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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기꺼이 산다, 단 이 조건 필수…MZ가 지갑 여는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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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충남 아산의 KTX천안아산역 인근 한 대형마트 앞에서 포켓몬 빵 구매를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독자제공, 뉴시스]

지난달 30일 오전 충남 아산의 KTX천안아산역 인근 한 대형마트 앞에서 포켓몬 빵 구매를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독자제공, 뉴시스]

서울 소재 대학 3학년 김모씨는 요새 물건을 살 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는지, 품질이 괜찮은지 본다. 브랜드와 가격보다 이를 우선한다. 김씨는 “추구하는 가치가 잘 맞고 품질도 만족스럽다면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며 “MZ세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엔 불매 운동을 하고, 착한기업·가게에는 ‘돈쭐’을 내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전했다.

MZ(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대표적 소비 신념으로 ‘가심비’를 꼽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15일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개선) 경영과 기업의 역할을 조사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MZ세대 가치 소비를 반영하는 신조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6.6%)는 ‘가심비’를 꼽았다. 이어 ‘미닝아웃’(Meaning-out, 가격·품질 외 요소 통해 개인의 신념 표출, 28.7%), ‘돈쭐’(돈으로 혼내주는 구매운동, 10.3%), ‘플렉스’(자랑·과시형 소비, 7.9%), ‘바이콧’(불매운동의 반대인 구매운동, 6.1%) 순이었다.

MZ세대 가치 소비를 잘 반영하는 개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MZ세대 가치 소비를 잘 반영하는 개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SG 제품에 2.5~7.5% 추가 지불할 것”

10명 중 6명은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ESG 우수기업 제품 구매 시 경쟁사 동일 제품 대비 얼마나 더 지불할 의향이 있나’란 질문엔 70%가 2.5~7.5%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ESG 기업제품 구매 의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SG 기업제품 구매 의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응답자들은 친환경 제품 중 가장 파급 효과가 크다고 생각되는 품목으로는 ‘무라벨 페트병’(41.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전기·수소차’(36.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류’(13.7%), ‘친환경 세제’(7.9%) 순이었다.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28.9%)보다 ‘투명 윤리 경영 실천’(51.3%)이 22.4%포인트 높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환경보호’(13.2%), ‘봉사활동’(3.4%), ‘국가 성실납세’(2.1%)가 그 뒤를 이었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실장은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시대·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MZ세대가 생각하는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MZ세대가 생각하는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SG 경영 대응 잘하는 기업은 삼성”

‘MZ세대가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면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어디에 둘까’란 질문엔 ‘기업 경쟁력 향상’(82.1%), ‘기업문화·복지 향상’(61.1%), ‘ESG 경영 실천’(60.3%)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값싼 양질의 제품 생산과 서비스 제공(36.8%)‘, 주주 권익 보호’(23.4%) 응답률은 낮았다. MZ세대는 ESG 경영에 대한 대응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삼성, SK, LG 오뚜기, 유한킴벌리, 풀무원, 현대차를 꼽았다.

MZ세대가 생각하는 CEO 기업목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MZ세대가 생각하는 CEO 기업목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SG 경영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국민 인식 향상’(38.4%), ‘정부의 법·제도적 지원’(27.9%), ‘대기업 솔선수범 실천’(27.6%) 등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정책으로는 ‘세제·금리 혜택 제공’(36.6%)을 꼽았다. 친기업 정서 확산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제고’(36.6%)와 ‘일자리·투자 확대 통한 경제성장 기여’(36.6%)가 꼽혔다.

이재혁 고려대 ESG연구센터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를 따지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비슷한 품질이라면 ESG를 실천하는지가 구매 기준이 되는 등 자기 신념에 맞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며 “디지털 세대답게 소셜미디어(SNS)나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ESG 이슈가 쉽게 대중에게 공유될 수 있는 만큼 기업은 ESG 경영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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