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좋을 땐 주식만 하면 되는데 오락가락하면 고민이 깊어집니다. 내 자산관리 방향이 옳은지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은데요. 채권, 펀드 넓게는 투자 상품까지 공부할 게 너~무 많죠.
‘알아서 굴려 드릴게요’란 홍보 덕에 1년 새 5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펀드가 있습니다. TDF(타깃데이트펀드, Target Date Fund). 은퇴할 나이를 정해놓고 젊었을 때는 좀 공격적(주식)으로,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펀드인데요.
TDF는 투자 기간이 긴 편. 은퇴 시점을 타깃으로 굴리는 거니 한번 시작하면 장기간 함께 해야 하죠. 내 돈, 믿고 맡겨도 되는지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워드림 TDF’를 운용하는 한철민 매니저를 만나 물었습니다.
- 1분기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시장이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입니다.
- 최근 2년 증시가 좋았던 건 코로나 발생 이후 각국의 강력한 부양책 덕분인데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하기 시작하니까 조정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죠. 조정의 강도는 예상보다 다소 강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예상에 없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까지 터졌는데요. 농산물, 원자재 가격이 뛰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고, 전반적으로 끌어내리려는 힘이 강했다가 조금 진정된 시점 같아요.
- 앞으론 어떨까요?
- 시장은 호재나 기대도 먼저 반영하지만, 악재도 마찬가지잖아요. 금리 인상 속도를 예단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소화는 한 거 같아요. 최근 FOMC만 봐도 발언 수위는 굉장히 강했는데 정작 금리는 0.25%포인트 인상으로 나름 조절을 했는데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을 거란 기대가 좀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급격히 반등할 상황은 아니고요. 아래쪽을 확인한 정도랄까요? 물론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가 확 튀거나, 전쟁이 파국으로 가거나 이러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죠.
- 금리 인상기에 적합한 자산관리 방법, 어떤 게 있을까요?
- 금리 상승은 유동성을 축소하고 증시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니까 일단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게 맞죠. 직접적으로 채권 가격을 낮추니까 장기 채권의 매력도 떨어지죠. 달러 이외의 통화도 비중 축소가 일반적입니다. 무엇보다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투자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게 필요하죠. 현금 비중을 높이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고요.
-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
- 과거 사례를 보면 인상기에도 첫해만 좀 힘들었거든요. 많이 떨어진 종목은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죠. 과거 전 세계가 고성장하던 시기엔 어떤 섹터든 기회가 많았지만, 금융위기(2008년) 이후엔 사실 성장주가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하죠. 1분기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해도 관심을 거둘 상황은 아니란 거죠.
- TDF 순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는데요. 인기 비결, 뭐라고 생각하세요?
- 퇴직연금은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데 TDF는 주식 비중이 높아도 비위험자산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거 같습니다. 편의성도 중요할 텐데요. 직장 다니고 바쁘게 살다 보면 아무래도 잘 챙기기 어렵잖아요. 나이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고,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도 있으니까요.
- 7월부터 디폴트 옵션(퇴직연금 가입자가 무관심이나 지식 부족 등의 이유로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사전에 선택한 방법으로 알아서 굴리는 제도)이 시행되면 유입액이 더 늘어나겠네요.
- 퇴직연금 선진국에선 이미 도입해 운용 중인 제도인데요. 디폴트 옵션 상품 유형은 TDF와 MMF, 원리금보장형 상품 등이 있습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디폴트 옵션의 90% 정도가 TDF죠. 장기적으로는 TDF로 무게 중심이 더 이동할 거로 보입니다.
- TDF는 20~30대부터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는 분이 많은데요. 왜 그런가요?
- TDF는 연령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컨셉인데요. 젊을 때는 주식의 비중을 높여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노리고,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채권의 비중을 높여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기간이 너무 짧으면, 즉 은퇴 시점이 얼마 남지 않으면 과감히 수익을 노리거나, 손실을 만회하는 게 쉽지 않은 측면이 있죠.
- 나이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는 게 솔깃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합니다. 주식 비중이 높을 때(즉 젊을 때)는 시장이 안 좋고, 채권 비중이 높아졌을 때 시장이 좋으면 오히려 손해 아닌가요?
- 주가는 정치, 경제, 금리, 지정학적 이슈, 수급, 실적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 결정되는데요.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 이런 체계적 리스크를 완전히 회피하는 건 불가능하죠. 다만 적립식 투자, 장기 투자로 이런 위험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장기 투자를 통해 얻을 이익이 충분히 크다면 그 기간 안에서 작은 변동성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요?
- 장기적으론 일정한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는 뜻인가요?
- 젊었을 때 투자 주기인 20~30년이, 증시 사이클인 3~5년보다 더 길기 때문에 증시가 어려운 시기에 주식 비중이 높더라도 충분히 사이클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거죠. 또 TDF는 통상 적립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여러 리스크 요인을 할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역사가 짧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보통 연 5~7%의 수익률을 나타내죠.
- 키움의 경우 해외 운용사의 글라이드 패스를 빌려 쓰다가 올해부터 자체 글라이드 패스를 도입했는데요. 어떤 게 달라진 건가요?
- 한국 직장인의 생애 주기나 급여 상승률, 인플레이션 등 외부 변수를 좀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됐죠. 글라이드 패스(생애주기에 따른 자산 배분이란 TDF의 운용 철학을 담은 그래프로 항공기의 착륙 경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가 TDF의 핵심이지만 실제론 운용사의 자체 전략(TAA)도 중요하거든요. 글라이드 패스와 TAA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데요. 자체 글라이드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아무래도 신속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죠.
- 가입은 많이 했지만 최근 수익률은 별로 높지 않은데요.
- 장기 상품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면서.(웃음) 여러 형태로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저희도 다양한 전략을 써서 방어하는데요. 최근에는 현금 등 유동성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갔습니다. 인핸스 전략(초과 성과를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자산을 편입하는 방식)도 축소했고요. 상황이 또 계속 바뀔 텐데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수시로 또 변화를 줄 겁니다.
- 매니저님은 자산 관리 어떻게 하세요? 주식 비중이라든지 특별히 선호하는 상품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 주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니까요. 주식 좋아해요. (웃음) 부동산을 제외하고 주식 비중이 자산의 50%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펀드나 ETF를 활용해서 꾸준히 변화를 주는 편인데요. 저희 팀에서 운용하는 펀드나 TDF는 당연히 가입했죠. 최근엔 현금을 많이 늘렸습니다. 전쟁 소식에 깜짝 놀랐죠. 늘 생각하지만, 계획적인 자산 배분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시간도 없고, 잘 모르겠다 싶을 때 바로 TDF 같은 자산 배분형 펀드에 투자하면 어느 정도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겠죠.
이 기사는 4월 1일 발행한 앤츠랩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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