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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데 필드선 실수 연발? 몸에 밸 때까지 연습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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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호 25면

강찬욱의 진심골프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는 다음에 다시 하지 않아야 한다. 아는 것을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는 다음에 다시 하지 않아야 한다. 아는 것을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래?’ 부모님이나 선생님 또는 상사에게 혼날 때 자주 듣던 말이다. 아는데 안 한 것, 혹은 못한 것들은 모르는데 못하는 것에 비해 괘씸죄가 추가되기도 한다.

골프도 그렇다. 아는데, 아는데, 몸이 안 된다고… 이 말은 참 많이 듣던 말이고 많이 하는 말이다. 레슨 프로에게 항변하듯 이렇게 말한 적이 없는가? 남편에게 혹은 선배에게 그만 좀 다그치라는 의사표시로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는가? 머리로 아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은 머리가 몸에 속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제대로 모르는 것을 몸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많은 실수를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실수를 다음에 하지 않는 것이 아는 것이고 그럴 때 아는 것이 힘이 된다. 잘 아는데 필드에서 잘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주변 골퍼들을 통해 수도 없이 들은 말인데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들이 있다.

골프 배경

골프 배경

1 지나가야 들어간다

‘Never up, Never in’ 얼마나 많이 들은 말인가. 얼마나 상식적인 말인가. 1번 홀에서 한 퍼팅이 짧다. ‘여기 그린이 좀 느리네, 세게 쳐야겠네’ 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홀에도 짧게 친다. 30㎝가 지나가도 컨시드고, 30㎝가 짧아도 컨시드다. 똑같은 거리에 붙인 것이다. 퍼팅이 짧으면 과감하지 못하다는 느낌도 준다. 지인 중에 한 명은 매번 퍼팅이 짧아서 ‘소녀퍼팅’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가 있다. 아는데도 계속 짧다. 가끔 어떤 골프장에 가면 일반 홀에 비해 두세배나 큰 홀을 빅홀 혹은 서비스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커진 기회조차도 퍼팅이 짧으면 안 들어간다. 아무리 큰 홀도 짧으면 안 지나간다. 퍼팅 연습을 홀에 넣는 연습에만 치우치다보니 볼의 히팅 연습이 부족한 것이라는 어느 유명 교습가의 말이 생각난다. 홀 앞에 붙이지 말고 홀을 지나 붙이는 습관을 들여 보자.

2 잘 치는 거리를 남기자

‘모던 스윙’의 시초인 벤 호건은 ‘다음 샷을 하기 가장 좋은 곳에 보내는 것이 골프의 80%다’ 라는 말을 했다. 골프에 무조건은 없다. 늘 조건이 따라다니고 최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샷을 한다. 역시 수도 없이 듣던 이야기다. 파4와 파5의 모든 티샷을 드라이버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골프중계를 통해 파5의 두 번째 샷이나 세 번째 샷을 위해 짧게 레이업하는 것을 보며 멋진 전략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우리 주말골퍼들은 무조건 우드나 유틸리티를 들고 간다. 웨지풀 샷이 웨지컨트롤 샷보다 자신 있음에도 무조건 더 멀리 보내려고 한다. 전략이 가장 빛날 때는 거리를 어떻게 잘라 가느냐다. 안다면 그렇게 해보자.

3 나쁜 라이에서는 레이업해라

대한민국의 골프장은 대부분 산악 골프장이다. 국토의 70%가 산이니 어쩌겠는가. 경사진 골프장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고 특히 언덕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덕 중간에 볼이 걸려있는 경우가 생긴다. 연습장에서는 샷이 잘되는데 필드만 나오면 잘 안 된다는 골퍼의 하소연도 대부분 앞, 뒤, 옆 경사에 기인한다. 안 좋은 라이의 샷은 일단 좋은 곳에 레이업하고 그 다음 샷을 노려야 한다는 걸 모르는 주말 골퍼가 있는가. 그럼에도 몸을 가누기도 힘든 경사진 언덕에 우드나 롱 아이언을 들고 간다. 레이업을 잘했다면 보기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상황에 트리플보기 이상의 대참사가 벌어진다. 타이거 우즈도 불가능한 샷을 시도하는 것이다. 고수와 하수의 가장 큰 차이는 본인의 샷 성공의 확률을 정확하게 아는 데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샷과 할 수 없는 샷을 정확히 아는 데 있다.

