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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대·젠더 갈등 풀려면 새 내각에 다양한 인재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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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오른쪽)를 지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오른쪽)를 지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장관 후보군 다수가 ‘서울대 60대 남성’

윤 당선인 경륜·실력 중시 속 편중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르면 다음 주 새 정부 초기 내각 후보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내정한 데 이어 정부 출범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 속도를 내는 중이라고 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밝힌 윤 당선인의 장관 인선 기준은 우선 능력과 실력이다. 일 잘하는 유능한 정부여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 신뢰를 통해 국민 통합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윤 당선인도 성별·지역별 안배를 고려하지 않고 유능한 인선을 하겠다는 기조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이 민심 이반을 부르고 자산 양극화를 키운 만큼 유능한 정부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하마평이 도는 장관 후보군의 면면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최종 인선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재 거론되는 경제·안보·사회 부처 장관 후보군 20여 명의 이력을 따져보면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한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70% 정도가 서울대 출신이다. 윤 당선인과 대학 동문인 셈인데, 윤 당선인이 나온 서울대 법대 출신도 여럿이다. 인수위 주변에서 나오는 이름 중 비수도권 대학 출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군 대다수가 60대 남성인 점도 두드러진다. 인수위원회에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 많아 ‘서·오·남’이라는 표현이 회자했는데, 초기 내각을 놓고선 ‘서·육·남’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여성 후보군은 사회 부처 한두 곳에 이름을 걸친 게 고작이다. 윤 당선인이 경륜과 실력을 중시하는 만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이가 많다 보니 나타난 현상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벌써 “실력 있는 사람을 모아놓고 보니 결국 특정 대학 출신 남자였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장관 인선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면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나이가 공직 수행의 장애가 될 수 없지만, 이미 민간 기업에선 40대 CEO나 임원이 즐비하다.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30대 총리와 장관도 수없이 배출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심각했던 세대·젠더 간 갈등은 실제 투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일자리와 정년, 연금개혁 등 이해가 엇갈리는 과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려면 내각 구성에서부터 아우름과 탕평의 모습이 담겨야 한다.

초기 내각이 국민에 어떻게 인식되는지는 역대 정부의 성패를 좌우하다시피 했다.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 부자), 박근혜 정부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문재인 정부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내각이란 혹평에 시달렸다. 윤 당선인이 캠프와 인수위, 소속 정당의 울타리를 넘어 다채로운 인재를 널리 구해 국정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