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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마지막 총리 한덕수…尹은 왜 15년 만에 다시 불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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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새 정부의 첫 총리로 한덕수(73) 전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에 지명된 건 2007년 노무현 정부 이후 15년 만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총리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했다.

한 총리 후보자와 함께 연단에 선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대내외의 엄중한 환경에서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닦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 안보시대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한 후보자는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며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곧 국회에 총리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의 소개 뒤 마이크를 잡은 한 후보자는 “대한민국 둘러싼 대내외적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매우 엄중한 때에 국무총리 지명이라는 아주 큰 짐을 지게 돼서 영광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겁고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국정 구상을 소개하면서 ▶국익 외교 ▶재정건전성 확보 ▶국제수지 흑자기조 유지 ▶국가 생산력 향상 ▶국민행복을 국가의 중장기적 과제로 제시했다.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한 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과 상공부(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통상교섭본부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2007년 한미 FTA가 체결되던 시점의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맡아 ‘FTA 총리’라 불렸다. 역대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인사를 다시 총리에 지명한 경우는 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 전 총리에 이어 한 후보자까지 다섯 번째다.

당선인 측 관계자들은 윤 당선인이 한 전 총리에게 15년 만에 다시 총리직을 맡긴 건 이런 한 후보자의 ‘화려한 경륜’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북핵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경제와 외교안보 등이 얽힌 복합적 위기국면을 맞아 한 후보자의 국정운영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란 설명이다.

한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찬성 210표 반대 51표)했던 것도 현 여소야대 정국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고 한다. 당시 반대표도 한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FTA 반대 성격이 짙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후보자에게 자녀가 없어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고 전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자가 고령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통합과 외교, 경제, 통상 이 모든 것을 관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겠냐. 저는 연세라는 걸 경륜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다만 한 후보자가 주미대사를 역임한 이후부터 청문회 수준의 검증을 받은 적이 없고, 지명 직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일해왔던 건 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국정운영 철학과 능력, 자질을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07년 4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2일 서울의 모처에서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국정 운영 방향과 장관 인선을 논의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질의응답 중 자신과 함께 국무총리 혹은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경제부총리 후보군으로 논의가 됐는데 본인이 고사해 일반 배제가 됐다”고 답했다. 내각 인선에 대해선 “당선인과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일단 리뷰를 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특히 이날 윤 당선인에게 장관 지명자에게 차관 후보를 추천받는 ‘책임 장관제’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장제원 실장은 이를 “한 후보자가 아직 이루지 못한 공직사회 개혁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당선인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비슷한 설명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어제 샌드위치 회동에서 차관 인사는 장관과 협의한다는 결정이 오갔다는데.
=(윤 당선인) 아직 차관 인사까지 생각은 안 했지만, 검증은 다른 곳에서 하더라도 결국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 문제에선 장관의 의견을 가장 중시할 생각이다.

-내각 운영에서 책임 장관제가 도입된다고 해석해도 되나.
=정부라는 건 대통령과 총리, 장·차관 등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다. 궁극적으론 대통령이 책임지더라도, 가장 가까이서 일할 분의 의견이 제일 존중돼야 한다는 건 저나 한 후보자나 생각이 같을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의 첫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의 첫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한 후보자도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수위 사무실 입구에 있는 천막 기자실에 들려 추가 질문을 받았다.

-윤 당선인 공약인 신흥안보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하는 걸 어떻게 보나.
=경제와 안보가 혼합되는 부분에 대해 적시에 대응하기 위한 전감 기능 가진 위원회는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 권한 분산과 책임 총리제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책임총리제는 기본적으로 당선인이 말했듯 청와대의 과도한 권한을 내각과 장관 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저희가 당연히 동의하는 바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어떻게 평가하나.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것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다. 목적은 분명했지만 진행하는 과정이 너무 빨랐고 방법론에서 무리한 경우도 있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은.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데 원전이라는 건 거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에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은.
=공급을 늘려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재건축을 빠른 스피드로 하면 그 자체가 또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돼서 방법론은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 DSR(총체적 상환능력 비율)이라는 것도 상환능력이 너무 없으면 빚을 너무 내지 않도록 자제를 시켜야 한다.

-어제 당선인과 모든 부처 장관 후보자 리뷰를 했나.
=대부분은 한번 얘기를 했다. 검증하며 변화가 있겠지만, 후보들에 대한 의견은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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