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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MBA생 된 카레이서…자동차 중독 뒤엔 2009년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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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좋아하다 못해 카레이서가 된 서울대 MBA(경영전문석사)생이 있다. 레이싱팀 ‘오일클릭’과 ‘우리카’ 소속의 프로 카레이서 이승훈(40)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씨는 지난해 국내 레이싱 대회 ‘넥센스피드레이싱’ GT-300 클래스(일반 차를 개조해 경주하는 종목)에서 예선 1위 5회와 우승 3회를 차지해 최다승을 기록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엔진 달린 건 다 좋아했다”는 그는 네이버에서 차량통합관리서비스 ‘마이카’ 출시를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서울대 MBA 과정에 다니고 있는 이씨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났다.

‘본캐’는 서울대 MBA생, ‘부캐’는 프로 카레이서

서울대 MBA 학생이 된 현직 프로 카레이서 이승훈 씨가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LG경영관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대 MBA 학생이 된 현직 프로 카레이서 이승훈 씨가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LG경영관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씨는 자타공인 ‘차덕’(자동차 애호가)이다. 그는 “레이싱 만화가 좋아서” 네이버 웹툰 국내 편집부 PD로 일했다고 했다. 네이버 자동차 분야 PO(프로덕트 오너)로 근무하면서는 ”차량을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네이버 마이카’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씨는 “차가 있으면 귀찮은 일이 많다. 예를 들면 자동차 검사도 주경기적으로 해야 하고, 벌금도 나온다. 심지어 ‘내 차 번호가 뭐였지’ 할 때도 있고 관리할 것들이 많은데, 통합해 자동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는 당시에 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서울대 MBA를 선택한 건 마케팅과 모빌리티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한국외대에서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와 경영학과를 이중 전공한 이씨는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현업에 있으면서 학문적으로 제대로 배웠을 때,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될 부분이 분명 많이 있을 거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MBA를 졸업하거나 수업을 듣고 있는 선배들의 후기를 찾아보거나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면서 ‘배울 게 많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MBA 입학을 준비했고, 1차 서류와 2차 면접을 거쳐 같은 해 8월 MBA에 입학했다.

이씨가 레이싱 차량을 처음 접한 건 13년 전인 대학생 때였다. '돈을 주고라도 (레이싱을)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한 자동차 동호회의 연습에 따라간 날이었다. 2009년 여름 경기도 안산의 트랙 ‘안산스피드웨이’에서였다. 이씨는 한 동호회 회원에게 ‘한 번만 태워줄 수 있냐’고 부탁한 끝에 레이싱 차량 조수석에 올랐다. 이씨는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너무 빨랐다. 롤러코스터보다도 몇 배는 정신이 없었다”며 “‘큰일 났다’ 하면서 손잡이에 매달려 있었다. 내릴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말했다.

300만원짜리 중고 차 사 연습…“좋은 성과 있으면 성취감”

이씨가 레이싱 차량 내부에 앉아 있다. [사진 이승훈 씨 제공]

이씨가 레이싱 차량 내부에 앉아 있다. [사진 이승훈 씨 제공]

그때부터 이씨는 레이싱에 ‘중독’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모임에 갔다 온 날) 자려고 누우니, 탔을 때 봤던 장면들이 눈앞에 보였다”며 “꼭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300만원짜리 중고 레이싱 차량을 산 뒤 전국 곳곳의 트랙(경주로)을 돌며 레이싱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현재의 팀에 합류해 프로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이씨는 레이싱의 매력으로 ‘성취감’을 꼽았다. 그는 “신체·정신이 받쳐줘야 하고, 스킬과 노력, (차량의) 정교함도 있어야 한다. 좋은 성과가 있으면 보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레이싱에서 꾸준히, 오래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일에서도 제가 가진 장점을 잘 풀어내면서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씨와 같은 팀 선수인 이대준 씨(왼쪽)과 이승훈 씨(오른쪽). [사진 이승훈 씨 제공]

이씨와 같은 팀 선수인 이대준 씨(왼쪽)과 이승훈 씨(오른쪽). [사진 이승훈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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