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속고발권 지키는 공정위, 미고발 사유서 작성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03 18:18

업데이트 2022.04.03 22:42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은 유지하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의 객관적 행사를 담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고발하지 않을 때 그 이유를 기재하는 이른바 ‘미고발 사유서’ 작성이 꼽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강석훈 정책특보(오른쪽)와 권남훈(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 박익수(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전문위원 등이 지난달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강석훈 정책특보(오른쪽)와 권남훈(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 박익수(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전문위원 등이 지난달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요청 보완해 전속고발 지킨다

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미고발 사유서 작성 제도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와 유사한 개념이다. 인수위가 윤 당선인의 공약인 ‘전속고발권의 객관적인 행사’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정위가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지키면서 의무고발요청 제도를 활성화로 이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중소벤처기업부·감사원 등은 공정위가 미고발 판단을 한 사건에 대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고발 사유를 따로 밝히지 않아 이들 기관이 고발요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웠다.

법무부는 특사경 도입 보고

이 같은 지적 때문에 공정위는 고발요청권이 있는 기관이 요구할 때 미고발이 적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게 사유서를 작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수위가 전속고발권 폐지가 아닌 보완으로 방향을 잡은 건 폐지할 경우 기업의 사법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 활동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윤 당선인의 방침과 전속고발권 폐지는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미고발 사유서 작성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가 공정위에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를 도입하는 방안을 인수위에 보고하면서 또 다른 쟁점이 될 예정이다. 특사경은 수사권이 있으면서도 검찰의 지휘를 받는 형태다. 법무부 주장대로 이를 도입할 경우 공정위 행정조사가 사실상 검찰 수사와 똑같아져 전속고발권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행령 고쳐 기업규제 줄인다

또 공정위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인수위가 규제 개선을 위한 시행령·고시 등 개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법률 개정을 위해선 의석수 과반이 넘는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국회 문턱을 거치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기업 자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이 지난해 12월 끝났는데, 이 중 일부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6개월도 안 돼서 자신들이 만든 법의 시행령을 뜯어고친다는 비판이 일 수 있다. 일단 현행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인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좁히는 방안은 시행이 유력하다.

온플법·전상법 폐기 수순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위가 추진하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과 전자상거래법(전상법) 전면 개정은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윤 당선인이 플랫폼 자율규제를 내걸면서 공정위도 인수위와 온플법이나 전상법을 추진하지 않는 방향을 논의하면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중소상인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플랫폼 기업 반발에 소비자·판매자 내팽개친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중소상인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플랫폼 기업 반발에 소비자·판매자 내팽개친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 안팎에선 플랫폼 자율규제를 주관하는 부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규제나 제재보단 플랫폼 관리에 방점을 찍는 방식이다. 대신 바이든 행정부 들어 공정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중심으로 대형 플랫폼 제재를 강화하는 미국 등 선진국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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