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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도 그에게 반박 못했다…尹 노동부 장관에 유경준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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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9월 7일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9월 7일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경제와 일자리를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았다. 특히 1980년대에 갇혀 있는 노동 분야를 시장의 변화에 맞게 선진화하는 데 역점을 둘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경제 사령탑 못지않게 고용 노동 정책을 총괄할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적임자를 찾는 데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느 부처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고용노동분야는 전문성에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은 물론 그동안의 노동정책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게 충족돼야 정책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추진 전략과 전술을 제대로 세워 진행할 수 있다. 단순한 구호로는 일자리와 노동개혁을 실현하기 어렵다.

인수위는 현재 고용부 장관 후보를 추려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정치인, 학자, 관료 출신 등이 후보군으로 회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역시 최상은 정치인이면서 학자와 관료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 꼽힌다. 논리와 설득, 정책의 적확성, 추진력 등을 모두 갖춘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직 정치인으로는 유경준 의원과 임이자 의원(인수위 사회복지문화 간사)에 대한 검증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임 의원은 당초 거론되던 고용부 장관이 아니라 환경부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이 비록 노동운동(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을 했지만, 전문성과 정책 수립, 추진력과는 별개다. 문 정부 초 금융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김영주 장관(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역임)이 부임했지만, 정책에 실패하고 물러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청년무역 국가대표와의 만남'에서 청년 무역인들의 소망을 적은 쪽지를 읽고 있다. 윤 당선인이 당선 후 개별 경제단체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청년무역 국가대표와의 만남'에서 청년 무역인들의 소망을 적은 쪽지를 읽고 있다. 윤 당선인이 당선 후 개별 경제단체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에 따라 유경준 의원이 정치권과 노동시장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유 의원은 지난해 말 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로 변경을 요청할 정도로 노동에 천착한 인물이다. 통계청장 재임 시절에는 공무직(통계조사원)의 임금체계를 연공급에서 직무급으로 전환하고 성과급을 도입하려다 노조의 파업에 직면하기도 했다. 통계청 최초의 파업이었다. 당시 그는 파업에 맞서 결국 임금체계 개편을 무리 없이 관철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임금체계 개편과 궤를 같이하는 경험을 가진 셈이다. 또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통계 분석 등을 통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문 정부가 논리적 반박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전문성과 행정력, 노동개혁 경험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통계청장 선임 당시 이미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검증에도 무리가 없다. 다만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게 약점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파 간 파워게임 양상이 벌어질 경우 그 파장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변수다.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도 거론됐으나 노동이 아닌 복지 분야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으로 선회할 수도 있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노동계와 극한 갈등을 경험한 데다 결국 정책도 좌초해 고용부 장관으로는 무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학자군에서도 3~4명이 거론된다. 유력하게 떠오르던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검증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과정에서 윤 캠프의 노동팀장을 맡았으나 유권자에게 소구할만한 뚜렷한 공약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유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장 등 산하 기관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뒤늦게 인수위의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이나 행정 경험 등에서 검증받지 못한 게 약점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몇몇 고용부 출신 인사도 거론되고 있지만 뚜렷하게 부상하는 인물은 아직 없는 상태다. 거명되고 있는 인사 가운데 일부는 현 정부가 밀어붙인 적폐청산과 관련되고, 일부는 노동개혁 추진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난한 행정을 위해서는 관료 출신이 적합할 수 있겠지만, 정권 초 국정과제의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추진력 등을 고루 갖춘 인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권 초에 노동판의 정상화, 즉 노사 또는 노동정책에 대한 힘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런 정상화 작업을 위해서는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정책을 법 개정으로 뒤집으려 할 리 만무하고, 노동단체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샅바 싸움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과 뚝심을 갖춘 고용노동부 장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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