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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가수될건데, 노랜 못들었네?" 이젠 말 안되는 이수만 이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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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K팝의 대표주자인 H.O.T. 멤버들이 2018년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재결합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 솔트이노베이션]

1세대 K팝의 대표주자인 H.O.T. 멤버들이 2018년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재결합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 솔트이노베이션]

K팝 아이돌 만들기는 지난 30여년 동안 사회 변화 속도만큼 빠르게 바뀌었다. 아이돌 그룹의 핵심 요소, 멤버 ‘수급’ 방식은 1~4세대를 거치며 진화했다. 아이돌 세대 구분에 완전히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통상 기획 방식과 주요 활동 미디어, 팬과의 소통 방식 등에 따라 나눈다.

[K아이돌 탄생기 1]

“춤 좀 추는 친구 없니?”길거리 캐스팅과 지인 추천 시대

K팝 1세대만 해도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간혹 교포들이 '양념'처럼 섞이긴 했지만, 해외 경험 없는 한국인이 절대 다수였다. K팝 시장의 중심이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후보군’은 서울에 거주하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이었다. 1990년대부터 가요계에서 활동한 김일겸 대중문화마케터는 “초반만 해도 서울에서 알음알음 소문난 애들을 데뷔조로 일단 만들고, 그들의 친구나 지인을 추천받아 합류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1세대 K팝의 대표주자인 HOT 기획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고교생 그룹+춤+노래+새로운 변화’라는 틀을 만들고 여기에 맞는 중고등학생을 찾기 위해 이들이 모이는 길목에 캐스팅 디렉터들을 급파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것이 문희준. 이어 문희준에게 '춤 잘 추는 친구'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강타가 합류했다. 강타는 고교 시절 서울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서 카세트를 틀어놓고 또래들과 춤 배틀을 벌이곤 했다.

1세대 대표 걸그룹인 핑클 멤버들은 공통 지인으로 연결된 사이였다. [중앙포토]

1세대 대표 걸그룹인 핑클 멤버들은 공통 지인으로 연결된 사이였다. [중앙포토]

1세대의 대표 걸그룹 핑클 결성 스토리도 비슷하다. 핑클의 멤버 4명, 이진(서울 강남구 은광여고), 이효리(서울 서초구 서문여고), 옥주현·성유리(서울 광진구 광남고)는 공통 지인으로 서로 연결된 사이였다.

데뷔는 소속사에 들어가는 순간 확정됐다. 연습 기간은 수 개월에 불과했다. HOT 멤버 강타는 이수만 SM 대표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 오디션 없이 섭외가 확정됐다. 두 번째 만남에서야 “네가 가수를 할 건데 생각해보니 노래를 안 들어봤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1~4세대 K팝 아이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4세대 K팝 아이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세대, 연습생 엘리트 교육의 시작

이 흐름이 바뀐 것은 동방신기,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으로 대표되는 2세대부터다. 1세대처럼 데뷔를 결정하고 멤버를 뽑는 게 아니라 연습생을 체계적으로 선발해 육성한 뒤, 성과를 보고 선발하는 ‘팜 시스템(Farm system·원뜻은 프로야구의 2군)이 본격 도입됐다. 가장 먼저 이를 체계화한 것은 SM으로 2001 년부터 여름·겨울방학에 'SM청소년베스트선발대회'를 열어 연습생을 선발했다. 대회 외에도 매주 토요일마다 공개 오디션을 열었다.

2세대 아이돌인 원더걸스는 치열한 선발 과정과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했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2세대 아이돌인 원더걸스는 치열한 선발 과정과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했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팜 시스템을 통해 나온 대표적 보이 그룹이 K팝 최초로 오리콘 차트를 정복한 동방신기다. 유노윤호는 2001년 제1회 SM청소년베스트선발대회에서, 영웅재중은 제2회 대회에서 각각 ‘댄스짱’, ‘외모짱'으로 선발됐다. 이렇게 들어온 연습생들은 한국 특유의 엘리트 육성 코스를 밟았고, 때로는 먼저 데뷔한 아이돌의 백댄서나 래퍼로 참여하며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았다.

동방신기 등 2세대 아이돌들은 3~7년의 연습생 과정을 거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회사 방침에 따라 슈퍼주니어의 시원이나 소녀시대의 효연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도 했다.

외국인 참여는 더욱 활발해졌다. 미쓰에이(miss A)의 지아ㆍ페이(중국), 2PM의 닉쿤(태국), f(x)의 빅토리아(중국)·앰버(미국) 등 외국인 멤버가 합류했다. 덕분에 해외시장 공략도 한층 용이해졌다.중화권을 겨냥해 만든 슈퍼주니어의 유닛그룹 슈퍼주니어-M 같은 2.5. 버전도 탄생했다. 슈퍼주니어-M은 시원, 동해, 려욱, 규현 등 기존 멤버 외에 중국인 조미와 홍콩계 캐나다인 헨리를 추가했다.

