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대학 3학년 김모씨는 요새 물건을 살 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는지, 품질이 괜찮은지 본다. 브랜드와 가격보다 이를 우선한다. 김씨는 “추구하는 가치가 잘 맞고 품질도 만족스럽다면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며 “MZ세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엔 불매 운동을 하고, 착한기업·가게에는 ‘돈쭐’을 내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전했다.
MZ(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대표적 소비 신념으로 ‘가심비’를 꼽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15일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개선) 경영과 기업의 역할을 조사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MZ세대 가치 소비를 반영하는 신조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6.6%)는 ‘가심비’를 꼽았다. 이어 ‘미닝아웃’(Meaning-out, 가격·품질 외 요소 통해 개인의 신념 표출, 28.7%), ‘돈쭐’(돈으로 혼내주는 구매운동, 10.3%), ‘플렉스’(자랑·과시형 소비, 7.9%), ‘바이콧’(불매운동의 반대인 구매운동, 6.1%) 순이었다.
“ESG 제품에 2.5~7.5% 추가 지불할 것”
10명 중 6명은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ESG 우수기업 제품 구매 시 경쟁사 동일 제품 대비 얼마나 더 지불할 의향이 있나’란 질문엔 70%가 2.5~7.5%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친환경 제품 중 가장 파급 효과가 크다고 생각되는 품목으로는 ‘무라벨 페트병’(41.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전기·수소차’(36.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류’(13.7%), ‘친환경 세제’(7.9%) 순이었다.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28.9%)보다 ‘투명 윤리 경영 실천’(51.3%)이 22.4%포인트 높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환경보호’(13.2%), ‘봉사활동’(3.4%), ‘국가 성실납세’(2.1%)가 그 뒤를 이었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실장은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시대·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ESG 경영 대응 잘하는 기업은 삼성”
‘MZ세대가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면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어디에 둘까’란 질문엔 ‘기업 경쟁력 향상’(82.1%), ‘기업문화·복지 향상’(61.1%), ‘ESG 경영 실천’(60.3%)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값싼 양질의 제품 생산과 서비스 제공(36.8%)‘, 주주 권익 보호’(23.4%) 응답률은 낮았다. MZ세대는 ESG 경영에 대한 대응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삼성, SK, LG 오뚜기, 유한킴벌리, 풀무원, 현대차를 꼽았다.
ESG 경영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국민 인식 향상’(38.4%), ‘정부의 법·제도적 지원’(27.9%), ‘대기업 솔선수범 실천’(27.6%) 등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정책으로는 ‘세제·금리 혜택 제공’(36.6%)을 꼽았다. 친기업 정서 확산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제고’(36.6%)와 ‘일자리·투자 확대 통한 경제성장 기여’(36.6%)가 꼽혔다.
이재혁 고려대 ESG연구센터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를 따지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비슷한 품질이라면 ESG를 실천하는지가 구매 기준이 되는 등 자기 신념에 맞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며 “디지털 세대답게 소셜미디어(SNS)나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ESG 이슈가 쉽게 대중에게 공유될 수 있는 만큼 기업은 ESG 경영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