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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에 코드맞춘 법무부 "불법 공매도, 주가조작급 엄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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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법무부가 무차입 공매도를 주가조작에 준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징역형 등으로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논쟁적 이슈 중 하나인 공매도 제도에 손질을 가하는 것으로, 특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완전 철폐” 주장이 강한 상황에서 인수위의 최종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미리 빌린 주식을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이 중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부터 하는 거래방식으로 국내에서 금지돼 있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고 실무상 이를 적발하기가 힘들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3월 2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실질적 형사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행위에 준해 엄정히 법률 적용을 하고 검사의 구형도 징역형을 포함해 상향시키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수사단과 범죄수익 환수팀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단속도 강화한다. 현행 구조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 거래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식이지만, 금융당국의 수사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 공매도 거래를 할 때 투자자가 주식을 제대로 빌렸는지 당국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절차도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공매도 거래마다 일일이 빌린 주식을 확인하기 어려워 각 금융투자사가 시스템상 빌렸다고 표기하면 공매도 거래가 가능하게 돼 있다”라거나 “이런 시스템에서는 악의를 가진 투자자가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해도 당국이 즉시 알 방법이 없는 게 현실” 같은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인수위에 “주식 공매도 감시전담 기구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이와 연동한 수사 체계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한 인력 확대 계획도 내놨는데, 우선 금융당국과 협의해 금융위에 자본시장 조사단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현재 16명인 금감원의 특별사법 경찰관을 올해 상반기 중 31명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1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게 법무부의 구상이다.

수사당국의 조사 범위도 증권선물위원회의 수사 의뢰 사건 외에 자체 인지 사건까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행 공매도 시스템은 자금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에 개인 투자자에게 허용되는 투자 한도 제한 문제 등을 포함해 '동학 개미'에게 불리한 점이 없는지 세세히 살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무차입 공매도는 확실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들보다 불리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공매도란=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으로 주가가 내려갈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다. 이는 고평가된 종목의 주가를 진정시키고 하락장세에서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 다만, 공매도 시스템이 자금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개선책이 나오기 전까지 이를 금지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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