해 식목일인 5일의 아침 최저기온은 4.9도였고 낮 최고기온은 14.4도로 예보됐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2~4월 기온 상승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5년 전 100만인 서명했지만

시민단체에선 10여년 전부터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13년째 3월 중순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오쇠삼거리 일대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나무도 건강하게 하고 기후변화 실태도 알린다는 게 행사의 목적이었다. 5년 전엔 자연보호중앙연맹이 "식목일을 앞당겨달라"는 시민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전달했다. 김용덕 사무총장은 "산림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그때도 지금도 식목일을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산림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성인 1006명 중 56%가 '3월 식목일'에 찬성했다.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해서',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해서' 등의 이유였다. 같은 달 국회에선 식목일을 3월 20일로 변경하는 산림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서울 강서구 오쇠삼거리에서 열린 13회 온난화식목일 행사에서 이팝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서울 강서구 오쇠삼거리에서 열린 13회 온난화식목일 행사에서 이팝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3월 식목일' 논의는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아직은 현행 식목일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많아서다. 4월 5일은 신라 문무왕이 당의 세력을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이룬 날이자 조선 성종이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낸 날이란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 또한 기온뿐 아니라 강수량 등 다른 기후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산림청 내부 반대도 있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56%가 찬성하긴 했지만 반대한 44%도 적은 숫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잠정 중단되기는 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원한다면 '3월 식목일'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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