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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소년도 죽였다…잔혹한 러군, 민간인들 묶고 뒤통수 총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침공 37일 만에 수도 키이우 지역을 전부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가 1일 키이우 지역 부차 도로에서 시신을 검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가 1일 키이우 지역 부차 도로에서 시신을 검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키이우 지역에서 퇴각했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도 페이스북에 "이르핀, 부차, 호스토멜 등 격전이 펼쳐지던 곳을 포함해 키이우 전체 지역이 해방됐다"고 알렸다. 뉴욕타임스(NYT)도 "위성사진, 군사분석가, 목격자 증언 등에 따르면 키이우를 점령하려고 했던 러시아군이 2일 대거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5차 평화 협상에서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31일 키이우 북부 체르노빌에 이어 1일 키이우 서쪽 부차·보로디안카 등에서 러시아군이 물러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그리고 2일엔 키이우 전체 지역을 우크라이나군이 차지한 것으로 관측됐다.

NYT는 "러시아군의 키이우 지역 철수는 이번 전쟁에서 중대한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우크라이나 수도를 빠르게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초기 시도는 무너지고, 희망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후퇴 후 드러난 러시아군 만행  

러시아군이 키이우 지역을 떠난 후 참혹한 전쟁의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차·이르핀·호스토멜 등 격전지에서 민간인 시신이 수백구 발견됐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AFP에 "시는 280여구의 시신을 매장했다. 여전히 거리에 시신이 흩어져 있다"며" "손목이 결박된 상태로 뒤통수에 총을 맞았다. 일부는 14살 정도 되는 소년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자세 그대로 숨진 민간인 시신도 있었다.

1일 러시아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역 마을. 로이터=연합뉴스

1일 러시아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역 마을.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무차별 사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부차의 한 주민은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길 가던 민간인에게 총을 쏴 살해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안전하게 철수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인질로 삼아 군용 트럭에 태운 뒤 탱크 앞에 배치해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부차 등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러시아군의 민간인에 대한 잔학 행위에 경악했다"며 "영국은 증거 수집과 전쟁 범죄 조사 지원에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키이우 지역에서 발견한 폭발물. 러시아군이 설치하고 퇴각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 캡처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키이우 지역에서 발견한 폭발물. 러시아군이 설치하고 퇴각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 캡처

이르핀에선 지뢰 등 폭발물이 하루에만 643개가 발견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키이우 서쪽 드미트리브카 마을에선 하루에 1500개 이상의 폭발물이 나왔다. 보로디안카 인근 도로에도 대전차 지뢰 수십 개가 발견됐다. 도로 위에 깔린 지뢰밭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차량의 모습도 SNS에 공개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주거 지역 근처에 지뢰를 설치했고, 심지어 시신에도 기폭 장치 등을 달아놨다"고 말했다. 시신과 폭발물 등 수습을 위해 키이우 지역 당국은 일부 도시에 오는 5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은 계속됐다. 앞서 1일 열린 6차 평화 협상 후 우크라이나 대표단장인 다비드 아라하미야 집권당 대표는 우크라이나 TV 채널과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터키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크림반도 문제를 제외하고 우리의 입장을 수용한다는 답변을 했다"며 "서면으로 공식 확인된 것은 없지만 구두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회담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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