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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가상 세계에서도 부동산 열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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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부동산 열기에 못지않게 가상 세계에도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세계에 자리한 부동산의 가격은 지난해부터 암호 화폐 상승과 맞물려 급등했습니다. 일부 부동산은 수 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가상 부동산을 판매하는 서비스도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사람들은 왜 부동산에 열광할까요.

메타버스와 가상 부동산

코로나 이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기술적 도약도 이뤄졌습니다. 가상현실(VR),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직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지만, 가상 세계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집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컨드라이프는 이러한 가상 세계의 원조 격입니다. 게임 내에서 건물이나 의상을 제작하고 아바타를 통해 가상 세계에 머무릅니다. 이후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다양한 가상 세계가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가상 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지구에 각기 다른 가상 세계가 국가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바타나 가상 인물이 활동하는 공간은 토지로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심시티나 심즈 같은 게임을 보면 게임 진행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토지입니다. 과거에 이러한 토지는 모두가 동일하게 공유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개인이 소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영역을 법정 화폐나 암호 화폐로 구매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급등하는 현실 세계의 부동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혹은 가상 세계의 부동산으로도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움직임도 많아졌습니다.
가상 세계의 부동산을 초기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적게는 몇 만 원에서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상 세계의 부동산은 국내외 서비스의 판매 실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가상 세계의 주택 [사진=LIDNEN LAB]

가상 세계의 주택 [사진=LIDNEN LAB]

가상 부동산의 성장과 미래

가상 부동산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게임 같은 공간에 가상의 토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와 현실 부동산을 그대로 옮겨 아파트나 건물을 가상 세계에서도 사고팔 수 있는 형태입니다. 현실 부동산을 가상 세계에 옮기는 방식은 주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활용합니다.
실제 부동산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고 소유권을 분배해 실물 부동산을 디지털로 보유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가상 공간에 지구를 그대로 옮겨 내놓은 가상 부동산 플랫폼 어스2(Earth 2)도 이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워낙 인기를 끌어 한국 이용자 자산 총액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 같은 공간에 가상 부동산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 역시 한국의 사용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센트럴랜드의 사용자는 2021년 초 약 4만 명에서 2022년 초에는 약 80만 명의 사용자를 기록해 사용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실물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시장 형성 초기에 상승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매입해 수익을 노리는 목적이 큽니다. 실존하지 않는 땅에 투자금이 모이는 이유는 가상 부동산의 가치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가상 부동산 플랫폼인 샌드박스(Sandbox)의 가격은 2019년 말 기준 1개에 약 5만 원이었습니다. 2021년 말 무려 1개당 1500만 원으로 올라 약 300배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가상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관심 갖는 개인 투자자가 늘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가상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2021년 말 토론토에 위치한 가상 부동산 회사인 메타버스 그룹(Metaverse Group)은 디센트럴랜드 내 가상 토지 116개 구역을 사는데 25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다른 대표적인 플랫폼인 샌드박스(Sandbox)는 현재 기업의 공간입니다. 세계적인 회계 및 컨설팅 기업인 PWC는 웹 3.0 자문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샌드박스(Sandbox) 플랫폼에 뛰어들었고, 아디다스도 샌드박스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워너 뮤직 그룹 역시 가상 세계에서 펼칠 콘서트 장소를 위해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샌드박스와 워너 뮤직 그룹의 파트너십. [사진=NFT Plazas]

샌드박스와 워너 뮤직 그룹의 파트너십. [사진=NFT Plazas]

기업들이 가상 부동산에 뛰어드는 이유는 소비자가 눈앞에서 광고를 접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 세계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높은 Z세대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Z세대가 메타버스의 발전과 함께 향후 10년 이상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샌드박스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콘텐트 기업인 애니모카 브랜드(Animoca Brands)의 공동 설립자인 얏 시우(Yat Siu)는 "샌드박스 내 토지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세계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그 위에 건물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비즈니스 기회의 장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가상 부동산 투자 시 주의할 점

그러나 일부에서는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의견에 회의적입니다.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현재의 가상 부동산 거래 속도는 예전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워낙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가상 부동산을 판매하는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워낙 많은 곳에서 가상 부동산을 판매하면서 실물 부동산처럼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의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실제 금전적 가치를 소유자에게 전할 수 있는 가상 부동산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고 자칫 잘못하면 투자자에게 투기 거품으로 인한 위험이 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 지역을 가상 부동산으로 판매하려고 시도한 한 서비스 플랫폼에서 내부자들끼리 미리 부동산을 분배해 나눠 가지려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가상 부동산은 법이나 관련 규제가 없어 투자 손실이나 피해를 방지하기 어렵습니다. 가상 부동산 투자는 앞으로 메타버스와 웹 3.0이 발전하면서 함께 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큰 수익을 노리다가 쉽게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는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경제와 산업에 대한 3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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