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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대근의 인정불가

정말 건수 늘고, 흉악해지고, 어려졌나…청소년 범죄의 실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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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근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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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법은 만 14세 미만 소년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제9조)한다. 이들 중 범죄를 저지른 만 10~13세 소년(촉법소년)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한다. 여기에는 죄에 대한 비난에 성숙의 정도를 고려하는 '근대적 책임 원칙'과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소년법의 취지가 반영돼 있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낮춰 형사처분 내지 보호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해 여러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려면 정말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지, 촉법소년 처벌 강화가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미성년 범죄자가 재판 받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미성년 범죄자가 재판 받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먼저, 청소년 범죄가 정말 심각해지고 있나?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은 논의의 전제이자 출발이기 때문에 엄밀하고도 실증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범죄의 심각성은 ①범죄 건수의 증가 ②흉포화 ③(청소년 범죄는 특히) 저연령화가 주요 쟁점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이나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 등 통계 자료를 보면 소년 범죄자율(소년 인구 10만 명당 소년 범죄자 수)은 증감을 반복하지만, 전체 청소년 범죄자 수는 감소(2008년 13만4992명에서 2020년 6만4480명)했다. 또 전체 범죄자의 연령별 발생비를 보더라도 인구 10만 명당 18세 이하 청소년 범죄자의 비율은 2011년 940명에서 2020년 785명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청소년 범죄가 흉포해지고 있을까? 청소년 범죄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재산 범죄(절도 등)이고 폭력 범죄, 흉악 범죄가 뒤를 잇는다. 실제로 흉악 범죄는 조금 증가했다. 하지만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소년 흉악 범죄 중 강도와 방화, 살인은 증감을 반복하지만 성폭력 범죄 증가 폭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범죄가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의 확대와 함께 피해자의 적극적인 고소, 고발 등이 늘어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범죄는 저연령화됐나? 대부분의 자료에서 소년 범죄자 평균 연령은 증감을 반복하거나 오히려 조금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법연감’에서는 촉법소년 수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2008년 1만781명, 2012년 1만2799명, 2020년 1만1063명). 2007년 말 소년법 개정으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12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확대됐는데도 그렇다.

이 자료만 봐도 소년범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외국의 한 연구에서는 소년 범죄자를 ‘평생 지속형 범죄 소년’과 ‘청소년기 한정형 범죄 소년’으로 구분하면서, 전자는 6%, 후자는 94%로 분석했다. 소년 범죄자 중에서 성인이 된 후 상습적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막연히 청소년 범죄의 처벌만 높이거나 처벌 대상을 넓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보다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강력 소년 범죄자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청소년 범죄는 단독보다 주로 공범 형태로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청소년 범죄 문제는 가해자와 많은 피해자가 미래세대라는 점에서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떠들썩하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성인 범죄의 뒷순위로 이 문제를 미룬 채 제대로 된 종합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성폭력 사건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강력 소년 사건에 대해서는 소년법에 따른 ‘검사 결정 전 조사’(처분 결정 전에 전문 조사기관에 소년 피의자의 심리·환경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를 의무화하거나, 법무부에 범죄 소년(피해자 포함) 문제를 총괄하는 조직이나 전담 검사를 두어 지속해서 업무를 추진하고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소년범죄자 처벌만 강화하면서 사회가 안전해졌다는 착각을 해왔을 수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간과하거나 미룬 채 말이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이 또다시 그런 과오를 반복하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