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문화 콘텐츠에 특화된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Bilibili·哔哩哔哩)가 지난 3월 초 지난해 재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리비리는 사상 최악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중관계 긴장 속 홍콩 증시에 중복 상장을 하면서 성장 활성화를 노렸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얻은 비리비리. 이제는 게임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 공세를 펼치며 성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매출 증가율 ‘최저’, 당기순손실 ‘최대’
지난 3월 3일, 비리비리는 2021 회계연도 재무보고서를 발표하며 매출은 증가했으나 순익은 떨어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1년 비리비리 매출 증가율은 각각 299.49%, 371.7%, 67.27%, 64.16%, 77.03%, 61.54%를 기록,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순손실은 크게 늘었다. 비리비리의 2021년 순손실은 전년보다 122.95% 증가한 68억 900억 위안(1조 3048억 867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비리비리는 2018년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컨설팅업체 베이징하이정(北京海证)은 비리비의 부실한 재정 상태 원인으로 수익 공유 및 마케팅 비용은 많지만 이윤은 매우 감소한 점을 꼽았다. 여기서 말하는 수익 공유 비용은 비리비리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유튜버’ 격)인 UP주(主)에 지급하는 비용과 모바일 게임 및 부가서비스 확대 시 유통 채널에 지급하는 비용을 가리킨다. 또 마케팅 비용은 주로 이용자 확보를 위한 앱(APP)·브랜드·게임 등에 투자하는 자금을 말한다.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비리비리의 수익 공유 비용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77억 위안(1조 4752억 4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리비의 UP주가 빠르게 증가한 것과 맥을 함께한다. 특히 2021년 4분기 비리비리 월간 활성 UP주 수는 304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늘었다. 팔로워가 1만 명 이상인 UP주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비리비리의 2021년 마케팅 비용은 66% 증가한 58억 위안(1조 1114억 54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4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73% 늘며 17억 6200만 위안(3376억 5206만 원)을 기록했다.
연이은 실적 하락에 비리비리의 주가도 휘청이고 있다. 비리비리 주가는 2021년 2월 11일 최고가(주당 157.66달러)를 찍은 후 연일 떨어지고 있다. 2022년 3월 14일에는 주당 14.93달러로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후 소폭 상승했으나 3월 24일 종가 기준 주당 31.55달러를 기록, 지난 1년간 약 80%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뚝 떨어졌다. 지난 1년 동안 비리비리의 시총은 493억 달러(60조 4171억 5000만 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은 밀리지만 ‘2차원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 여전
애니메이션(Animation), 만화(Comic), 게임(Game), 소설(Novel), 코스플레이(Cosplay) 등으로 대표되는 2차원 문화 콘텐츠 시장은 2D를 좋아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비리비리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과 토이시티(Toy City), 팝마트(Pop Mart) 등 오프라인 체험샵이 증가하며 관련 시장의 성장 속도에 불이 붙었다.
중국 아이치이(iQiyi)에 따르면 2016년 189억 위안(3조 6214억 2900만 원)에 이르던 2차원 시장 규모는 2023년 2219억 위안(42조 5204억 78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용자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해 2016년 2억 7000명에서 2023년 5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원 게임 시장 중심으로 성장세를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징하이정은 아이치이의 보고서를 인용해 자국 내 오리지널 게임 콘텐츠와 관련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중국 2차원 게임 시장 규모는 411억 위안(7조 8747억 6000만 원)에 달해 전체 2차원 시장에서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전체 게임 시장에서도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향후 중국 애니메이션과 같은 IP를 활용한 2차원 게임 시장이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속 2차 시장 퍼스트무버이자 선두 기업인 비리비리는 바로 이 ‘게임’을 활용해 실적 개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비리비리, ‘게임’으로 성장 활로 모색
앞서 비리비리는 미국 증시 상장 전부터 게임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일각에서 비리비리를 가리켜 ‘동영상 플랫폼 탈을 쓴 게임회사’라고 부르는 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게임 판호 관련 중국 정책과 시장 경쟁 환경이 악화되는 등 문제가 지속되자 비리비리의 게임 사업 역시 내림세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베이징하이정은 최근 비리비리가 게임회사에 미친 듯이 투자하고 있다며, 사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게임 사업을 다시 소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비리비리는 2022년 들어 베이징 DP스톰(Dragon Punch Storm·龙拳风暴), 광저우(广州) 신위안후둥(心源互动), 일본 이자나기게임즈 등 약 10개 게임회사에 투자했다.
심지어 지난 3월 10~17일 총 8일 동안 게임회사 4개에 한 번에 투자하는 등 게임 사업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10일 인수한 신위안후둥은 2015년 설립된 게임회사로 3D 게임에 주력하는 곳이다. 특히 2차원 스타일의 모바일 게임 제품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확대 방식으로 투자한 DP스톰은 2017년 설립된 곳으로 모바일 게임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더킹오브파이터즈 익스트림매치’와 ‘일루전커넥트’ 등 게임 개발사로 이름을 알렸다.
비리비리는 게임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함과 동시에 홍콩증권거래소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비리비리는 홍콩증권거래소에 기존 ‘2차 상장’ 방식에서 ‘이중 상장(Dual listing)’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먹구름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10일 얌차이나(YumChina·百胜中国), 베이진(BeiGene·百济神州) 등 중국 기업 5곳이 외국기업책임법(HFCAA)을 위반해 상장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옥죄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알리바바, 바이두, 비리비리 등 중국 기업의 무더기 방출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차 상장과 달리 이중 상장은 홍콩주식과 미국 주식예탁증서 간의 교환거래는 불가하다. 그러나 중타이궈지(中泰国际)는 홍콩에 이중 상장한 기업의 경우 강구퉁(港股通, 상하이와 선전거래소를 통한 홍콩 주식 거래) 거래 종목으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비리비리의 대체 자금원 확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비리비리의 유연한 전략 모델에도 단 시간 내에 수익성을 올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본적인 수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UP주와의 수익 배분 조정 ▲사용자의 가격 인상 수용 ▲광고주와의 협상 등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비리비리가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성공적으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