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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이 임명했지만 尹 편들다…'文지기 vs 손절파' 고위직 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음달 9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끝난다. 문 대통령은 여러차례 “하산(下山)은 없다”고 유종의미와 '끝까지 원팀'을 강조해왔지만, 임기종료를 앞둔 부처 수장들의 행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현 정부와 끝까지 입장을 함께하는 쪽도 있고,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현 정부와 다소 거리를 두려는 쪽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 장성의 거수경례에 답하고 있다.    삼정검의 '삼정'은 육·해·공군이 일치하여 호국·통일·번영의 3가지 정신 달성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 장성의 거수경례에 답하고 있다. 삼정검의 '삼정'은 육·해·공군이 일치하여 호국·통일·번영의 3가지 정신 달성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ICBM 발사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공식 사망’”이라는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의 지적에 “평화프로세스가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이르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대응이 잘못됐다고 시인하고 반성하라”(국민의힘 김석기 의원)는 지적에도 “다른 대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맞섰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이 무기 개발을 할 시기만 벌어줬다”는 지적에 “대화로 평화적 해법을 추진하려던 노력을 폄하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국방부의 입장은 외교·통일부와 조금 달랐다.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비공개 현안보고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고체연료를 이용한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3월 29일 서욱 국방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오른편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뉴스1

3월 29일 서욱 국방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오른편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뉴스1

특히 보고가 끝난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서 장관이)평화의 시기라던 지난 5년 북한에 미사일 연구와 핵실험 시간을 줬다는 지적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서 장관이 ‘핵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줬다’는 지적에 분명한 동의의 뜻을 밝혔다”며 “안보에서는 일관된 정책이 필요한데 서 장관이 임기 말에서야 군인 정신에 따른 판단을 하게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1일 미사일전략사 개편식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서 장관이 언급한 ‘원점타격’은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 제시했다가 민주당에게서 비판받았던 지점이다.

검찰개혁을 놓고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입장이 엇갈렸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23일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윤석열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인수위는 “퇴임할 장관이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다음날인 24일에 예정됐던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연기시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법무부와 별도로 지난달 24일 업무보고를 한 대검찰청은 미리 당선인의 공약에 협조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인수위측은 업무보고 후 “대검이 사법개혁 공약에 깊이 공감하고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무보고 바로 다음날 서울동부지검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3년만에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를 놓고 벌어진 신·구(新舊) 권력의 갈등 국면에선 감사원이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될 때 인사 제청권을 행사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청와대와 인수위가 감사위원 두명의 인사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인사 제청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다. 감사원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최재해 원장이 이끌고 있음에도 사실상 당선인 쪽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밖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던 소득주도성장 등을 지원했던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탈(脫)원전 등 탄소중립 정책을 이끌었던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도 사의를 표했다.

2021년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임명장 수여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임명장 수여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권교체 뒤 고위직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지키는 ‘문(文)지기파’와 ‘손절파’로 분화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문 대통령을 오래 보좌해온 입장에선 종종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임기말 공무원 조직이 새 권력과 코드를 맞추는 것은 반복돼온 현상”이라며 “전 정부에 대한 배신에 가까운 분화 현상이 정부출범 때까지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내부 제보가 터져나올 수 있는데, 이는 국정운영의 동력이 될 수도 있고, 전 정부에 대한 사정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며 “검찰 공무원 출신으로 이런 생리를 잘 알고 있을 윤 당선인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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