트와이스는 2015년 네이버TV와 Mnet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멤버가 결정됐다. [사진 Mnet]

트와이스는 2015년 네이버TV와 Mnet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멤버가 결정됐다. [사진 Mnet]

“내 손으로 직접 낙점”, 오디션 아이돌 전성기

K팝 3세대에 이르러서는 대중이 만드는 아이돌의 시대가 열렸다.
3세대를 대표하는 JYP엔터테인먼트의 9인조 걸그룹 트와이스는 2015년 네이버TV와 Mnet의 '식스틴(SIXTEEN)'이라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멤버가 결정됐다. 다만 멤버 선발 권한은 박진영 JYP 대표에게 있었으며, 관객은 이 과정을 지켜보는 수동적인 관계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은 Mnet의 '프로듀스' 시리즈였다. 2016년 '프로듀스 101'은 사전에 추려진 연습생 101명이 11회의 공개방송에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아 선발되는 포맷의 프로그램이었다. 최고 시청률 4.4%를 기록하는 등 케이블 방송 심야시간대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며 이후 시즌 4까지 제작됐다.
외국인 참여는 3세대에 더욱 활발해졌다. 2세대까진 외국 국적 멤버 중에 여전히 교포가 많았다. 3세대부터는 한국과 연결고리가 없는 외국인들을 선발했다. 대표적 그룹이 트와이스로 멤버 9명 중 미나·모모·사나(일본)·쯔위(대만) 등 4명이 외국인이다. 12인조로 데뷔한 보이그룹 엑소 역시 타오ㆍ루한ㆍ크리스ㆍ레이(중국) 등 4명을 중국인으로 선발했다.

JYP는 일본 소니뮤직과 손잡고 4세대 걸그룹 니쥬를 내놨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JYP는 일본 소니뮤직과 손잡고 4세대 걸그룹 니쥬를 내놨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4세대에선 글로벌화가 한 단계 더 나간다. 현지에서 멤버를 선발해 데뷔까지 시키는 방식이다. 즉, K팝을 현지에서 인큐베이팅하는 것이다.
JYP는 지난해 일본 소니뮤직과 손잡고 9인조 걸그룹 니쥬를 내놨다.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일본 시장 맞춤형 걸그룹이다. 멤버 수도 트와이스와 같은 9명이다. 멤버 선발 및 데뷔곡 제작 등을 모두 박진영 JYP 대표가 맡았다. 니쥬의 첫 디지털 싱글 ‘메이크 유 해피’(Make you happy)는 발매 첫날 일본 오리콘차트 디지털 싱글 데일리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주간 랭킹서도 1위에 올랐다.

아이돌 칼럼니스트 박희아씨는 니쥬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일본 내에서 불고 있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열풍과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트와이스의 후배 그룹이라는 점, 데뷔 전부터 JYP에서 결성 과정을 공개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공략 시장 현지 제작, 기술과 융합하는 4세대 

2016년 중국 법인 JYP차이나가 중국의 음악 스트리밍 기업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해 6인조 중국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내놨다. SM도 지난해 중국 기업과 현지 합작으로 만든 7인조 보이그룹 웨이션브이(WayV)를 선보였다. 이들은 중국 혹은 중국계 해외 국적(대만ㆍ태국 등)의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가수의 국제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로컬리티(지역성)가 강조되는 가운데 니쥬처럼 현지화 한 그룹의 활동공간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오디션 선발을 주도한 Mnet은 한·중·일 합작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 소녀대전'을 통해 멤버 선발권을 전세계로 확장했다. 유니버스라는 자체 애플 리케이션을 통해 세계 어디에서나 K팝 아이돌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

에스파(aespa) 멤버와 그들의 아바타 '아이'.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aespa) 멤버와 그들의 아바타 '아이'. [사진 SM엔터테인먼트]

K팝과 기술의 결합 시도도 주목해야 할 4세대의 특징이다. 걸그룹 에스파가 대표적이다. 카리나ㆍ윈터(이상 한국)ㆍ 지젤(일본)ㆍ닝닝(중국) 다국적 4인조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들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4인이 추가되어 있다. 4인조이면서 8인조인 독특한 구조다. 이는 최근 화두가 되는 메타버스(metaverse)와도 맞닿는다. 메타버스는 현실 사회를 디지털로 복제하면서 돌아가는 가상의 세계다. 그래픽ㆍ클라우드ㆍVR(가상현실) 등이 발전한 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언택트 문화가 유행하면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의 아바타를 활용하면 시공간의 제약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다. 심지어 각자 마음에 드는 아이돌 아바타와 자신의 방에서 단둘이 대화하고 맞춤형 공연을 관람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며 “그 확장성은 무한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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