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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엔 왜 말없냐"…김재련 "개딸 아빠? 전 불편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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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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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필진이 자신의 칼럼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고 생각을 나누는 콘텐트인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댓글 읽어드립니다'를 비정기적으로 내보냅니다. 오늘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주인공입니다. 그가 쓴 '성추행에 목욕탕 공포 생긴 남성… 그를 도운건 여가부였다' 칼럼의 댓글에 직접 답변해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김재련 변호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활동했습니다. 20년차 변호사이자 중학생 남아 세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그는 칼럼에서 "지금의 여성가족부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극단적이거나 권력만 탐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잘못 탓에 여가부를 폐지한다면 당장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가부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다양한 사례를 예시로 들며 "무조건 폐지하기보다 문제를 보완하고 개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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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한 댓글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폐지 원인을 제공한 여가부의 잘못이 크므로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는 식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반면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여가부의 피해자 지원 정책들이 무리없이 지속되기 위해선 폐지가 아니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여럿 있었습니다. 댓글에 대한 김 변호사의 생각은 어떨까요. 동영상을 통해 그의 의견을 들어보시죠. 이 글 아래에는 깁 변호사가 직접 뽑은 베스트 댓글도 있습니다. 어떤 댓글을 꼽았을지 독자 여러분이 댓글을 먼저 읽고 한번 맞춰보십시오.

여가부가 없어져도 공무원들은 법무부, 고용부 등에 편입되어 원래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음. 정치갈등, 젠더갈등을 일으키고 스스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 못했던 여가부는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상태임. 오히려 여가부 존재가 성평등을 논의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 건 아닌지. (luke****)
뼈아픈 말씀이신데요. 고치는 게 불가능한 상태인지는 진단을 해봐야 나올 수 있어요. 과연 여성가족부에 대해서 그런 진단을 진지하게 해 봤는가. 그 부분을 먼저 묻고 싶고요. 정치갈등과 젠더갈등이 분명한 현상인 것은 맞는데 과연 그 갈등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갈등을 강화하고 악용한 것은 정치인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됐을 때 다문화 가정, 학교 밖 청소년들, 그리고 폭력 피해자들에게 연속성 있게 지원을 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혼란이 발생하고 불편함이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여가부 폐지’ 담론이 유독 뜨거운 감자였던 이유는 단순 키워드 정책 제안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함. 부처를 폐지하고자 한다면, 정확히 어떤 부처로 해당 업무들을 옮길 것인지와 향후 어떻게 처리해나갈지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선행됐어야 함. (yuje****)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회사 안에서 작은 부서 하나를 없애는 경우도 그 부서가 했던 일, 그 다음에 잘못한 부분 등에 대해 명확하게 손익 평가를 하고 결정합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로 공약이 발표가 되었었는데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어서 폐지하겠다는 것인지 저는 ‘why’가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잘못을 한 것인가. 언제 이런 잘못된 일들이 발생한 것인가. ‘who’에 대한 것도 ‘when’에 대한 것도 그리고 ‘what’에 대한 것도 빠져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단문 메시지로 내세운 게 정치·전략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0대 남성을 설득하는 게 목표인데,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란 거죠.)
여성가족부 정책들은 호불호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업무들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폭력의 피해자가 소수라고 해서 그 사람들을 돕지 않아도 되는가, 그렇지 않거든요.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표를 행사할 수 없는 구성원이라고 해서 그들의 목소리는 귀기울이지 않아도 되는가? 아니거든요. 여성가족부가 지향하는 일은 자기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취약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수가 반대한다고 해서 폐지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다고 해서 그 목소리를 전제로 ‘폐지’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저는 성급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가부의 존재는 분명 순기능도 있었을 거임. 다만, 현재 여가부에서 이 기능과 더불어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임. ‘여가부 폐지'가 '모든 여가부 기능의 폐지'로 이어져서는 안되겠지만,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을 폐지할 필요성은 있다고 봄. (gina****)
여성가족부 업무가 사회 구성원들의 전 생애에 걸쳐 연대기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거든요. 아동 문제, 육아에 대한 문제, 학교 밖 청소년 문제, 그리고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문제, 노인과 아동 학대 등이 가정폭력의 범주 안에서 전부 연계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개별 부처로 나눠 분절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한 부처에서 정책적으로 연계해 집행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여성가족부 기존의 기능들을 경찰의 법무부에, 그리고 보건복지부에 넘기겠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치 않습니다. 사실 보건복지부만 해도 복지, 보건, 국민연금 등에 이미 굉장히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성가족부의 업무가 보건복지부 안으로 갔을 때 그 안에서 자리매김 되는 비중은 너무 미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가부가 정말 필요한 일에는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필요없는 일에는 감놔라 배놔라 하는 역기능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여가부의 존치 여부에 불을 지피는 것 같음. 여성가족부라는 명칭만 보아도 성평등과는 거리가 많이 느껴지는 건 나뿐임? (hana****)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성가족부의 업무는 차별이나 불공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대상자들의 권익보호를 하기 위한 것이 주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가부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시선은 좀 수정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여성가족부가 영어로는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입니다. 성평등가족부라는 의미인데 국문으로는 특정한 성별을 명시하다 보니까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 이 부처는 여성과 관련된 지원만을 하는구나 오해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명칭은 실제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정책 대상자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책 대상자를 아우를 수 있는 명칭으로 바꾸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박원순한테 성추행당한 여성을 ' 여가부 '가 도와줬나. 선택적 시간적 페미팔이 그만.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음. (ude9********) 서울시장,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발생시 한 일은 뭐임? 아무 소리 안하고 오히려 피해자들한테 가해자 노릇한 게 여가부 아니었음? (ddic********)
여성가족부 존폐론의 불을 지핀 결정적인 계기들에 대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가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업무로 하는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권력형 성범죄로 보는 게 맞느냐고 정의하는데 장관이 우물쭈물했습니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할 때 그것은 잘못된 명칭이라고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재보궐 선거로 많은 예산이 낭비되는 상황에서 장관이 전 국민 성 인지 학습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어처구니 없죠. 그런 측면에서 지금 이 수많은 존폐 논쟁의 가장 큰 책임은 여성가족부에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는 많은 폭력 피해자 중에는 박원순,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정말 주변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에 대해 법률과 의료, 상담 및 주거 지원을 하는 일들을 여성가족부가 지금까지 계속해 왔습니다. 
(페미니즘이 진영 논리에 포섭되고, 페미니즘 자체가 정치적으로 오염됐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너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들의 권익을 강화시켜 남녀가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시작 당시 페미니즘은 권력에 맞서는 일을 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이 권력화 된 측면이 있습니다. 권력의 곁에 너무 가까이 가면서 권력에 취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당초 자신들이 어떻게 활동을 해왔고 현재 본인이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 어떤 경력에 의한 것인지를 간과한 채 진영논리에 휩싸여 버렸습니다. 정치적인 장막 안에서 권력의 편을 들다 보니 결국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을 도매금으로 넘기게 되는 그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했던, 전직 여성운동을 했던 정치인들은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해야 합니다. 
박원순에 분노한 김재련 변호사 왜 이재명의 성 비하 발언에는 일언반구도 없지? (suan********)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그런 노래가 있잖아요. 제가 피해자 대리인 입장이기 때문에 박원순 사건에 있어서는 언론에도 이야기를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또 법정에서도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대리인 자격으로 했던 일들인 거죠. 그러나 저도 개인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제 의견을 밝히고 기사화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댓글을 보면 정말 댓글 난망입니다. ‘너 관종이냐’, ‘아닥 하고 있어라’ 이런 이야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분들은 그냥 제가 미워서 때리는 것 같은데 그 순간은 아프기는 하지만 잘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재명 전 후보에 대해서는 혼란스럽죠. 형수한테 욕설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욕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 욕하지 않고 잘 해보겠다고 하면 응원해주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20대 여성들이 민주당이나 이재명 전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잘못된 발언과 행위까지 잘했다고 하진 않을 겁니다. 아울러 요즘 ‘개딸 아빠’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직 저에겐 불편한 것 같습니다. 

