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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동안 100곡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무한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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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 구본숙 작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 구본숙 작가]

첫 공연 첫 곡은 바흐. 바이올린 혼자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소나타 1번. 20분 정도 되는 곡이다. 여기에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전 악장, 또 베토벤의 작품 번호 없는 짧은 협주곡까지, 총 한 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46)의 4일 독주회 프로그램이다. 여느 독주회와 비슷하지만 사실 긴 마라톤 공연의 시작이다. 그는 이틀 뒤인 6일 다시 무대에 올라 바흐의 소나타 2번, 모차르트 소나타 2번, 베토벤 소나타 5번을 연주한다. 끝이 아니다. 8일에는 모차르트 소나타 18번, 베토벤 소나타 4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공연은 11·15·18·20·22·23일 등 20일간 총 10번 열린다.

이 10회 연주가 시즌 1이다. 그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11월까지 세 시즌, 총 30번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반년에 걸쳐 모두 100곡을 연주하겠다는 계획은 이전에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17세기 바흐부터 20세기 쇤베르크까지, 300년에 걸친 바이올린 작품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공연에선 무엇보다 연주자의 자신감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사실 연이어 30번 공연하려 했다”며 “장소 문제 때문에 시즌별로 간격을 띄었다”고 했다. 바이올린의 거의 모든 작품을 짧은 준비 기간에도 익숙하게 연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보인다.

많은 곡을 익혀 연주한 경력이 있고, 언제든 다시 꺼내 들 수 있는 김응수의 능력은 사운드 엔지니어 황병준이 포착했다. 지난해 9월 발매한 김응수의 음반 작업에서 음향을 담당한 황병준이 이번 공연을 제안했다. 김응수는 “당시 녹음을 계획했던 곡보다 더 많은 악보를 들고 가, 녹음 중에 이 곡 저 곡 바꾸거나 추가했다”고 했다. 이를 본 황병준이 “300년 동안 나온 바이올린 곡으로 릴레이 공연을 하자”고 제안했다.

김응수가 실제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방대하다. 그는 “세 시간 정도 연습 시간을 준다면, 협주곡 35곡 전 악장을 바로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연주 횟수가 2000번 정도다. 그렇게 다뤘던 음악 작품을 다양한 선으로 연결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서 나와 청중 모두가 음악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 이름도 ‘점과 선’으로 붙였다. “음악사의 위대한 작곡가 작품이 서로 연결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김응수는 오스트리아 빈과 그라츠 음대, 독일 하노버 음대를 모두 수석 졸업했다. 마리아카날스 국제 콩쿠르 듀오 부문 1위, 티보바르가 콩쿠르 2위에 입상했다. 예민하고 독특한 음색, 손색없는 기량으로 골수팬들을 가졌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 전성기는 50대였다. 나 역시 50대를 향해 준비하는 길목이고, 거기에 이 프로젝트를 배치하고 싶었다.”

‘점과 선’ 시즌 1의 10차례 공연은 서울 역삼동안타워 9층 스페이스 G.I.에서 열린다. 청중 50명쯤 들어가는 작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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