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알아서 굴려 드릴게요"…수익률 낮은데 5조 몰린 펀드, 왜 [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이 좋을 땐 주식만 하면 되는데 오락가락하면 고민이 깊어집니다. 내 자산관리 방향이 옳은지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은데요. 채권, 펀드 넓게는 투자 상품까지 공부할 게 너~무 많죠.

‘알아서 굴려 드릴게요’란 홍보 덕에 1년 새 5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펀드가 있습니다. TDF(타깃데이트펀드, Target Date Fund). 은퇴할 나이를 정해놓고 젊었을 때는 좀 공격적(주식)으로,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펀드인데요.

 한철민 키움자산운용 한철민 TDF 운용 매니저. 김상선 기자

한철민 키움자산운용 한철민 TDF 운용 매니저. 김상선 기자

TDF는 투자 기간이 긴 편. 은퇴 시점을 타깃으로 굴리는 거니 한번 시작하면 장기간 함께 해야 하죠. 내 돈, 믿고 맡겨도 되는지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워드림 TDF’를 운용하는 한철민 매니저를 만나 물었습니다.

1분기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시장이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입니다.
최근 2년 증시가 좋았던 건 코로나 발생 이후 각국의 강력한 부양책 덕분인데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하기 시작하니까 조정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죠. 조정의 강도는 예상보다 다소 강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예상에 없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까지 터졌는데요. 농산물, 원자재 가격이 뛰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고, 전반적으로 끌어내리려는 힘이 강했다가 조금 진정된 시점 같아요.
앞으론 어떨까요?
시장은 호재나 기대도 먼저 반영하지만, 악재도 마찬가지잖아요. 금리 인상 속도를 예단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소화는 한 거 같아요. 최근 FOMC만 봐도 발언 수위는 굉장히 강했는데 정작 금리는 0.25%포인트 인상으로 나름 조절을 했는데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을 거란 기대가 좀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급격히 반등할 상황은 아니고요. 아래쪽을 확인한 정도랄까요? 물론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가 확 튀거나, 전쟁이 파국으로 가거나 이러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죠.
셔터스톡

셔터스톡

금리 인상기에 적합한 자산관리 방법, 어떤 게 있을까요?
금리 상승은 유동성을 축소하고 증시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니까 일단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게 맞죠. 직접적으로 채권 가격을 낮추니까 장기 채권의 매력도 떨어지죠. 달러 이외의 통화도 비중 축소가 일반적입니다. 무엇보다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투자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게 필요하죠. 현금 비중을 높이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고요.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
과거 사례를 보면 인상기에도 첫해만 좀 힘들었거든요. 많이 떨어진 종목은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죠. 과거 전 세계가 고성장하던 시기엔 어떤 섹터든 기회가 많았지만, 금융위기(2008년) 이후엔 사실 성장주가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하죠. 1분기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해도 관심을 거둘 상황은 아니란 거죠.
TDF 순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는데요. 인기 비결, 뭐라고 생각하세요?
퇴직연금은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데 TDF는 주식 비중이 높아도 비위험자산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거 같습니다. 편의성도 중요할 텐데요. 직장 다니고 바쁘게 살다 보면 아무래도 잘 챙기기 어렵잖아요. 나이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고,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도 있으니까요.
셔터스톡

셔터스톡

7월부터 디폴트 옵션(퇴직연금 가입자가 무관심이나 지식 부족 등의 이유로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사전에 선택한 방법으로 알아서 굴리는 제도)이 시행되면 유입액이 더 늘어나겠네요.
퇴직연금 선진국에선 이미 도입해 운용 중인 제도인데요. 디폴트 옵션 상품 유형은 TDF와 MMF, 원리금보장형 상품 등이 있습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디폴트 옵션의 90% 정도가 TDF죠. 장기적으로는 TDF로 무게 중심이 더 이동할 거로 보입니다.
TDF는 20~30대부터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는 분이 많은데요. 왜 그런가요?
TDF는 연령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컨셉인데요. 젊을 때는 주식의 비중을 높여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노리고,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채권의 비중을 높여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기간이 너무 짧으면, 즉 은퇴 시점이 얼마 남지 않으면 과감히 수익을 노리거나, 손실을 만회하는 게 쉽지 않은 측면이 있죠.
나이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는 게 솔깃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합니다. 주식 비중이 높을 때(즉 젊을 때)는 시장이 안 좋고, 채권 비중이 높아졌을 때 시장이 좋으면 오히려 손해 아닌가요?
주가는 정치, 경제, 금리, 지정학적 이슈, 수급, 실적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 결정되는데요.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 이런 체계적 리스크를 완전히 회피하는 건 불가능하죠. 다만 적립식 투자, 장기 투자로 이런 위험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장기 투자를 통해 얻을 이익이 충분히 크다면 그 기간 안에서 작은 변동성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요?
글라이드 패스.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라이드 패스. 키움투자자산운용

장기적으론 일정한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는 뜻인가요?
젊었을 때 투자 주기인 20~30년이, 증시 사이클인 3~5년보다 더 길기 때문에 증시가 어려운 시기에 주식 비중이 높더라도 충분히 사이클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거죠. 또 TDF는 통상 적립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여러 리스크 요인을 할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역사가 짧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보통 연 5~7%의 수익률을 나타내죠.
키움의 경우 해외 운용사의 글라이드 패스를 빌려 쓰다가 올해부터 자체 글라이드 패스를 도입했는데요. 어떤 게 달라진 건가요?
한국 직장인의 생애 주기나 급여 상승률, 인플레이션 등 외부 변수를 좀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됐죠. 글라이드 패스(생애주기에 따른 자산 배분이란 TDF의 운용 철학을 담은 그래프로 항공기의 착륙 경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가 TDF의 핵심이지만 실제론 운용사의 자체 전략(TAA)도 중요하거든요. 글라이드 패스와 TAA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데요. 자체 글라이드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아무래도 신속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죠.
한철민 키움자산운용 한철민 TDF 운용 매니저. 김상선 기자

한철민 키움자산운용 한철민 TDF 운용 매니저. 김상선 기자

가입은 많이 했지만 최근 수익률은 별로 높지 않은데요.
장기 상품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면서.(웃음) 여러 형태로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저희도 다양한 전략을 써서 방어하는데요. 최근에는 현금 등 유동성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갔습니다. 인핸스 전략(초과 성과를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자산을 편입하는 방식)도 축소했고요. 상황이 또 계속 바뀔 텐데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수시로 또 변화를 줄 겁니다.
매니저님은 자산 관리 어떻게 하세요? 주식 비중이라든지 특별히 선호하는 상품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주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니까요. 주식 좋아해요. (웃음) 부동산을 제외하고 주식 비중이 자산의 50%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펀드나 ETF를 활용해서 꾸준히 변화를 주는 편인데요. 저희 팀에서 운용하는 펀드나 TDF는 당연히 가입했죠. 최근엔 현금을 많이 늘렸습니다. 전쟁 소식에 깜짝 놀랐죠. 늘 생각하지만, 계획적인 자산 배분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시간도 없고, 잘 모르겠다 싶을 때 바로 TDF 같은 자산 배분형 펀드에 투자하면 어느 정도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겠죠.

이 기사는 4월 1일 발행한 앤츠랩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