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공의 석탄 화력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AP=연합뉴스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지금보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적·사회적·제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6차 평가보고서 제3 실무그룹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은 국제 사회가 합의한 지구 온난화의 1차 목표치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인 것이다.
2014년 5차 보고서 이후 8년 만에 발표된 이번 IPCC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종합적인 기후변화 분석 자료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8월 나온 제1 실무그룹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시점을 2030~2052년에서 2021~2040년으로 대폭 앞당겼다. 2월 말 공개한 제2 보고서는 지구가 더워질수록 경기 침체, 식량난, 조기 사망 등의 문제가 더욱 악화할 거란 경고를 담았다. 이번 제3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 담겼다.
기후변화 완화 방법론 담은 IPCC 보고서 공개

소말리아에서 가뭄이 찾아온 사막 지역에 죽은 양의 뼈대가 그대로 놓여져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보고서는 위험성과 해결책의 통합적 접근을 강조했다. 각국 전문가 270여명이 참여했고, 195개국 정부가 최종 승인했다. 오는 9월엔 모든 내용을 총괄하는 6차 IPCC 종합보고서가 승인·채택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꾸준히 늘었다. 2010~2019년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410±30Gt(기가톤)이다. 1850~2019년 170년 동안의 누적 배출량(2400±240Gt)의 17%를 차지한다. 2019년 한 해 동안의 배출량은 59Gt 정도로 집계됐다. 2010년과 비교하면 12%, 1990년과 비교하면 54% 높은 수준이다.
오채운 녹색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연평균 증가율만 보면 최근 들어 감소 추세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국의 온실가스 억제 노력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이전에 제출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만으로는 이번 세기 내 기온 상승 폭을 1.5도 내로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현 수준의 정책이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100년 지구 온도는 3.2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30년간(1990~2019년) 전 지구적 온실가스 배출 추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가 뚜렷하다. 자료 IPCC
"2025년 전엔 온실가스 배출 정점 도달해야"
이 때문에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르게 줄여야 지구 온난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의 43%, 2050년까지는 84%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메탄도 3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2도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27%, 2050년까지 63%를 각각 감축해야 한다.
짐 스키아 IPCC 제3 실무그룹 공동의장은 "지구 온난화를 1.5도 내에서 제한하고 싶다면 지금뿐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 달성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에너지·산업·도시·수송 등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 완화에 나서야 한다. 보고서는 에너지 분야에서 화석연료 사용 감소, 저탄소 에너지 확산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산업 측면에선 저탄소 전력과 수소,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중 저탄소 에너지에선 원자력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 발전 대비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허혜인 환경부 기후변화국제협력팀장은 "원전 비용 산정 시 폐기 관련 사항이 많이 고려됐다. 원전을 폐기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올 보험 비용이 대거 산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독일에 나란히 설치된 풍력, 태양광 발전 시설. AP=연합뉴스
전기차 도입, 저탄소 에너지 확대 등 필요
육상 수송 분야에서는 무공해차로 분류되는 전기차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큰 배출 감축 효과를 가져온다고 추정했다. 해운·항공 등 장거리 수송에선 바이오 연료, 저 배출 수소, 암모니아 등의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소비자와 직결되는 수요 측면에선 식이요법, 냉ㆍ난방, 재생에너지 활용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발전(SDGs)에 근거한 정책·금융·국제협력 등도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규제 정책, 탄소 가격제 같은 경제 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봤다. 기술 주도적 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비용과 감축 잠재력. 자료 IPCC
"현재 대비 3~6배 기후 금융 투자돼야"
203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나 2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현재의 3~6배에 달하는 기후 관련 금융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분야의 투자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자본·유동성은 충분하지만, 자국 편향이나 기후 위험에 대한 부적절한 평가 같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의 최대 10%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양한 형태의 국제 협약, 초국가적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회성 IPCC 의장은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지금 내리는 결정은 살기 좋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프리야다르시 슈클라 IPCC 제3 실무그룹 공동의장은 "우리의 생활 방식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인프라·기술만 갖춰진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70% 줄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