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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싸운 신구권력 없었다, 이유는 대선뒤 지지율 기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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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에 앞서 상춘재 앞마당을 둘러보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에 앞서 상춘재 앞마당을 둘러보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측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신구 권력 갈등에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 19일 만인 지난달 28일 가까스로 만찬 회동을 가진 뒤에도 공개석상에서 서로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인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신구 권력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①역대 최고 퇴임 대통령 지지율과 최저 당선인 지지율

 전례를 찾을 수 없이 이례적인 대통령과 당선인의 지지율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조사해 1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2%에 달했다. 집권 5년차 4분기 평균 지지율도 42%로 87년 직선제로 전환 뒤인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역대 최고치다. 문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전임 대통령은 27%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직무 수행 기대는 ‘잘할 것’이란 응답이 55%에 불과했다. 역대 대선 이후 비슷한 시기의 조사에서 이명박(84%)·박근혜(78%)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87%) 대통령이 기록한 수치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자세한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윤 당선인의 국정 기대 지지율보다 높은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대선이 끝나면 지지층이나 여론 지형이 재구성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직도 지난 대선의 여론 구도가 변하지 않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팽팽한 지지율 상황이 부드러운 정권 이양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②0.73%P 초박빙 대선과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

정치권의 많은 인사와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신구 권력 다툼의 이유는 “대선 뒤에 지방선거가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는 환경적 요인이다. 대선이 끝난 뒤에 ‘통치와 정치’의 시간이 와야 하는데, 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80여일밖에 안 되다 보니 ‘선거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이 0.73%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였던 건 이런 흐름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구권력은 0.73%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은 패배의 결과를 마음 속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것 같고, 신권력은 0.73%포인트가 아니라 7.3%포인트 차이로 이긴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 연장전을 치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지지층 붙들기에 여념이 없는 게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퇴임을 앞둔 권력은 ‘새 정부가 점령군처럼 굴어 견제가 필요하다’는 프레임을 원하고, 취임을 앞둔 권력은 ‘대선 패배 세력이 대선을 불복하려 한다’는 프레임을 원하고 있는 셈이다. 배철호 위원은 “양측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열을 단단히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양쪽 모두 지방선거를 필히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이 이기면 윤 당선인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는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이기면 정권 교체 뒤에도 정국 주도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 보니 양쪽이 서로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2008년 2월 1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08년 2월 1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③친노와 MB계의 앙금

구권력의 주축이 친노무현계 뿌리고, 신권력의 주축이 과거 이명박(MB)계 인사란 점에서 일종의 ‘앙금’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의상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걸 두고 민주당에선 과거를 소환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이명박 정부의 행태와 지금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관련 내용처럼 보수 시민단체에서 문제 제기를 하면 언론에서 그걸 받아주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 문제를 더 증폭시키면서 의혹 부풀리기를 했는데 이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전에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 측과 이명박 당선인 측은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조직 개편을 놓고 양측이 갈등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떠나는 대통령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공개 반발한 뒤에야 양측은 합의점을 마련했었다.

여기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등장에 구권력 입장에선 향후 검찰을 동원한 ‘적폐 수사’ 가능성을 우려할 수 밖에 없어 새 권력의 정당성을 초반부터 흔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면서 양측 갈등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진 소장은 “신구 권력이 계속해 갈등하면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뒤에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고, 국정을 책임지는 새 여권이든 야당이 되는 민주당이든 힘들어지는 건 마찬가지”라며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신구 권력이 갈등을 더 이상 증폭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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