4 벙커에서는 탈출이 먼저다

벙커는 일종의 해저드(페널티구역)다. 벙커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벙커 탈출’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탈출해야 하는 곳이다. 볼이 벙커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나이스아웃!”이라고 하지 않는가.

가끔 중계를 보면 선수들은 그린 주변의 벙커가 러프에 비해 쉽다는 해설을 듣게 된다. 그것은 선수들의 이야기다. 러프가 길고 질긴 투어의 이야기다. 실제로 선수들의 평균 벙커 세이브율도 50% 남짓이다. 벙커에서의 대형사고는 핀에 붙이려는 데서 거리를 조절하려는 데서 일어난다. ‘살짝만 넘겨야지’ 하고 쳤다가 벙커를 벗어나지 못하고 더 안 좋은 상황에 몰려 두 세 번 벙커 샷을 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페어웨이 벙커도 마찬가지다. 도저히 각도가 나오지 않는데도 무리한 클럽을 잡았다가 나오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 알고 있으면서 과한 욕심이 만들어내는 피할 수 있는 결과다.

5 맞바람일수록 부드럽게 스윙해라

선수들은 맞바람일수록 힘을 빼고 더 부드럽게 스윙한다. 이 얘기도 많이 듣고 알고 있는 말이다. 맞바람이면 샷을 하기 전부터 힘이 들어간다. 평소에도 힘이 안 빠져 있는데 앞에서 바람까지 부는데 어떻게 힘을 뺄 수 있나. 단 1m라도 아니 단 10㎝라도 더 보내기 위해 우리는 온 몸에 온 힘을 다한다. 빈 스윙은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스윙은 그렇지 못하다. 단 한번이라도 맞바람에 부드러운 스윙을 성공시키는 경험을 해보자. 성공을 경험해야 또 성공할 수 있다.

6 굴릴 수 있으면 굴려라

남아공의 위대한 전설 게리 플레이어는 마치 래퍼처럼 라임을 맞춰 이런 말을 했다. ‘High makes you cry. Low for the dough(높이 치면 울 것이고 낮게 치면 돈을 벌 것이다)’라는 말이다. 그만큼 어프로치 샷에서 낮게 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56도 웨지가 아닌 피칭웨지나 쇼트 아이언으로 굴리는 어프로치를 하라는 교습가들도 많다. 이 역시 아는데도 시도조차 못해보고 지나는 골퍼들이 많다. 안다면 시도해보자. 다른 레벨의 골프가 기다리고 있다.

7 티잉 구역을 넓게 써라

본인의 구질에 따라 보내고자하는 방향에 따라 티잉 구역을 넓게 써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무조건 가운데에다 티를 꽂고, 심지어는 어느 곳이 딱 가운데인지를 살펴서 티를 꽂는 사람이 있다. 혹시 모른다면 가서는 안 되는 쪽을 활용해보자. 오른쪽으로 가면 안 될 때는 오른쪽을, 왼쪽이 두려우면 티잉구역의 왼쪽을 활용하자.

8 한 클럽 넉넉하게 잡아라

라이가 안 좋은 경우, 페어웨이가 아닌 경우 그린 앞에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한두 클럽 여유있게 잡아야 하는데도 타이트하게 잡아서 실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팁을 보면 한두 클럽 넉넉히 잡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주말골퍼들의 샷은 대부분 짧다. 한두 클럽 길게 잡아야 할 때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는데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는 아는 것을 맞게 실행하는 운동이다. 어떤 샷을 하기 전에 골프만큼 긴 고민을 하는 스포츠가 있는가. 그만큼 매번 다른 조건이 존재하고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아는데 안 하면 결국 모르는 게 되지 않을까. 아는 것만이 힘은 아니다. 아는 것을 하는 것이 힘이다.

강찬욱 시대의 시선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CF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골프의 기쁨』 저자, 최근 『나쁜 골프』라는 신간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 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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