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4.1%↑, 10년3개월만에 최고…유가상승에 물가 폭탄

중앙일보

입력 2022.04.05 11:11

업데이트 2022.04.05 15:21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1%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건 2011년 12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물경기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석유가 끌고, 외식이 밀고

5일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이후 6개월 연속으로 3%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공업제품‧석유류 가격 인상에 외식 등 서비스물가 상승이 ‘쌍두마차’로 물가를 견인하고 있다.

주요 품목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품목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단일 품목 중 물가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석유류다. 석유류는 전년 같은 달보다 31.2%가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휘발유(27.4%)‧경유(37.9%)‧등유(47.1%)가 올랐다. 전체 물가상승률(4.1%) 중 1.32%포인트가 석유류의 기여도다. 유가는 공업제품 가격과도 직결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조원가가 오르다 보니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물가상승률도 6.9%에 달했다.

두바이유 기준 2월 평균 유가는 배럴당 92달러다. 지난달엔 월평균 배럴당 111달러로 20.3% 올랐다. 국제유가는 통상 약 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이달에도 석유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외식 상승률, 23년 11개월 만 최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이어졌다. 특히 외식류가 전년보다 6.6% 올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누적된 데다 소비 수요 회복까지 겹치면서다. 생선회(10.0%)‧치킨(8.3%) 등 가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외식품목들이 줄줄이 올랐다. 외식류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석유류 다음으로 높은 0.83%포인트다.

외식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식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가 오름세가 멈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극적으로 종결되지 않는 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산유국의 생산 능력은 제한돼 있고,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로 두바이‧브랜트유 등 다른 원유 가격이 올라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글로벌 상황까지 고려하면 물가압력은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물가관리, 차기 정부 첫 시험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물가 행진이 주춤하긴커녕 속도까지 붙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물가가 차기 정부의 최대 숙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가는 민생과 직결된다. 특히 대규모 추경을 준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선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걱정을 더하게 됐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로 올해 하반기엔 상승률이 소폭 떨어질 수 있지만 고물가 자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 관리가 차기 정부의 첫 시험대이자 능력을 증명할 첫 무대다. 대외 요인이 큰 만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과 환율 안정과 함께 시중에 풀리는 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정부는 이날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는 조치를 5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유류세 20% 인하를 시행하고 있는 지금보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L당 82원, 경유는 58원 낮아진다. 또 정부는 대중교통‧화물업계에 유가 연동 보조금을 5월부터 7월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L당 2018원, 1978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L당 2018원, 1978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체감 효과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유류세 20% 인하를 시행하고 있어 추가 절감 효과가 L당 100원 미만인 데다 국제유가도 여전히 높아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가 지난해 12월 안정세 찾아가다가 1월부터 다시 올랐다. 4월 국제유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상승세가 지속한다면 유류세 인하가 석유류 오름세를 둔화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와 별개로 새 정부 출범 후 전기ㆍ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고유가와 관련해 서민ㆍ저소득층ㆍ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핀셋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수위 “추경과 물가는 별개 문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새 정부 출범 다음에는 많은 국민이 힘든 상황을 고려해 저희가 여러 국민에게 힘을 드리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경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물가가 연동돼 인상된 것이 있는지 함께 점검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김 대변인 발언에 대해 “민생과 국민 삶의 보존을 위해 노력했던 부분에 대한 재정 투입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국가채무까지 포함해 추경과 물가가 연동되는 부분에서는 일단은 별개로 나눠서 논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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