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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혜경 법카 의혹, 철저히 밝히되 편파 논란 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재명 전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2월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전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2월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청 압수수색으로 강제 수사 착수

경찰, 진흙탕 싸움 빠지지 않게 유념하길

이재명 전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어제 경기도청 총무과와 의무실 등에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카드 사용 관련 자료 등의 확보를 시도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배모씨는 출국 금지했다.

김씨 관련 논란은 수사가 불가피하다. 의혹은 이 전 지사가 재임할 당시 7급 공무원으로서 김씨 관련 업무를 했던 A씨의 폭로로 불거졌다.

A씨는 자신이 총무과 5급이던 배씨의 지시에 따라 김씨가 주문한 음식물을 구매·배달하고 의약품을 대리 처방하는 등 각종 부적절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쇠고기를 자신의 개인카드로 구매했다가 이후 이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바꿔치기’했다는 증언도 했다.

김씨 측과 더불어민주당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 김씨는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고 말해 책임을 배씨에게 미룬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 준다” “(A씨가) 증거 수집을 위해 일을 다닌 것이냐”는 궤변으로 2차 가해 논란까지 일으켰다.

결국 김씨는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2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각종 의문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씨 스스로 “제가 져야 할 책임을 마땅히 지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경찰 수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대선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라는 오명을 얻었다. 특히 여당과 제1 야당이 상대 후보의 부인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전례 없는 비방전이었다.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선데이타임스), “추문과 말싸움, 모욕으로 점철된 역대 최악의 선거”(워싱턴포스트)라고 혹평했고, 심지어 북한 선전 매체 통일의 메아리까지 “역겨운 대선”이라고 가세했다.

경찰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수사가 또 한 번의 진흙탕 싸움을 유발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김씨 관련 수사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 등의 수사는 서울경찰청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은 민감한 사건을 다룰 때마다 권력 눈치 보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이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이 대표적 사례다. 관련 의혹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되 편파 오해는 없도록 해야 경찰 수사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