김재련의 투픽

여성가족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서가 아닙니다. 저소득층 및 이주 청소년들, 성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없애는 일은 사회 발전은 물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도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간 여가부의 행보에 실망을 표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여가부는 사회적 약자를 지지하고 지원할 수 있는 부처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폐지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gkst****)
이 댓글을 선택한 이유는 제 마음과 댓글을 써주신 분의 마음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매우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만큼 여성 편향적이며 젠더갈등을 지나치게 양산해서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떤 여성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두 딸의 아빠입니다. 남성인 제가 잠재적 성범죄자로 정체성을 가지도록 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여성 운동가들이 과연 핍박 받고 살았던 구시대 여성들과 앞으로 자녀들을 위해 일한다고 자부할 수 있나요? 본인의 일자리나 명예를 위한 건 아니고요? (chch****)
뼈아픈 의미에서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젠더갈등에 적극적 개입해 갈등을 완화하고 남녀가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했어야 하는데 이를 방관한 측면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남성들에 대해 생각이 없는 사람이란 식으로 매도한 측면도 있고요. 어떤 면에서는 여성들의 채권자 의식이 너무 과잉되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폭력 예방교육에서 남성을 마치 잠재적인 성범죄자처럼 불편함을 느끼도록 했던 부분도 공감하고 시정을 했어야 하는데 안이하게 대응하다 보니까 갈등이 더 심화되는데 여가부가 기름을 끼얹은 건 아닌가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