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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리 후보자 한덕수…실질적 권한 갖는 내각 되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네 정권에서 총리·경제부총리 등 역임

“대통령 권한 위임”…통합·협치는 필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분”이라며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 과제를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전북 전주 출신의 한 후보자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주미 대사, 청와대 수석 등의 고위 공직을 두루 거치며 국정을 이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무역협회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안착에 기여했다. 국정 경험의 폭과 기간만 보면 견줄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국정 경험이 부족한 윤 당선인에겐 적절한 인물로 보인다.

사실 한 후보자의 총리 내정설이 나온 지 제법 됐던 만큼 어제 발표는 의례적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간단한 소감 정도 오갔던 과거의 발표와 달리 30여 분간 진행됐고, 한 후보자의 정견 발표가 주가 됐다. 한 후보자는 특히 국익 외교와 국방 자강력, 재정 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높은 국가 유지 등 네 가지 과제를 제시하며 “치열한 토론과 소통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제의 오랜 과제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덜어내 총리와 장관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다. 어제 기자회견을 보면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 사이엔 어느 정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보여 다행이다. 그제 두 사람이 세 시간여 머리를 맞댄 데 이어 어제 한 후보자가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부분 (권한) 위임”을 말했다. 옳은 방향이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가 부처 실·국장은 물론 산하기관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던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은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 문제에서 장관의 의견을 가장 중시하겠다”고 한 것도 제대로 된 방향이다. 초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두 사람이 통합과 협치를 강조한 것도 바람직했다. 한 후보자는 특히 “협치·통합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한 정책의 요소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침 윤 당선인이 어제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또는 당선인으로 처음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국회는 물론 여론 지형에서도 다수파가 아닌 윤석열 정부에서 협치·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 공은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인사청문에 이어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한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경제부총리-총리를 지냈던 만큼 민주당과 인연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철저히 검증하되, 판단 자체는 적기에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